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도 중요해
언제선가부터 갓생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다. 갓생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아보면 부지런히 일상을 꾸려가는 삶을 일컫는 말로 정리된다. 어떤 일을 하든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달리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갓생을 산다고 표현한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로 살 수 있는 약간의 시간마저도 과하게 활용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미덕이 된 것 같다. 빈틈없이 시간을 활용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자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삶을 우리는 동경한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묘한 압박감이 생긴다. 쉬면서도 자꾸만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갓생이라는 말은 각자의 속도, 각자의 능력치를 무시한 채 달리게 만든다.
나도 한때는 그런 삶을 살았다. 갓생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이었다. 21학점씩 들으면서 알바를 두세 개씩 하고 대외활동도 끊이지 않고 했다. 바쁘게 살아야 우울하지 않다는 말로 핑계댔지만, 돌아보면 열심히 사는 나에 취해 있었던 순간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게 산 결과는 어땠냐고? 매일 아팠다. 몸 여기저기에 통증을 달고 살았고, 우울함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짙어졌다. 쉼을 모르는 삶에 기쁨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분명 멋진 삶이다.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갓생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고통을 맛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갓생이라는 말이 정말 허상이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이제 나는 갓생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갓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을 따라하지도 않는다.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우리는 달리기만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거니와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나를 불태우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인생은 없다. 열심히 했다면 열심히 쉬는 것도 필요하다. 제때에 쉼표를 그릴 줄 아는 삶이야말로 진짜 멋진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