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sepina Jul 10. 2019

패키지를 자유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619-2

자다르

 오전 일정을 끝내고 점심을 먹는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중 반드시 포함되는 게 바로 음식. 그냥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한국 음식을 안 싸올 수 없는 이유. 플리트비체의 숭어 구이가 특식이라며 상품 특전에 내걸려 있었지만 왜 이 음식이 특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이드도 모를걸? 나는 편식은 해도 다행히 미각은 둔한 편이고 패키지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라 그냥저냥 먹는다. 이 날 점심 화두는 이 특식과 함께 내일 있을 전일 자유일정의 두브로브니크. 뭐 적어도 우리 포함 6명의 식탁에서는 그러했다.


내 옆 부자 아줌마 : (날보고, 몹시 교양 있는 말투) 내일이... 자유 일정이던데.. 점심 먹을 곳 찾아봤어요?

나 : 네? 아.. 네.. 한 열 군데 찾아봤는데...(진심) 그중 세 군데 중 하나 가려고요.

부자 아줌마 : 어머.. 우린 아직 못 알아봤는데... 어디 갈 거예요?

나 :(주섬주섬 자료집 꺼내서) A랑 B, C 중에 갈 건데.. 전 B로 갈까 해요. 한국 사람들은 A에 많이 간대요.

부자 아줌마 : (내 자료 뒤적뒤적) 이거.. 사진 좀 찍어도 돼요?

나 : 네. 찍으세요(찍은 후 뒷장 넘기며) 여기는요.. 어떤 데냐면요... 블라블라..

보고 있던 앞 40대 부부 중 남편,

남의 남편 : 그거 찾아오신 거는.. 관광객 위주 식당이에요? 아니면 현지인들이 가는 데예요?

나 : 두브로브니크는 워낙 유명 관광지라 다 관광객 식당이에요. 

남의 남편 : 메뉴는 뭔가요?

나 : 메뉴는 다 비슷해요. 해안 도시라서 해산물 요리가 많고 특히 문어 요리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부자 아줌마 :  (40대 남편 보고) 그러지 말고 거기도 이거(자료) 사진 하나 찍어가요.

남의 남편 : (갑자기 구구절절) 아.. 저희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 여행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와서, 출발 전까지도 국내 여행 갔다가 바로 비행기 탔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내일 점심 같이 드시는 건 어때요?


응. 그래.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내가 보조가이드화(?)된 것은...

그 부부는 우리 앞자리에 앉았는데 뭐만 하면 뒤돌아 내게 질문했다. 와이프가 남편에게 뭐라 뭐라 하면 남편은 나에게 고갯짓 하면 "물어봐"라고 했고(안 들릴 줄 알았지?ㅋㅋ) 거창한 대답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돌아온 질문은 허무하게도 "이거 동전 다 합하면 1유로 맞아요?"였다.ㅋㅋㅋ

그리고는 "드디어 쿠나가 생겼는데 모르겠어요" 라며 손바닥 가득 동전을 보여준다.

응? 뭐라고? 질문의 요지가 뭐지? 내가 읭? 하는 표정을 짓자 "쿠나 개념이 안 생기네요." 하길래 원하는 답이 이것이냐 한 마디 해주었다. "1유로가 7쿠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환전할 때는 1유로 7.3 쿠나 정도 해주면 은행 환율 정도로 괜찮게 받는 거고요" 하니까 그제야 고개를 끄덕끄덕 하신다.

 그렇게 가이드가 되어 가고(?) 있던 중 자다르에 도착.

 자다르는 교통의 요지로 석양이 예쁜 곳으로 유명하지만 패키지 특성상 그걸 볼 수는 없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패키지가 아니므니다.ㅋㅋ 태양의 인사도 LED를 조합한 태양 집열판이 낮 동안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밤이 되면 불빛을 뿜어내는 게 아름답다는데 그건 다행히(?) 어차피(!) 공사 중. 

 대신 가장 유명한 바다 오르간은 보았다. 보았다? 아니 들었다. 계단 밑에 35개의 파이프(구멍)가 설치되어 있는데 파이프에 파도가 부딪치면서 신기한 소리가 난다. 도착할 때부터 이 소리가 났는데 지금 생각하니 왜 동영상을 안 찍었을까. 이건 소리가 들려야 제맛 인디. 멍충이 같구나.

요르케 생긴 구멍에서 소리가 난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다들 오래 있지 못한다. 가이드는 자다르 메인 구시가지로 이동해 다다다다 설명하고(아무도 안 듣는 것 같았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환율 좋은 환전소와 젤라토 집, 슈퍼를 알려준다. 가이드가 알려준 환전소로 가던 중에도 나는 혹시나(가이드를 못 믿어서라기보다 그냥 성격.. 약간 못 믿기도 했..)가는 길에 있던 환전소들 환율을 체크하며 걸었고 나 말고 환전을 하기 위한 무리가 여럿 함께 움직였는데 가이드가 알려준 환전소는 환율은 좋았으나 지금 문을 닫았네?

모두 함께 당황했고 근처 환전소들을 봤는데 환율이 안 좋음. 그러다가 누군가 "여기 열었어요" 해서 2층까지 올라갔는데 노노. 환율이 6.4던가 말도 안 됨. 나는 급하게 다시 내려왔고 마침 그 40대 남의 남편이 왜 그냥 오냐 묻길래, "환율이 너무 안 좋아요."라고 했더니 또 와이프에게 "역시.. 거봐. 저기만 따라가면 된다니까"라고 했는데 그 부부만 따라온 게 아니라 나머지 일행들이 우르르 다 따라옴. 왜냐하면 나는 오는 길에 두 번째 환전소에서 환율이 7.1인걸 봤거든. 첫 환전이라 많은 돈을  환전해야 했기에 환율은 무시할 수 없었다.(물론 이후에 소액 환전을 할 때에도 근처 환전소 최소 세 군데는 비교해서 했음) 그렇게 7.1 환전소에서 일등으로 환전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은(!) 나는 슈퍼에서 음료도 사고 엄마 치약도 사고 첫 젤라토도 사 먹었다.  

 나는 이제 돈이 많다. 하하하!! 하지만 이후 돈을 급속도로 쓰기 시작함...... 다음날부터 탕진의 여행이 이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키지를 자유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619-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