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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Aug 24. 2021

이런 댓글은 참지 않지.

아이참, 이러면 계속 쓰고 싶잖아요.

내향적이고 예민하며 감수성이 여린 조카 1은(왜 부모는 둘 다 예민하지 않은데 조카 둘은 다 예민한 나를 닮았는가..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사춘기를 직통으로 맞으면서 온 가족을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세상과 소통하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애를 쓰고 있는지 지금 당사자는 모를 것이다.

 그나마 한 가지 찾은 방법이라면 음악에 관심 있는 아이가 스스로 편곡한 노래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사돈에 8촌까지 끌어올 정도로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끌어와 아이의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거짓 댓글 부대(?)까지 동원하는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채널이 활성화되고 인정 욕구가 채워지고 자존감이 조금 올라가자 아이의 관심사는 게임에서 유튜브로 조금 옮겨진 듯하다.

(라고 썼는데 요 며칠 다시 심해졌다고 한다.ㅠㅠ)

많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브런치 구독자수에 크게 신경을 안 쓴 지 오래된 것 같다. 일단 글을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쓴다고 하면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작태인 것이다. 성향이 메이저도 아니고 관심사도 일반적이지 않아서 다음 메인에 걸릴만한 소재(육아, 시댁, 경제, 요리..)를 쓸 수도 없다. (그나마 메인에 걸렸던 글들은 거의 여행 테마) 그러고 싶다는 욕구나 욕망도 별로 없다. 처음 여행 글로 메인에 올랐을 때 기뻤다기보다 조금 무서웠으니까.

 그냥 처음 마음처럼 내 생각을 기록하되 일기장보다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내가 바라는 브런치다.


다 아는 얘기로 매끄럽게 쓰는 건 글 솜씨일 뿐.
자신의 관점이 있는,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은희경 작가 인문학 강의 中-


'잘 쓴 글' 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잘 쓸'수 없다는 걸 이미 알아서 '좋은' 글로 목표를 바꾼 건 아닐까 스스로 뜨끔한 부분이 있지만 '좋은 글'은 어디 쉬우랴.

 나만 하는 생각인 줄 알았는데 누가 공감해주었을 때 위로받고, 꿈보다 해몽으로 해석하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걸로 기쁘고 좋았다.(조카 1의 인정 욕구는 나를 닮은 게 틀림없다.)


안 읽을 거면서 구독을 누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글에 하트 하나 눌렀다고 보지도 않고 구독 버튼 누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팩트 검증한 거임-나, 집요한 사람-)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뭐 본인들 자유고 마음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러려니 하니 구독자 수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누가 구독을 했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한다.  가아끔, 구독을 하고 글 몇 개를 연이어 읽어주시는 분들도 있다.

글이 맛있다는 건 대단한 칭찬이다. 가아끔 이런 얘기를 듣는데 '잘 썼다'라는 말보다 몇 배로 기쁘다.(근데.... 잘 썼다는 말도 들어본 적.. 있는.. 거지?)

 어라..? 그런데 그날 이후로 이 분은 정말 매일매일 하루에 몇 개씩이나 지나간 내 글을 계속 읽어주셨다. 찐이다!!찐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까지 이러기야? 나 설레는데?!

 삶이 늘 그런 법이지만 7월 이후 나의 일상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당연히 계획했던 많은 것들은 어그러져버렸다. 실행하지 못한 계획이 남은 자리엔 자책과 불안, 우울이 남아 나를 괴롭혔다. 조금 더 성실하게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도 이미 저 뒤의 우선순위로 밀려 있었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찐 구독자님은 어제도, 오늘도 하루도 빠짐없이 2년 전의 내 글까지 샅샅이 읽어주시고 계셨다.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中-

 인용해 보겠다. 따라 해 보겠다. 갖다 붙여보겠다.

'당신의 댓글은 내가 계속 쓰고 싶게 만들어요'

 저 댓글을 읽는 순간, 당장 '좋은 글'은 쓰지 못하더라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지 않고 어떻게든 계속 써 내려가겠다고 다짐도 했다.(죄송합니다. 저 최근에 계속 이런 말을 하는 글만 썼던 거 같은데.. 원래 인간은 후회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니.. 그동안 연예인들의 "팬들의 사랑으로 살아요" 발언을 비웃었던 나를 참회한다. 용서를 빌어본다. 이제야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어렴풋이 이해해본다.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과 인정받고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삶을 살아가는 충분한 이유가 되고 노력하게 되는 첫 번째 원동력이 된다.(나와 조카와 같이 칭찬에 취약한 유형들에겐 특히)

 무너지려는 나를 일으키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좀처럼 무릎이 펴지질 않았다. 독하게 마음먹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나를 너그럽게 봐주지도 못했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연말에 나는 나를 맹비난하고 있겠구나.. 부정과 비관의 끝에 나는 벌써 미래에 살고 있었다.

 2년 전 글들까지  하나씩 읽어주시기에 나도 그때 내가 썼던 글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만났다. 크게 달라진 건 없으나 애쓰는 내가 보였다. 잘 안되지만, 잘 못하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생각하고 기록하고 반성하는 내가 있었다.(지금도 반복되는 글들이 있는 걸 보면.. 생각에서 행동의 변화가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아! 이 엄청난 고찰!)

 그래서 오늘은 쓴다. 썼다.

 나의 경우엔 글을 쓰는 원동력은 기다려주는 사람, 그리고 마감기한 이거 두 개인 것 같다.


* 그런 의미로(??) 사람 살리는 좋은 일에 동참한다고 생각하시고

저의 가련한 조카를 어여삐 여기시고 긍휼을 베풀어 아래 채널에서 아무 영상에 좋아요, 나

시간이 더 있으신 분들은 영혼 없는 긍정적 댓글( "편곡이 좋아요, " 다음 곡도 기대됩니다." 따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구걸구걸 굽신굽신)

https://www.youtube.com/channel/UCjebpg7xyEKrEnlcpGEwXOA


세상에... 내가 남들처럼 이런 대놓고 홍보 글을 쓸 줄이야...

나중에 이모 늙고 힘 없어지면 휴대폰 앱도 깔아주고 병원 예약도 해주고 그래야 해... 너..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길, 처음 보는 연하남(?)이 내게 손을 흔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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