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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Sep 20. 2019

마침내 간다. 그놈의 마카오

갑자기 프롤로그

"거기 가지 않았어?"  

"가려고 하려다 계속 못 갔지."

이 패턴의 첫 번째가 보라카이, 그다음이 다낭, 그리고 마카오.( 보라카이 다낭은 현재 미션 완료)

마카오는 가긴 갔다. 6년 전 홍콩을 두 번째 갔을 때 당일치기로.

당일로 갔더니 마카오가 훨씬 더 좋아서 마카오만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나도 그 부류에 속했다.(오. 어쩐 일로 주류 편입)

 일단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나의 여행 쇼핑 스타일은 야시장+마트 털기) 홍콩의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에 큰 흥미가 없었고 무엇보다 6년 전 여행 파트너가 어마 무시해서(친한 사람들이 아니고선 얘기를 꺼낼 수도 없다. 지금도 얘기하면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 아니냐고 자꾸 의심한다ㅠㅠ세상에 진짜 그런 사람이 있냐고. 있어! 있다고! 존재하는 인물이라고!!-지금은 다행히 연을 끊었다-) 홍콩이고 마카오고 뭘 보고 왔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경도의 해리장애를 겪은 것이 틀림없다.) 여행이라기보다 '수발'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2년 전부터 가려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 몇 번이 계속 엎어졌다. 올해부터는 '아직도 안 갔냐 그 마카오? ' '가야 끝나지. 그놈의 마카오' 새로운 스토리가 생겼다. 일정까지 다 짜 놓고(오전/오후 비행기 나눠서) 환전 예측까지 다 해놓은 파일이 있으니 여차해서 급하게 떠날 일이 있어도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었다.

 "갈래? 너,  여행은 그때 갈걸 그랬어... 후회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때 가지 말걸 그랬어...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

제법 그럴싸한 말로 파트너를 꼬셔놓고는 막상 "우리 그럼 가는 건가?"까지 얘기가 진행되었을 땐 어쩐지 둘 다 망설이고 있었다.

 큰 소리는 쳤지만 가까운 나라 3박 5일을 갈 때에도 최소 두 달은 준비하는 나로서는(유럽은 5~6개월 소요) 막상 열흘 남은 시점에 여행을 준비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딱 한번, 회사 위에 놈이 연말에 자기 쉰다고 강제로 모든 직원의 본인 연차 까고 쉬라고 했을 때 열 받아서 이주도 안 남은 시점에 급 보라카이를 간 적(보라카이 요때 갔네잉) 있었다.(다음 해 이탈리아 갈거라 이미 탈탈 털린 연차를 아끼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가서 보라카이에서 태풍 만나서 집에 못 오고 항구에서 몇 시간 비바람 맞고 결국 하루 더 잤는데 다음날 공항에서  12시간 노숙하고... 계속되는 위에 놈 폭정에 결국 몇 개월 뒤에 퇴사하고 만 파란만장한 보라카이 앞뒤 여정기...)

 작년에 준비했던 자료인데 성격상 또 최신자료를 업데이트하자면 시간이 걸린다.(강박증은 쉬이 고쳐지는 게 아닌...) 나눠서 할 수도 없는 게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못 견디니까 남을 시킬 수도 없다.(쓸데없는 완벽주의는 정신을 좀먹게 합니다...)

 그리고 가난 배틀을 붙고 있는 너와 내가 지금 이 시점에 이래도 되는 거 맞니?라는 심리적인 부담과 불안이 무엇보다 컸다. 나에게 다행인 점이라면 기가 막히게 이때에 난데없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을 받았다는 것이다.(이 나이에? 사랑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만세!!)

 거기다 옵션으로 컨디션까지 계속 좋지 않다. 10월 중순까지 해야 할 일도 생겼다. 7월 한국사 시험 준비할 때처럼 모든 게 겹쳤네? 근데 그때 보니까 내가 결국 하긴 하더라고. 


그래서 결국 질렀다.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외려 항공권과 호텔의 가격은 사전 조사보다 저렴했다. 나머지는 이제 또 나의 열공(?)으로 채우고 내가 한 말에 책임지듯 '여행은 가서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곳의 사진들을 다시 보니 어느새 또 가슴이 뛴다. 완벽했던 작년의 자료들도 새로 검색하니 몰랐던, 달라졌던 정보들이 계속 튀어나온다.(이래서 어른들이 공부는 평생 하는 거라고 한 거구나.. 아무 말이나 막 하기ㅋㅋㅋㅋ)

 언제나 출국을 하면서 그곳의 좋은 기운이 내 안 곳곳에 퍼져주길, 그리하여 조금은 달라지는 내가 되길 바란다. 현실의 내가 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적어도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지금을 준비하는 내가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것이 돈으로 여행을 산,

그러나 돈 만으로는 살 수 없는, 

 여행이 언제나 내게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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