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 · 얽힘 · 측정에 대하여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양자역학 관련 영상들을 보게 된 것이다. 20여년전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었던 개념이었지만 잊은지 오래. 다양한 전문가들의 토론과 강연의 내용은 이 어려운 양자역학의 개념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는데, 어찌나 인상 깊고 흥미롭던지. 오랜만에 한때 과학도를 꿈꾸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리마인드한 양자역학의 정의와 세 가지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정의 - 원자와 전자 같은 아주 작은 세계(미시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이론.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큰 세계(거시세계)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잘 설명되지만, 원자 단위로 들어가면 고전 물리학은 더 이상 맞지 않아서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핵심 개념 3가지
얽힘(Entanglement):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운명처럼!)
중첩(Superposition): 입자는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측정(Measurement): 우리가 관찰하거나 특정 선택을 하는 바로 그 순간, 확률적인 상태가 하나의 결과로 확정되는 것이다.
세상은 원래 불확실한것이고, 이것을 보는 지금, 그것은 정의된다...라
가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건지, 도대체 매일의 이 결정들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집에서 쉬는 기간 동안 매일 '오늘 점심, 저녁은 뭐 먹지?'라는 질문은 사소해 보이지만 두 달간 한 번도 안 한 적이 없는, 이 고민 앞에서 늘 블랙홀처럼 압도 당한다. 어쩌면 내 뇌의 대부분은 이 고민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간편식'이 어쩌면 양자역학과 참 많이 닮아있는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확정성 원리'가 존재한다. 모든 것이 확률적인 상태로 존재하다가 우리가 딱! '측정'하는 순간 비로소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저녁은 집밥을 차려 먹을지, 밀키트를 근사하게 차려볼지, 아니면 따뜻한 즉석밥에 냉장고 속 반찬 몇 개를 곁들일지… 수많은 가능성이 늘 열려 있는 확률의 영역인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고민 속에서 "그래! 오늘은 이걸 먹어야겠다!" 하고 특정 간편식을 고르는 바로 그 선택의 순간,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측정 행위와 같다. 우리가 간편식을 선택하기 전에는 수많은 식사의 가능성이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냉장고 문을 열거나 마트 진열대 앞에서 손으로 한 제품을 집어 드는 그 선정의 행위가 곧 측정이 되는 것이다. 이 결정적인 행위를 통해 다른 모든 불확실하고 중첩된 가능성들은 사라지고, "나는 이 간편식을 먹을 것이다!"라는 하나의 구체적인 현실이 확정되는 것이다. 간편식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런 확률적 가능성들을 현실로 '결정'하는 순간중에 하나이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성을 띤다.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는 여러 상태가 동시에 중첩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들으니 딱 우리 간편식이 떠올랐다. 간편식은 마치 집밥과 외식의 중간, 그 중첩된 상태가 아닐까? 집에서 먹는다는 점에서는 집밥 같지만, 누군가 미리 준비해 둔 노동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함도 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데워 먹는 걸 넘어서, 내가 조금의 조리를 더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파에 올리거나, 치즈를 얹는 것처럼 말이다. 간편식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집밥의 따스함과 외식의 특별함, 그리고 나의 손길이 더해진 중첩된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식문화인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실험자가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관찰자 효과가 존재한다. 간편식도 딱 그러하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누가 먹는지,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에 따라 그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혼자 바쁘게 먹을 땐 그저 간단히 한 끼 해결이지만, 내 아이와 함께 먹을 땐 요리에 대한 부담 없이 즐거운 놀이 시간 + 영양 관리가 되고, 손님에게 예쁜 그릇에 담아 내놓으면 꽤 근사한 접대 음식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것이다.
소비자, 즉 나라는 관찰자가 곧 그 음식의 가치와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식사라는 개념이 통상적으로 한 가족, 한 집단 단위로 규정되는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나눠서 함께 먹는 것이었다면, 간편식은 이 개념을 완전히 재정의한다. 간편식은 식사의 단위를 더 작은 개인으로 쪼개고, 그 순간에도 각자 다른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즉, 동시에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식사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 식탁 위에서 아빠는 육개장을, 아이는 파스타를, 엄마는 샐러드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마치 시공간에 다양한 간편식이 선택되어지는 현상이며, 전통적인 식사 문화의 단일한 확정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다중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는 양자역학적인 상황인 것이다. 간편식은 식사를 통한 개인의 욕구 충족을 극대화하는 문화적 전환점이다.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은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라서, 모든 걸 통계와 수학적 모델로 설명해야 한다. 간편식 제조 과정의 양산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1만 개, 10만 개 생산된 간편식 제품 하나하나는 모두 확률의 n수를 의미한다. 우리가 거기서 어떤 한 개 혹은 여러 개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 제품의 상태를 측정하는 행위와 같다. 그것이 맛있을지, 혹은 예상치 못한 뼈가 들어 있을지, 밀키트 구성품에 누락이 있을지는 모두 확률이고, 그것을 구매하고 그 제품이 나에게 오면서 비로소 결정되고 확정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그 하나의 경험으로 그 제품 전체, 나아가 브랜드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한 후기를 남기며 그 확정된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간편식을 제조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확률을 줄여서, 내가 의도한 제품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실수 없이 도달하게 해야 하는 것이 업의 목표가 되는 것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정리하면,
"세상은 본래 확률적이고, 우리가 관측하고 개입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양자역학의 정의를 따라, 우리 일상의 간편식은 그 복잡하고 불확정한 확률 속에서 우리의 편의와 현명한 선택을 구체화하며, 개인화된 식사 문화를 확정짓는 멋진 산물이다. 그래서 매일 365일 하루 세끼를 선택해야 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간편식을 선택(측정)하는 고객이 적어도 그 선택에 대한 옳고 만족스럽고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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