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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Feb 26. 2021

유희열은 유희열이고 유연석은 유연석이지

자주 만나는  벌거벗은 임금님

설 연휴가 지나고 토이 팬카페에 어떤 분이 명절 특선 영화를 보고 글을 하나 남겼다. 요는, 유연석이 나온 영화를 보고 있는데 언뜻 그의 모습에서 유희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는 것. (토이 팬카페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의 댓글에는 동조와 동의, 지지의 댓글이 난무(?)했다. (토이 팬카페라고 다시 한번 말해봅니다.)

 오프라인에서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주목받거나 나서는 걸 싫어하는 나는 무슨 사이트를 들어가든지 여간해선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참지 못하고(?) 한 줄 쓰고 말았다.

 

왜들 이러세요... 화낼 뻔했잖아요...ㅋ<출처 : 토이 뮤직>

 유희열을 좋아한 시간이 유연석을 좋아한 시간보다 3배는 더 길고 깊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단호하게 말해본다.)

 그의 라디오와 이야기가 내 유년시절(이후, 성인시절도)을 버티고 견디게 해 준 데에 큰 지분이 있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정색하고 말해본다.)

 물론 모두 가족 같은 마음에 웃자고 단 댓글이었는데 그 밑에 나를 향한 대댓글에는 정말 웃어버리고 말았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의 어린이라면.. 순수함과 해맑음을 장착하고 결정적인 순간 우렁차게 진실을 외쳤던 그 아이? 동화를 동영상으로 찾아 다시 감상해본다.(흐름 무엇?)


왕이 자신의 백성 중 바보는 없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기에 행사를 거리끼지 않았다는 추측도 있다. 확실히 백성들 중 바보가 있었다면 왕이 벌거벗고 다니는 것으로 보였을 테니 틀린 말도 아니다.

-네이버 나무 위키中-

 나무 위키에 보면 그가 진정 참된 왕이었을 수 있다는 이런 의견도 있지만.. 글쎄.. 백성을 믿었다기보다 백성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벌거벗고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단 한 명도 진실을 말하지 못(안)했다는 점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군림하는 권력과 그 앞의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는 나에게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대세에 파묻혀 있는 듯 없는 듯 모나지 않게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게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사실은 나를 구성하는 여러 영역이 주류보단 비주류에 가깝고 누구보다 반골기질이 강하면서 '보통'의 삶을 소원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볼만큼 봤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갑질 캐릭터를 또 접했다. (어떻게 '갑'들은 비슷한 듯 다르고 다양해 캐릭터가 겹치진 않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회사로 치면 이 정도 표현이면 설명이 되려나.

 "과장 밑으론 나하고  말 섞을 생각도 하지 마. 메일도 보내지 마. 어디 감히. 그래도 마주치면 인사는 90도로 큰 소리 내서 하도록! 안 그러면 쌍욕이 선물로 날아갈지니."

 갑오개혁이 있은지 100년도 넘었는데 그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그의 논리에 따르면 나는 불가촉천민에 속하는데 90도 인사로 끝날 일이 아니라 삼전도 굴욕을 시전해야 할 판이다. 휴우. 하늘이 도왔다. 다행이다. 나는 볼일이 없는 사람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라고, 그러다가 큰일 나기 십상이라고 그가 그렇게 무소불위의 폭군이 될 때까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걸까. 말할 수 없었던 걸까. 말해도 소용없었던 걸까. 또는 누군가의 절규가 권력자와 다수에 의해 파묻혀 버린 건 아니었을까.

 이러다가 정말 큰 일 한번 터져서 다리만 나오는 관계자로 우리 뉴스 인터뷰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막상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가진 걸 잃을 각오로 용기 낼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싶다.


 종종 보도되는 갑질 뉴스에 제보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운전기사, 비서 등의 최측근일 때 참 의아했다. 저렇게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든 걸 지켜보는 사람들이면 더 조심하게 되지 않나? 어떻게 저렇게 막 할 수가 있지? 겁나지도 않나?

 겁나지 않았던 거다. '아무 힘없는 너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어'가 그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으므로. 천민(!)은 당연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종교처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슬프게도 나 역시 부당한 일을 당하면 소리 내 이건 아니라고 주장하기보다는 내 안위를 위해 회피하고 도망가는(프로 이직러) 방식을 주로 취해왔다.(그리고 뒷담화를 열심히 열심히 하기...)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또 그런 일을 당한다고 해도 별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크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는 아니더라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경청하는 태도를 갖추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게 좋은 거,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쉽게 말하지 않기.

 행동하는 사람을 편견의 시선으로 보지 않기.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사람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 보기.

 동화 속 아이처럼 침묵을 깬 누군가의 외침이 모두가 외면한 진실 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므로...

유희열과 유연석의 유사성은 1g도 없다. 딱 하나, 성별이 같을 뿐이다.

나는 둘 다 사랑한다.

이건 진심이자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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