[감정정리]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다시 묻다

이반일리치의 죽음과 모리의 화요일

by 엘사 B

몇년 전《모리의 화요일》을 읽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평온하고 따뜻한 죽음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이어지는 삶, 그런 반려자가 곁을 지켜주는 삶이 너무나 부러웠다. 동시에, "내 곁에, 마지막까지 함께할 사람이 있을까? 지금 내 곁의 사람과 그런 미래가 그려지나?" 하는 간절한 질문이 밀려왔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죽음과 삶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남편과는 그렇게 편한 관계는 아니다. 30살, 해야하는 숙제처럼 해버린 결혼. "그래 결혼이 목표였지. 그럼 목표는 이뤘네. 내 다음 목표는 이런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반려자를 찾는 것일까?"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왠지 모를 불안과 조급함이 느껴졌다.


최근에 읽은《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선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아! 죽음은 본래 철저히 개인의 것이고, 고통 또한 오롯이 나 홀로 감당해야 할 몫이구나. 아무리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있어도, 삶의 가장 깊은 외로움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구나. 라고 간접적으로 느꼈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음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의 빈자리에 누가 채워질 것인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반 일리치처럼 체면과 냉소 속에 자신을 가두는 순간, 남은 삶마저 한없이 공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냉소적이었던 이반 일리치조차도 죽음 앞에서는 아픈 아이를 대하듯 다정하게 쓰다듬고 달래주기를 바랬다는 것이다. 결국 그 역시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했던 것은, 관계 속에서 느끼는 따뜻함이었던 것이다. 아픈 자신을 두고 평소와 같은 아내와 자식을 얄밉게 바라보고 있지만 그 내면의 욕구는 자신을 바라봐주길 원하는 관심이 필요했다.


이 두 권의 책은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나를 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러면 나는, 내 삶을 어떤 관계로 채워갈 것인가."


죽음의 순간에 외로움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어떤 관계를 맺고 또 어떤 진심으로 그 관계들을 채워가는지에 따라, 죽음이 주는 외로움은 철저한 고립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깊은 위안과 평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반응은 이미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기대할 것도 없겠다. 아쉬움은 있겠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그 순간조차 결국 '관계'로 귀결된다는 걸 알게되었다. 마지막까지 누구를 곁에 두고, 어떻게 마음을 나누며 살고 싶은가. 바로 이게, 내가 이 두 권의 책 속에서 찾아낸 진짜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조급함과 불안감은 작아지고 앞으로의 방향이 좀 더 선명해졌다.


#이반일리치의죽음 #모리의 화요일 #죽음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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