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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Jul 11. 2019

패키지를 자유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621-2

스플리트/트로기르

 휴식을 끝내고 리바 거리 사진을 사정없이 찍은 뒤 우리는 다시 라벤더 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1. 아무리 생각해도 호~옥시나 몇 개 더 사야겠다. 2. 생각보다 살 물건이 없어서 이거라도 더 사야겠다. 가 이유) 이번에는 '라벤더 할아버지 집'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이미 산 물건을 내보이며,

 "우리 또 왔어요" 했는데 이해하셨는지 모르겠다만 한국 사람이 많이 산다는(이미 우리가 산) 물품을 선보이신다. 각자 필요한 만큼 더 샀더니(개당 15쿠나였던 거 같은데 이것저것 해서 몇만 원어치 산 것 같다.)또 서비스로 작은 라벤더를 하나씩 더 주신다. 그리고 딸이 했던"또 와요"라고 인사하셨다. 아마 한국인 관광객 누군가가 알려준 말이 아닐까. '또 오세요'도 아니고 '또 와요'라니 어쩐지 더 다정하다. 근데 두 번째 방문할 땐 사진 찍어야지 해놓고 또 까먹었다.


 그리고 더위를 식힐 겸 남문 아래 지하 기념품 가게로 갔다. 딱히 살 만한 건 없는데 '꽃누나'에서 김자옥이 이곳에서 춤을 추며 스탭들에게 "왜 내가 창피해?"라고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티비에서 보는 것보다 길이가 짧았고 나도 기념품보다 김자옥이 먼저 생각났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이지만 그렇게 즐겁게 춤을 추던 사람이 이제 없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켠이 아린다.(요즘 mbc on 채널에서 금순이 드라마가 다시 하길래 종종 보는데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근데 여기도 사진은 안 찍었네. 더위가 원수구나.(라며 또 핑계) 

 이곳에서 우리 일행 부부를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대뜸 아줌마가

 "우리 아까 헤어졌던 거기서 보는 거죠?"라고 물었다.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아저씨가 끼어들어,

 "피자집 앞이라니까."라고 말을 가로막았고, 내가

"피자집 앞에서 보는 거 맞아요."라고 힘을 실어주자 의기양양해진 아저씨는

"내가 뭐라 그랬어~왜 사람 말을 못 믿고!"라며 아줌마를 구박했더랬다.

아마 꽤 오랫동안 각자 아는 게 맞다며 우겼던 모양이다. 얼마 전 읽은 박혜란 선생님 책에 따르면 나이 들수록 건망증과 더불어 우기는 것도 심해져서 중년 이후 부부 싸움의 소재는 대부분 거기에서 파생된 거라더니 그게 맞는 것 같다.

하긴 우리 엄마 아빠도 별다르지 않다.ㅋ


*roof 68*

 얼추 다 보았는데 약속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 가량 남아 있다. 엄마는 벤치에 앉아서 좀 쉬자고 했고 나는 그러면 뭐라도 마시자고 카페에 가자고 했다.(나는 이제 부우자니깐!) 이렇게 시간이 빌까 봐 호옥시나 나는 또 카페 공부를(!)해왔고 때마침 내가 알고 있는 카페가 바로 눈 앞에 보였다.

2층에서 보는 스플리트도 평화로웠다.

엄마가 마시려던 메뉴는 주문할 때마다 자꾸 안 된다고 해서 3번의 시도만에(근데 뭐였는지 기억 안 남) 주문 완료하고 나는 또 레몬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마셔도 화장실은 계속 안 간다. 계속 계속 덥다. 2층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주변도 둘러보며 여유를 부린다. 너무 복잡했던 어제의 두브로브니크보다 훨씬 여유롭다. 크로아티아를 가면 두브로브니크는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지만 나에게 두 번째 갈 선택지를 준다면 어딜 선택할지 모르겠다. 스플리트가 생각보다 매력적이어서.


원래 오늘은 스플리트 오후 반나절 자유 일정이 끝이지만 가이드는 내일 일정 하나를 당겨서 오늘 미리 보고 내일 두 번째 도시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자고 의견을 물어온다.(사실 이건 답정너)그래서 내일 있을 트로기르 일정을 오늘 소화하기로 한다.
 가는 길, 가이드는 휴게소에 들어서기 전 화장실을 안내해 주었다. 두 군데 화장실이 있다. 둘 다 무료이다. 이용하시고 돌아오시라. 가까이 안내된 곳으로 가니 먼저 내린 아줌마들이 화장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웅성대며 서 있었다. 입구에 돈을 받는 듯한 사람과 돈을 내는 상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분명 무료 화장실이라고 들었는데 잘못 들었나? 하고 있는데 화장실 앞에 서 있던 직원이 말한다.

 "도네이션!"

 "뭐야, 동전 없는데."

 "공짜라고 하지 않았어?"

 직원이 더 크게 소리 질렀다.

 "도네이션!!"

"어우, 나도 저리로 가야겠다." 

앞에 서 있던 아줌마들이 우르르 반대편으로 이동해 나갔다. 

 그랬다. 돈을 받는 듯한 사람이 서 있자 아줌마들은 유료 화장실인 줄 알고 머뭇거렸고 못 들어가고 머뭇거리자 직원은 도네이션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아줌마들은 돈을 내라는 소리인 줄 알고 더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간 것이고 직원은 더 크게 도네이션이라고 외친 것. 상황이 재밌고 아줌마들이 귀여웠다.ㅎㅎㅎ 

 내가 돈을 안 내고 쓱 들어가자 내 뒷사람들은 따라 들어왔다. 


트로기르

세계문화유산이 드물어야 아~할 텐데 여기도? 란 생각이 들게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곳이 크로아티아 곳곳에 있다. (근데 뭐 워낙 비슷비슷한 느낌의 도시가 많음)

 중부 유럽에서도 보존 상태가 우수한 역사 지구인데 200~300년 이상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그리스, 로마, 베네치아 등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만... 사실 되게 특별한 게 있는 곳은 아니다.

 성 로브르 성당의 '아담과 이브'의 현관 장식이 그나마 유명한데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저건가보다~한다.

 오히려 뒤편의 해안선 야자수 길이 이쁘고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왔다.

스플리트와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음...그래도 좀 다르다.ㅋ

처음으로 살짝 바다에 발도 담가 보았다. 

 사흘째까지 핵심 명소 몰아치기 일정이 끝났다. 다음날은 다른 여행사 일정 상품에는 거의 없던, 그래서 막판에 나에게 밤샘 공부를 시켰던(패키지를 왜?라고 묻는다면 그게 나요 라고 답하겠다.) 프리모스텐으로 간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곳은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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