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드 섬/블레드 성
슬로베니아로 넘어오자마자 느낌이 다름을 온몸이 알아챘다.
크로아티아와 인접해 있지만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슬로베니아가 너무 좋았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되었다.(크로아티아가 안 좋다는 말이 아니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어떤 느낌이냐면 스위스+약간 북유럽 느낌인데 이 묘사의 함정은 내가 스위스와 북유럽 둘 다 안 가봤다는 데에 있다. ㅋㅋㅋ
유로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물가가 확 뛰어오름을 느낄 수 있었고 숙소가 여태껏 묵었던 중에 가장 좋았는데(패키지 호텔인데 룸 안에 응접실이 따로 있네?) 나라 자체가 알프스 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구석진 호텔의 위치상 알프스 산이 보여 아침, 저녁 산책하며 일행 모두가 호평 일색이었다.
뭔가 크로아티아와 다른 분위기에 모두들 슬로베니아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되었다. 첫 일정은 블레드 섬.
섬이기 때문에 나룻배를 타고 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10~15명 정도가 타는 작은 배로 무동력으로 사람이 직접 노를 젓는다. 헝가리 배 사고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한껏 예민했던 상황. 누군가 사진이라도 찍는다고 잠깐 자리를 움직이면 무게 중심이 움직여서 "어어~움직이지 마세요" 그러면서 벌벌 떨었다는.. 그 와중에 엄마와 나는 사진에 같이 나오니 좀 나와달라고 하면서도 이쁜 언니네는 둘이 움직여도 배가 꿈쩍도 안 한다고 칭찬(?)해주셨다. ㅋㅋㅋ(아줌마 일행들은 나를 '이쁜 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셨다. 이 맛에 가는 패키지? 읭?ㅋㅋ)
도착하면 일단 99개의 돌계단이 나타나는데 남자가 여자를 안고 올라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서 커플, 또는 부부들이 실천하기도 하고(우리 일행의 어떤 A 아저씨가 B 아저씨에게 혹시나 할 생각 하지 말라고.. 배 도착 전에 겁박을 줬더랬다... 그럼 와이프의 구박에 본인도 해야 하니껜 ㅋㅋ) 웨딩 촬영도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성모승천 성당
소원을 들어주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라고.. 입장료가 있는데(무려 1인 6유로) 들어가면 성당은 별로 볼 것이 없지만 성당 안에 들어가면 제대 앞에 종의 줄이 내려와 있는데 이걸 당겨서 종을 3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생각보다 줄을 당겨서 종이 울리는 게 쉽지 않은데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몸의 반동을 이용하여 당겨야 함. ㅋㅋㅋ3번 울려야 하는데 우리 막 열댓 번씩 당긴 듯.. 6유로 값이여유 ㅋㅋ
이제 남은 자유시간을 즐기기 위해 사진을 또 5 천장씩 찍고(정말 여기 가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ㅠㅠ) 호수 한 바퀴를 거닐었다. 봐도 봐도 예쁜 호수와 신기한 호수 물빛. 그리고 물고기들. 너무 많아서 징그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블레드 섬 관광을 끝내고 중간에 김일성이 머물렀다는 티토별장 부근에서 또 사진을 200장 찍고는 이제 블레드 성으로 간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가운데 하나로 병풍처럼 둘러진 산 배경에 빙하수가 찰랑이는 블레드 레이크의 130미터 위로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 우물, 레스토랑 등등이 있다.
근데 그런 건 다 필요 없고 눈이 닿는 곳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호수 빛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매일 보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광경이겠지?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또 계속 찍는다.
그리고 더위에 지칠 때쯤 점심을 먹으러 간다.
반나절의 블레드는 아주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