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한바퀴 돌면 사춘기는 끝나려나...
아이와 함께 보내는 두달간. 그래도 처음보단는 아이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안정감도 보이고.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녀의 예민 레이더를 세포단위로 켜놓고, 극단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 호소는 여전하다. 어깨가 뻐근하고, 자도 피곤하고, 변비와 설사를 교대로 하고, 숨쉬기가 다소 불편하고, 식욕도 감퇴되고.... 본인이 암이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피검사를 해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야겠다는 아이.
그런 불안을 잊기위해 턱이 높은 쇼파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고 있어서 어깨가 아프고 자도 피곤한 것이다. 먹는 것에 따라 설사와 변비는 언제나 있을 수 있고, 기능상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임을 100번쯤 설명해도 의사가 아닌 이상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가보다.
더군다나 그러한 증상들이 해야할 일을 안하고 싶어 말하는 핑계인건지, 진짜 아픈건지 아직 너무 헷갈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매순간 고민인 나에게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부드럽게 나긋나긋 말하라는 상담선생님의 코칭, 지금까지 살아온 본성과 반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주리라 다짐하며 대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 며칠전 학교에서 있던일이 떠오르면 빵! 지뢰는 터진다. 그래도 전보다는 단단해진 덕에 무리한 요구인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지 정도에 따라 반응을 한다. 서로 각자 정리할 시간을 갖은 후 만나면 세상 애틋한 모녀 지간이 된다.
집에만 있으려는 아이를 어떻게든 밖으로 꺼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 분투 한다. 보통은 아이스크림으로 회유를 했는데, 요즘엔 그냥 나가는 것이다. 따라야한다. 라고 타협하지 않는다. 분명 달리기나 산책은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스스로의 확신이 있다. 한두번 같이 긍정적인 경험을 해본 턱에 나가는건 알지만, 나가기 까지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혼자 달리기하면 될 것을, 또 나는 스스로 지뢰밭으로 들어간다.
배도 아프고, 설사도하고, 두통도 심하다며 달리기를 하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산책으로 타협하고 2km 걷기로 했은나 1.5km만 간신히 걸어주신 따님은 빌려준 심박수측정 시계를 반납하지 않고 집으로 가버린다.
평소라면 혼자 있는 것이 염려되어 따라갔을 건데, 하.. 못참겠다. 나를 위해 호수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 달리기에 적응할 때는 음악을 들어야 했다. 그 시간을 즐기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요즘, 달리고 걷는 동안 떠오른는 내 생각을 듣기위해 이어폰도 스마트폰도 가져가지 않는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5km 호수 변을 뛰면서도 40분 컷!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쫓겨 다녔던가. 그러나 지금은 세상과 내가 닿을 수 있는 기계도, 시계도 없으니 에헤라디야 나는 자유다.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 내고, 페이스를 맞추는 시계도 없으니 달리기에 흥이 나지 않았다. 걷고 또 걸었다. 분노, 화, 짜증이 수그러 들때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아이에 대한 서운함, 남편에 대한 서운함, 분노, 이걸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주말에는 남편보고 일하지 말고 아이와 무조건 나가라고 말할까, 이러다 내가 가출하게 생겼다, 그래 빡세게 일을 다시 시작하자, 워케이션 되는 지방으로 주말 부부를 할까, 그래 얼마 안남았다니 2년까지만 버티자, 학기중엔 어떻게든 하고 남편이 방학하면 가까운 해외로 한달살기를 가자, 꼭 집에 들어가야하나, 지갑을 안가지고 왔네, 지금 몇시나 되었나, 아 정말 못하겠다,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하기 싫다....등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걷고 또 걸었다. 걷다보니 6km... 집앞 호수 변이 6km 정도였으니 망정이지 10km 였으면 그것도 완주 했을 것이다. 달리기 복장이라 땀났을 때를 대비해 얇은 복장이어서 서늘해진 기온으로 몸이 쑤시기도 했다.
엄마! 걱정했자나~~ㅠ
내가 나가서 한시간인 넘도록 연락이 안되니 딸아이가 걱정을 많이 했나보다. 속으로 고것 참 샘통이네, 역지사지네!라며 희열을, 그러나 울먹이며 안기는 모습에 애잔함도 느꼈다.
부엌에는 남편이 해동해둔 오늘의 메인 반찬을 조리하고 있었다. 오... 왠일이야!!!
다행이 밥은 해놓고 간덕에 반찬을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됬었다. 아이에게 식사 준비를 돕게하니 너무 잘 하는 것이다. 남편도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조리설명서를 차근히 읽으면서 꽤나진지하게 요리에 임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직전 까지도 집에 오기 싫었는데,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참으로 단순하다.
어쩌면 내가 이들을 책임지려는 마음이 앞서, 내가 그 빈곳을 가득 채우려고 한건 아닌지.
엄마 관심은 언젠나 받을 수 있어서 함부로 해도 받아내고
애정의 표시라는 밥한끼 차려놓고 설거지를 요구하는 행위로
스스로 가혹한 상황에 내모는지도 모르고
내 책임감을 채우려고 이들의 영역까지 채워버린건 아닌지도 생각이 들었다.
빈곳을 허용하자. 나에게도 저들에게도.
걷자, 뛰자,
사춘기아이들 둔 엄마들이여.
걸읍시다!! 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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