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래서가 아니고.... 꿈을 엄청 많이 꿨어... 무슨무슨 꿈을 꿨냐면 말이지...(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화장실 똥 꿈도 꿨다구...카지노를 해야겠어!"(미괄식 구성)
"어머, 그거 좋은 꿈인데?"
"근데 사실 나 이런 꿈 되게 자주 꿔.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어. 하하하"
잠 덜 깬 헛소리를 끝내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시작한다. 호텔 셔틀을 이용해서 마카오 반도로 넘어갈 수 있는데 호텔 셔틀의 시간은 수시로 변한다. 내가 최신 정보를 알아본 바에 따르면 COD 셔틀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첫 차가 10시 반으로 너무 늦었다. 해외만 나가면 일찍 일어나서 일찍 준비하는 착한 어른이가 되므로 더 이른 시간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싶었던 나는 전날까지 더 빠른 호텔의 셔틀버스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었고 9시부터 움직이는 윈 호텔 셔틀을 기어이 알아냈다. 가는 방법까지 엄청난 시간을 들여 알아냈는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10시가 다 돼가네? 그냥 COD 셔틀 탈래? 그래 그러자. 너무 싱겁게 합의 도출. 15분 전에 줄 서서 무난히 첫 셔틀버스를 탔다. 타이파 반도에서는 호텔마다 와이파이가 가능했지만 이제 마카오 반도로 넘어가면 친구 전화기에만 장착한 유심 하나에 의지해야 하므로 나는 잠시 속세와 안녕!
카페 이 나타 마가렛츠
1일 1회 에그타르트
엠퍼러 호텔에 내려서 그 유명한 세나도 광장까지 가는 도보 10분 거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카페 이 나타 마가렛츠로 간다. 로드 스토우 명성에 도전하는(?) 곳인데 로드 스토우 사장 전 부인이 차린 가게라고 한다.(블로그 정보)
우리는 약간 헤매다가 찾았는데 다들 어떻게 왔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여기서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 잠시 보았다. 이른 점심을 곧 먹을 예정이라 한 개씩 만 먹었다. 그리고 너무 더워서 밀크티도 한 잔. 미식가가 아니어서 나는 맛의 세분화된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것도 '맛있음'. 달걀 맛이 더 강하고 로드 스토우보다 조금 더 달고 부드럽고 담백하다고 평하던데 모... 모르겠어요. '맛있다 ' '안 맛있다' 나는 이거 두 개 밖에 할 줄 모름.
세나도 광장
세나도 광장 그리고 포르투칼식 바닥 타일
5분 남짓의 거리를 또 두리번거리다 겨우 찾아왔다. 마카오 중심지로 불리는 곳. 세나도는 포르투칼어로 '의회'라는 뜻이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남아 있어서 '동양의 유럽'으로 불리는데(동양의 유럽이라 주장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지만) 6년 전에는 포르투칼 가기 전이라 몰랐던 바닥의 물결 타일들이 이제 더 눈에 들어온다. 그래 포르투칼 가니까 진짜 이렇더라 혼자 중얼거리면서.
중국의 춘절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뭔가 이상한(저 뒤에 토끼 같은 것)것들을 잔뜩 해놨는데 중화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식들인데 난 별로.. 그냥 깔끔한 마카오 풍경이 보고 싶어서. 잠깐 사진 찍는데 더워져서 찍었지? 됐지? 하고선 자,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세나도 광장 맛집 윙치케이
식당내부와 먹었던 음식들
맛집으로 알려진 바로 앞에 있는 윙치케이로 간다. 60년의 역사로 대기 번호를 받아서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데 대기번호가 300번까지 가면 다시 1로 돌아오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손님이 많고 자리가 협소해서 합석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 여유로운데? 심지어 3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2인석 테이블이 있길래 냅다 그 자리를 낚아챘다.(가방 던져서 잡아챈 거 아님) 조금 이르게 들어가서(맛집인데 예약이 안 되는 식당들은 늘 이렇게 치고 빠지기 방법을 쓴다.) 그랬던 거 같은데 우리 이후로는 다들 합석을 하고 나올 때는 대기표를 받아서 다들 기다리고 있더라.(나올 때 이런 풍경을 보게 되면 몹시 흡족함. 마음에 악이 가득한 모양이다...)
역시나 한국 사람 많이 시킨다는 완탕면과 계란 볶음밥을 시키고 공심채 나물까지 시켰는데 저게 몹시 맛있었다. 태국의 모닝글로리와는 조금 다른데 약간 그 느낌 나는?
이 집이 또 유명한 이유는 가성비. 저렇게 시키고 147인가 나왔다.(2만 2천 원 정도-마카오는 물가가 절대 저렴하지 않다.)
성 도미니크 성당
성당 외경. 성물전시관
노란 성당으로 유명한 성 도미니크 성당으로 간다. 6년 전엔 이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성당 내부도 볼 수가 있고 옆 문으로 들어가면 4층까지 있는 성물박물관? 도 볼 수 있었다.
성당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천정에 그려진 무늬는 포르투칼 왕가의 문장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성당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공사 중이라네? 왜 또 내가 올 때...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세인트 폴 성당
마카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세인트 폴 성당으로 향한다.(이 짧은 길을 또 우린 두어 번 헤맸다.)
건축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으나 화재로 인해 전면과 계단, 벽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소실되었고 세 번의 화재로 현재는 파사드만 남아있다.
앞면만 건재
17세기 초에 이탈리아 예수회 수도사들이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18세기 선교사들이 추방당한 후 군 시설로 사용되었다. 뒤쪽으로 가면 지하 예배실과 종교 예배 박물관이 있는데 남아 있는 유적물들은 별로 없다.
전면부의 파사드만 남아 있는 게 참 신기하다. 이유가 있겠지?
사람들이 몰려들고, 사진을 찍고 또 그러면서 랜드마크로 유명해지는 것이 이렇게라도 남아있는 성당 존재의 이유일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존재의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갑자기 도사님 모드)
여기 늘 사람이 바글거려서 사진 찍기가 힘든데 이 정도면 사람이 없고 한산했다. 더위를 참아가며 여자들이 다 한다는 SNS용 사진을 여러 장 찍고(그런데 둘 다 SNS 안 함?ㅋㅋ) 몬태요새로 간다.
몬태요새
다들 대포로 저 리스보아 호텔을 조준하는 사진을 찍길래
성당 오른쪽에 있는 17세기에 지어진 포르투칼군의 요새다. 실제로 요새를 이용했던 경우는 한 번인데 네덜란드 침입 당시 네덜란드 화약고에 명중하면서 이겼다고 한다. 현재는 기상관측소와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고 마카오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기 좋다고 해서 갔다.
표지판 갈림길에서 마카오 박물관 쪽으로 가면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길을 모르고 걸어갔다간 지옥의 문을 두드리고 온다고 한다. 너무 더워서 ㅋㅋ 에스컬레이터로 잘 찾아간 우리도 몹시 더웠다. 하늘이 새파랗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지만 올릴 데도 없는 SNS용 사진을 또 마구잡이로 찍어대고 급하게 내려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