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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Jul 13. 2019

패키지를 자유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622-1

프리모스텐

 원래 오늘 첫날 일정이던 트로기르를 어제 끝(!)냈으니 두 번째 도시 프리모스텐으로 바로 향한다.

 작년 여름부터 준비했던 발칸 여행이 여러 번 틀어지는 동안 조금씩 달라지는 여행사 일정에 맞추어 나는 계속 공부(?)를 해왔는데 출발확정을 시켜놓고 한x관광 상품에서 처음 본 도시가 두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프리모스텐. 검색해도 많은 후기가 나오지 않았다. 아드리아해에 떠 있는 신비로운(?) 마을로 영화 세트장 같은 작은 휴양지 도시라는 것 정도.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겠거니 생각했는데 가이드가 오늘 이곳이 아름다우니 시간을 더 할애하기 위해 트로기르를 어제 일정으로 미리 당긴 것이라 했다.(내 생각엔 가이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인 것 같다.) 단체 관광객이 잘 가지 않는 곳인 데다 아침 일찍 도착했더니 사람도 없고 조용했다.(10시 전이라 상가도 문을 안 열었음)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휴양지의 삼박자

그나마 유명한 언덕 꼭대기의 성 조지 성당으로 먼저 갔는데 10시 오픈이라 성당은 아직 열려있지 않았다. 자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엄마와 나는 다시 오기로 하고 내려와서 여유 있게 마을을 둘러보면서 앉아서 체리도 까먹었다.(여행 내내 체리를 3kg는 먹고 온 것 같다.) 깨끗하고 투명한 바닷물에 아기자기하게 예뻤던 조용한 마을. 생각보다 꽤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둘러보며 구경하다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이드에게 붙들려 신상을 몇 개 털리고는 성당에  가야 한다며 일어나 다시 성당으로  향했다.

  천정 그림이 유명한데 사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건 결국 그곳에서 만들어내는 특이점(!)이 있는 나의 경험이다. 앞서 말했듯 발칸의 성당은 서유럽의 성당과는 여러모로 분위기도 시스템(?)도 달랐다. 그중 하나는 성물방이 별도로 없다는 것인데 여행지 성당에서 성물을 하나씩 사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엄마는 이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다시 올라가자 성당은 오픈되어 있었고  여지없이 '이게 다야?'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와중에 성당 중앙 쪽에 성물방이 있었다. 

 물론 '저거 파는 거 맞아?'라고 의심할 정도의, 판매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작은 책상 위에 몇 개의 묵주와 십자가상이 전부.

 산다면 근데 이거 돈은 어디에....?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직원 임직 한(아니면 어쩌지 걱정함) 사람이 뒤편에 앉아 있긴 했다. 

 묵주도 달랑 3개가 있었다. 30쿠나(5500원 정도?) 

엄마가 하나를 찜! 했고 내가 직원에게 눈짓을 했더니 그가 다가왔다.(직원이 맞았다. 휴. 다행) 새 상품 따위는 없고 찜! 하자 그것을 그대로 포장해줬다. (하루에 묵주 한정수량 3개 파는 거임? 선착순이네?) 

 이후 성당에 다니는 다른 일행이 우리에게 성당 문이 닫혀서 못 들어갔다고 하길래 10시 오픈이라 우린 다시 올라가서 보고 묵주도 샀다,라고 했더니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여기서 산 묵주가 더욱 소중했는데 희귀 템(!)을 샀다는 만족도 있었지만 이후로 갔던 성당 근처 기념품 가게에서 비교해보니 여기서 산 묵주가 터무니없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가성비 짱)

귀여움의 극치

그리고 프리모스텐이 준 또 다른 여행 특이점이었던 젤라토.

지역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으니 다른 정보도 딱히 있을 리 없다. 1일 1 젤라토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프리모스텐에서는 그냥 보이는 데로 가보기로 한다. 계속 레몬맛만 먹다가(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 모험을 즐기지 않음) 멜론맛이 있길래 선택을 해보았다. 엄마가 먼저 받고, 내가 받을 때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급 터키 아이스크림 판매자(?)로 돌변하더니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면서(줄까, 말까, 안주지롱, 약오르지롱 반복) 무언가 뚝딱뚝딱하더니 단숨에 새 한 마리를 내게 선물했다.

 아- 이렇게 귀여울 수가.

 아-이런 감동이라니.

 나는 아이처럼 좋아했고 기뻐했다.(언제 완전히 철이 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사소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결국 그 여행지의 전체 기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물빛이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지만 결국 프리모스텐 여행지에서 내 기억에 가장 강렬히 남은 것은 나만이 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그 순간, 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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