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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Nov 21. 2020

넌 괜찮아? 난 안 괜찮아!

대체할 수 없는 것들.

 놀면 뭐하니 환불 원정대 편 마지막 공연에서 그녀들은 결국 눈물을 흘린다. 텅 빈 관객석 자신들만의 공연이라고 생각했던 무대가 관객들의 함성과 떼창으로 채워지던 순간에.

 아무도 없지만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끼리 열심히 해보자는 그녀들의 당찬 다짐은 형체 없는 팬들의 소리만으로도 주체 없이 흔들리고 말았다.

 지켜보던 나는 따라 울지는 않고(어째 용케도 이건 안 따라 울었네.) 대신 마음의 소리를 뱉었다.

 '거봐. 안 괜찮잖아. 없는데 어떻게 있다고 생각해. 괜찮아야 괜찮은 거지.'


 일상 곳곳에 파고든 비대면의 그림자(?)는 내게 가장 중요한 '여행'과 '공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언니 : 이런 식으로 문화가 변경될 것 같기도 해. 드라이빙 공연을 한다던가... 온라인 공연이 대중화된다던지..


디폴트 값으로 배알이 늘 어느 정도 꼬여 있는 나는(찌질한데 좀 솔직한 것 같네?) 괜히 또 심통을 부린다.


나 : 쳇! 뭐 나처럼 차 없는 사람은 갈 수도 없는 거잖아? 차 없으면 보지도 말라고?(왜 또 화를 낼까..) 그리고 공연은 맨 살이 닿는 느낌이어야지.(우리 가수 오빠가 늘 하는 말.) 공연장엘 왜 가는데? 직접 보고 라이브로 듣고 같이 뛰고 느끼려고 가는 건데 차에서 본다? 노노~전혀 느낌이 오지 않아. 온라인으로 볼 거면 공연 실황 DVD로 보지(옛날 사람이라 이런 표현밖에 못함) 뭐하러 실시간으로 봐. 난 우리 오빠가 그렇게 공연을 한다고 하면 아무리 좋아해도 그걸 굳이 돈 내고 볼 생각 없어. (라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어제 우리 오빠 라방에서 언택트 공연을 생각 중이라고 해서 찐팬 자존심에 봐야 하는 건가 혼자 고민에 빠졌다.)


 뭐든 언택트가 유행이란다.

 단풍구경도, 해외여행도 랜선으로 떠나고, 착용하면 고개가 고꾸라질 것 같은 VR 안경까지 끼고 보면 진짜로 거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쳇! 인정할 수 없다. '같은'거지 진짜가 아니잖아?

 얼마 전 언택트 공연을 한 아이돌 그룹은 수만 명이 동시 접속하여 콘서트를 보았다며 저렴한 입장권으로 몇 배로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을쏘냐 자화자찬을 했더랬다.

 아니야.. 그러지 마.. 그렇게 자위하지 마. 그렇게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거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무슨 의도인지 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하면서 비정상적인 이 상황을 이겨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완전하거나 온전하지 않아도 흉내라도 내면서 견디고 싶어 한다는 것을.

 하지만 늘 그렇게 괜찮은 척해야만 하는 걸까? 난 안 괜찮은데?!


 랜선 여행 따위 감질나서 하지 못한다.(그러면 더 가고 싶어서 큰일 난다..) 언택트 공연도 흥미 없다.(옛날 사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하늘 길이 열리면 내 발로 직접 밟고 그곳의 냄새를 맡을 거고, 콘서트 장에서 방방 뛰고 소리 지르며 비말을 마구 내뿜을 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방청 가서(나 당첨 잘 되는 사람인데 이것도 이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지만) 오늘 누구 나오나 기대하는 시간을 조용히 꿈꾸고 있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도 변할 수 없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비대면이 대세라는데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왜 할로윈에 말을 쳐 안 듣고 밖으로 뛰쳐나가는가?(시점을 말하는 거지, 유흥 문화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나도 한때 유흥 열심자였기에 유흥 문화를 비난할 자격이 없..) 랜선 여행이 유행 이라는데 왜 여행 카페엔 주위에서 뭐라든 지금 난 가겠다는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씩 튀어나와 싸움판을 벌이게 하는가?(너만 가고 싶은 줄 아냐?라고 싸움판에 참전하고 싶었지만 쫄보라 속으로만 화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이런 지점들이 정확한 반증이다. 뭘로도 채울 수 없는,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아무리 애쓰고 괜찮은 척해봐도 괜찮지 않다고. 진짜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마음은 고맙지만 '힘내' '잘될 거야' 같은 위로는 공중에서 흩어질 때가 많고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다.'라는 별 말 아닌 것 같은 공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냐의 차이라고도 본다.

 안 괜찮으면 그냥 안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진실로 우러나온 정신승리가 아닌 억지 긍정은 싫다. 남을 속이던 거짓 감정에 나까지 속아 넘겨 봤자 결국 어디선가 어떻게든 탄로 나고 마니까. (주로 나는 수면장애와 신체화로 드러난다.) 그리고 여태껏 살아본 바에 따르면(?) 괜찮은 척하는 데에도 꽤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막상  괜찮은 척한다고 괜찮아진 적도 없었다.

 여행 못 가서 어쩌냐는 안부 인사엔 공항 가서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철없는 소리를 내뱉고(역시 차가 있어야 하나보다.. 풀썩) 공연장 가서 소리를 못 지르니 화가 더 많은 인간이 되는 것 같다고 과학적 근거 없는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비정상이 일상이 된 지금의 나는 괜찮지 않다. 바뀐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도태된 인간이라 해도 쿨한 척, 주류인척, 센척하고 싶지 않다.(이건 내 캐릭터가 아니지.)

  그냥  좌절하지만도,  막연한 희망만 품지도 않고 이 시기에 돈을 모아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 일어나 더덩실 춤을  한번 춘 다음에 비즈니스를 타보자는 구체화된  미래를 그리며  안 괜찮은 지금을 담백하고 담대하게 견딜 뿐이다.

(어차피 비즈니스는 못 탈 텐데 너무 긍정 회로 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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