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귀국
아빠 넥타이를 살까 말까 아직 못 정한 상태에서 우선 젤라토를 먹으며 고민하기로 해서 여행사에서 준 쿠폰을 들고 빈첵으로 향한다.
자그레브에서 유명한 젤라토 맛집.
원래 자유 시간에 가려고 했는데 여행사 상품에서 갑자기 없던 특전이 생기면서 빈첵 쿠폰을 제공해주었다.
만세!
사람이 엄청 많은데 줄은 별도로 없으니 눈치껏 직원에게 주문하라고 알고 갔는데 알고 준비하고 간 것이 무색하게 사람이 없네?ㅋ 오히려 맛 고르기 전에 직원이 주문을 기다리는 눈치라 서둘러야 했다. 애정 하는 레몬을 또 고를까 하다가 여기는 커스터드와 생크림, 초콜릿이 유명하다고 해서 초콜릿을 주문했다. 그냥 맛있는 초콜릿 맛인데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더라. ㅎㅎ
아빠 넥타이, 트러플 오일, 엄마 성물 중 어떤 것을 살까 하다가... 엄마가 내심 어느 것 하나 포기를 못하는 것 같길래 그냥 다 사! 또 환전하면 되지! 하고 큰소리를 치고(재벌인 줄) 결국 50달러를 추가 환전하고 크라바타로 갔다.
넥타이를 자주 매지도 않는 아빠 넥타이에 목숨을 건 것은 크로아티아가 넥타이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프랑스 30년 전쟁 때 파병된 크로아티아 군인들에게 무사 기원의 뜻으로 빨간 스카프를 달아 준 것이 기원이란 말이 많았지만 인터넷 정보라 확실하지 않다.(왜냐하면 검색하다 보니까 이야기가 가지각색; 암튼 원조인 건 확실)
샀다가 안 하면 어쩌지, 아니야 그래도 원조인 나라에서 사는 건 의미가 있는 거야.. 엄마가 갈팡질팡 자아분열을 보이길래 결국 아빠와 보이스톡을 하고 사진을 몇 개 보내주면서 결정하라고 했다.(하지만 마지막 양자택일은 엄마 뜻으로 낙찰... 뭐... 늘 그런 거잖아?ㅋㅋ)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해준다고 했는데 물어보기도 전에 할아부지가 현금 내면 20쿠나 할인해 준다고 해서 20쿠나 할인받고 330쿠나로 구입.
그리고 비싸서 살까 말까 엄마가 고민하던 자그레브 성당 근처 기념품 가게에 가서 엄마 성물 350쿠나짜리 구매. 아무래도 유럽 성당에서 성물을 구입할 일이 이번이 마지막 일 것 같다는 엄마의 슬픈 고백이 있었지만 엄마! 그건 엄마가 유럽을 이미 다 다녀와서 그래유. ㅋㅋ
그리고 잡화점 가서 남은 쿠나와 카드로 트러플 오일까지 마지막 구입 완료. 캐리어에 남아있던 면세점 뽁뽁이로 공항에서 재포장함.(이런 호옥시나 정신 때문에 면세점 뽁뽁이를 못 버려서 늘 집까지 같이 귀국)
공항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굳이 모닝캄 줄에 설 필요 없이 수속을 빠르게 완료하고 라운지로 갔다.
공항이 작아서 찾기 쉽다더니 진짜 23 게이트 반대편에 바로 있었다.
근데 사람이 너무 많네.
일정 내내 의외로 중국 사람은 별로 없고 일본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이미 자리가 거의 점령당했다.
안마의자 있대서 할 생각이었는데 언감생심이었음.
음식은 먹을 게 없다더니 정말 없음 ㅋㅋㅋ보기엔 뭔가 그럴싸해 보였는데 없음 없음 ㅋㅋ 음료만 종류별로 가득가득. 그래서 같은 것만 계속 여러 번 먹었다. 그래도 공짜로 쉬는 게 어디냐 만족하며 안녕 자그레브! 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늘 기내에서는 잠을 잘 못 자는데 첫 번째 기내식이 나올 때였나 "비빔밥이요" 선택 하자 그 승무원이 내게 "올 때도 저랑 같이 오신 것 같아요" 라며 알은척을 하는 것이다.
"네? 아... 그래요? 아..."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저에겐 경도의 안면인식 장애가 있습니다.) 순간 자그레브로 오는 비행기에서 내가 무슨 진상짓을 했던가 잠시 기억을 더듬었었다.ㅋㅋㅋ(그럴 리가 없겠지만 또 호옥시나 ㅋㅋ) 엄마는 내가 신청한 케이크를 전달한 직원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뭐... 뭔지는 모르겠다만 같이 타고 온 승객이 한 둘이 아닌데 기억해주니 고맙네(진상짓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난 주목당하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니 ㅋㅋ)
언제나 그러하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여행지에서의 시간들.
출발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떠났던 이번 여행. 그래서 그곳의 성당에서 새롭게 빌었던 소원들.
기록을 하며 다시 생각하고 그때 감정을 불러왔다.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행복했던 순간의 나로 데려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