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처럼 개봉날 장사리 보기(스포는 없음)
무엇이든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어하는 나는 영화도 개봉작은 잘 안 본다. 그러니까 개봉 후 어느 정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리면 보는 편이다.(너무 보고 싶어서 개봉 전 이미 보기로 정해놓은 영화 제외)
개봉 당일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또 '어쩔 수 없이'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고 무제한 요금제 혜택에 딸려 나오는(?) 한 달에 한번 무료 영화 관람은 남은 9월 중에 오늘 밖에 시간이 안 났기 때문이다. 거기다 시간대가 가장 적절한 영화는 개봉작 '장사리'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현 정권의 방향과 배치되어 스크린 축소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던데 내가 본 이 영화는 이념 얘기도 아니고 전쟁 영화도 아닌, 그저 우리가 잘 몰랐던 학도병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또 미국은 미국대로 각자 그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낳은 비극에 자연스레 공감이 되도록 그려졌다.
화려한 전투신과 전쟁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나 "잘 모르고 있었던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는 감독의 연출 계기와 시점이 맞아떨어진다면 만족할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김명민이 나오는 것만 알고 보러 갔는데 전쟁 중에 저렇게 잘 생겨도 됨? 저것이 사람의 옆선인가? 란 생각에 오히려 몰입을 빼앗은(!) 민호와 김성철 배우가(처음 알았음)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뻔해 보이지만 각자의 이유와 명분이 분명한 캐릭터가 좋았고 전쟁영화랍시고 피가 낭자하고 과한 총격 신보다 학도병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진정성을 잘 드러내 주었다.(찾아보니 실제로 학도병들의 인물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와이어에 의존한 방식 대신 롱테이크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2주의 훈련, 평균 나이 17세. 총알받이로 투입된 전투. 기밀작전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희생.
과연 이 땅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 중에 알고 있는 일과 모르고 있는 일 어느 쪽이 많을까?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은 게 비단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이렇게 감정을 많이 건드리는 영화인 줄 알았으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드라마를 끊은 두 번째 이유건만!) 혼자 본 덕에 마음껏 울었다.(양 옆에 사람도 없어서 더더욱 맘껏?)
그래서 감정이 휘발되기 전에 이렇게 일기(리뷰라고 하기엔 너무 내용이 없다ㅋ)부터 써제낀다.
바빠 죽겠는데! 낼모레 출국인데 짐도 하나도 안 싸놓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코까지 풀고 나온 내 감정한테 너무 미안해지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