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본 캠핑클럽의 마지막 캠핑
특별히 챙겨봤던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냥 틀어만 놓고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어쩌다 재방 시간에 얻어걸리면 흘깃흘깃 보는 정도였다.
이 방송이 캠핑의 마지막 날이었다는데 하필 이 회를 온전히 다 본건 순전히 내 컨디션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기력이 온몸을 감싸던 차에 감기 기운까지 찾아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짜증 나고 몸이 무거워 이른 시간에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캠핑클럽의 마지막 회를 본방 사수하고 말았다.
핑클의 재결합을 위한 포석 방송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부터 끊임없이 핑클의 재결합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밤이 되었을 때 그 문제(?)는 다시 대두된다.
심리적 부담감, 해외 거주 멤버의 현실적인 문제 등등이 나오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귀결된다. 각자 가정을 이루었으니 자신이 마음 가는 대로만 하기엔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거다. 다들 아직 애도 없는데 왜?라고 이해 못하는 내 마음을 대변하듯 아직 싱글인 옥주현이
"난 뭔지 모르겠다."로 답하고 그 대화에 더 끼어들지 않았다.(못했다.. 고 본다.)
그 소외감을 현실에서는 더 숱하게 겪는다. '넌 애가 없으니까' '넌 결혼을 안 했으니까' 경험이 없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한데도 다수에 의해 강제로 이해하고 양해해주길 요구받는다.
가끔은 "그러면 없을 때와 있을 때를 모두 겪어본 니가 없는 나를 이해해줄 순 없는 거냐?" 따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게 또 슬쩍 삐딱선을 타던 마음이 이효리와 이상순의 전화 통화에서 무너져 내렸다.
혼자 남은 이효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감기에 걸린 이상순을 보며 이효리는 눈물을 훔친다. 혼자 두어서 미안하다고, 공연을 하게 되면 또 혼자 있게 될 텐데 그게 못내 마음이 쓰여 미리 울컥한 듯 보였다.
결국 그 지점이 되어서 나도 눈물을 흘리고 만다. 예전엔 드라마에서 저런 유사한 장면이 나오면 너무 속상하고 샘이나서 울었다.
'누군가 나를 저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내지는
'왜 나는 저런 사람이 없어?'와 같은 약간의 억울함 같은.
예전에 그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감정 중심축이었다.
지치다 못해 연애를 포기하게 된 후의 감정 결은 조금 달라졌다. 이번에 울었던 이유는 서글픔이었다.
상대에게 미안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그 마음.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구나. 저 감정은 이제 내 평생 느낄 수 없는 마음 일 것 같아서 갑자기 너무 서러웠다. 아직 운다는 것은 슬프다는 걸까. 슬프다는 것은 사실은 완전히 포기 못한 건 아닐까.
감기에 들썩이던 일요일 밤, 결국 마음이 들썩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