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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Jul 24. 2019

패키지를 자유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623-2

로비니/모토분

성 유페미아 성당의 종탑에 대한 사전 정보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무 계단이며 계단 사이 간격이 넓으니 발 빠지지 않도록 조심'

아...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무척이나 다른 것이었다. 정보가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계단 사이 간격은 뻥~뚫려 있었고 나무 계단의 폭은 아~주 좁았다. 그야말로 조금만 잘못 디뎠다간... 쓰다 보니 또 생각나서 더 말하지 않으련다. 아무튼 무서웠다. 엄청.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엄마는 잘도 올라갔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체력왕으로 통하는데 여행 가서 엄마에 비하면 댈 것도 아니다. 진짜 십 년 감수. 근데 올라가면 또 경치가 좋아서 또 잊는다.(망각의 동물이여) 

 엄마는 나중에 내려올 땐 계단 중간을 보지 말고 계단 옆을 보고 내려오라는 조언까지 하는 여유를 선보이더이다. 다 내려오고 나니 다리에 어찌나 힘을 줬는지 허벅지가 너무 당겼다.(그리하여 그날 밤 휴족시간은 허벅지까지 영토확장)


내려와서 발비아치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근처 과일 시장으로 갔다. 며칠 전에 샀던 납작 복숭아가 더운 날씨에 보관이 힘들었음에도 또 망각하고 1kg 산다. 체리도 또 1kg 구매.(체리 귀신인 나는 크로아티아에서 체리를 너무 싸게! 많이! 먹어서 귀국 후 아직까지 체리를 사 먹지 않고 [=참고] 있다고 한다. ) 호객행위를 하는데 '납작 복숭아'라고 외친다. 내가 웃으니까 한번 더 말한다. '놥좍복숭아' 발음 배우기 힘들었겠다. 생각했다. ㅋㅋ



로비니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준 아기

추가 환전까지 하고 모임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길래 발비아치 근처에 엄마와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난 귀여운 아기.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아기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다.

 유럽에서 아기들을 만났을 때 아기들이 보인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동양인을 정말 뚫어져라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인종이니 너무 신기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아기들이 귀여워서 나도 같이 뚫어져라 쳐다봐주었다.ㅋㅋㅋ

 근데 이 아기는 스스럼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덥석 내 손을 잡았더랬다. 너무 귀여워서 같이 손 잡아주고 엄마가 간식 봉지를 꺼내서 내가 캬라멜을 양 손에 두 개 쥐어주었다.(엄마가 더 주라고 했는데 아기 엄마가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내가 몸 사림..) 냉큼 먹더니 다시 우리에게 왔다. 또 달라고ㅋㅋ(귀여워!!)그래서 엄마가 한 손에 카라멜을 놓았더니 하나씩 집으면서 눈치를 보더라 ㅋㅋㅋ(귀엽다고!!) 엄마가 티셔츠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 캬라멜을 넣어 주었더니 작은 주머니에 고사리 같은 손을 넣어 조그만 캬라멜을 쟁취해 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입 속에 넣더니 기뻐했다.ㅋㅋㅋㅋ 그리고 또 남았나 어쨌나 자기 주머니를 쳐다보는 모습. 너무 귀여워서 엄마 아빠 없었으면 여러 번  깨물 뻔했다. 사진 찍는 흔쾌히 허락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못 보시겠지만요ㅎㅎㅎ

 요즘도 가끔 요 아기 사진을 꺼내서 본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로비니의 기억은 '무서운 종탑 계단' '귀여운 아기'로  요약되었다.


모토분

프리모스텐과 더불어 모토분도 보통 여행 상품에 잘 없는 지역이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는데 나 또 몰라. 또 안 봤음 ㅋ 내륙 깊숙이 들어온 곳이라 교통이 불편했기에 드나드는 사람이 적어 세월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것이 송로버섯 산지.

송로버섯은 훈련된 개를 통해서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구하기도 힘들고 비쌀 수밖에 없다는데 나는 버섯을 안 먹잖아 ㅋㅋㅋ

 높은 지대에 위치한 곳이라 안개가 자주 낀다고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다행히 소나기라서 그치자마자 또 햇빛이 쨍쨍.

비 온 뒤 파~란 하늘

그래도 남들처럼 뭐라도 사긴 해야겠다 싶어서 송로버섯이 함유된 소금을 사고 이제 드디어 슬로베니아로 향한다.


 이 날이 귀국 편 모바일 체크인이 걸리는 날이었는데 잊어버릴까 봐 나는 며칠 전부터 포스트잇에 써두고 계속 기억하고 있었건만 우리의 가이드가 오늘은 그걸 공개적으로 계속 얘기해주네? (힝.. 김 빠져)

 그런데... 두둥!

기가 막히게도 48시간 되는 시점에 슬로베니아 국경에 걸렸다. 문제는 산속 지형이라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산 유심뿐만 아니라 로밍, 와이파이 모두 마찬가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국경 통과할 때는 그냥 프리패스였는데 슬로베니아는 더 잘 사는 나라라 그런가 한 명씩 내려서 일일이 여권 확인을 한다. 줄을 서서도 계속 시도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고 "여기는 터진대요" "누구는 했대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참나. 그게 뭐라고 싶지만 단체 항공권으로 지난번 캐나다 입출국 시 엄마와 자리가 계속 떨어져서 왔기 때문에 나도 똥줄이 탔다.(이래서 패키지 따위가 싫다고! 를  또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면서) 결국 심사를 완료한 후에 딱 2개 남아있던 창가 좌석을 겟 했다.(하지만 나중에 볼 때 큰 의미가 없었다. 만석이 아니라서 가운데 4열에 앉은 사람들은 두 자리씩 차리하고 왔으니)

 아무튼 피 말리는 시간을 지나 슬로베니아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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