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감사와 감동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제학회도 당연히 기존처럼 진행될 수 없게 되었다.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나는 잘 모르지만) 유명 학회 일정이 금주 내내 잡혀 있어서 다들 매일 오후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학회였다면 안 듣고 싶어도 듣게 되어 업무 중에 신경이 쓰였을 수도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진행이라 알아들을 수 없으므로(자랑이다..) 무신경했고 무관심했다.(영어도 모르는데 영어+전공 얘길 내가 어떻게 알겠어...)
첫날 오후,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책상 위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
엥? 이것은 무엇인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아니던가?? 누가 올려놨지?
얼마 전 재물조사 기간에 세 개 중 한 개를 분실해서 찾아다녔던 그 헤드폰 같았다.
어? 어디선가 찾으셨나 보구나. 찾았다고 두고 가셨나 보네.
그렇게 혼자 단정 짓고는 무심하게 헤드폰을 서랍장에 잘 넣어두었다.
다음날 오후, 다시 또 큰 소리로 쉼 없이 출력되는 영어의 홍수에 잘도 빠지지 않고(좀 빠져봐라. 제발) 내 일에 열중(!) 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어제 그 헤드폰.."(헤드폰 쓰는 모션)
"아! 그거 찾으신 거예요?"
"아니.. 시끄러우니까 그거 선생님 쓰라고 둔 건데.."
"아~? 전 교수님이 잃어버린 거 찾으신 줄 알았어요."
아...! 그런 거였다.
잃어버린 헤드폰을 찾은 게 아니라 계속되는 영어로 내 귀가 시끄러울까 봐(!) 소음(?) 막으라고 교수님이 쓰라고 내 자리에 두신 거였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니까..)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곱씹을수록 되게 뭉클했다.(감동병 있는 자)
큰 배려는 생각하고 행동하기 쉬운 반면, 미처 생각지 못한 작은 것까지 배려할 수 있는 것은 진짜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의 습관이자 평소 성격이고 인품인 거라서.
짧은 순간 마음이 잔잔하게 일렁였다.(울컥병 있는 자)
괜찮아요. 교수님. 영어 듣기 평가하는 기분으로 듣고 있어요. 근데 안 들려요... 단어만 나열되다가 흩어지네요..(라고 속으로 대답했다.)
매년 해봐야지 하면서 시작도 안 했던 야나두를 이제 해야 할 때인가 보다. (응?)
올해는 다 갔으니까(엥?) 내년에 해야지.(발전 없고 싶으면 이렇게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