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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련 Mar 17. 2021

이별 회고록


<이고>


멀어지는 사람을 그대로 두면 목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난다. 끅 했다가, 끅 - 또 끅, 한다. 어느 땐 이런 소리가 주책맞아서 힘을 뺀 주먹으로 머리를 두드린다. 그러다 보면 꼴사납다.


스물을 앞에 단 언제나 <주책맞은 이별>을 한다. 그건 형태가 다 달랐다. 가슴에 번지는 뜨끈함을 모른 척 밥집으로 향하기도 하고. 동생 방에서 전화를 움켜잡고 울기도 했다. 아주 최근에는 숨이 넘어가려다 우연히 마주친 차장님 앞에 그대로 굳었다.


 


-

가끔은 기계이고 싶다. 기계라 불리는 친구들은 헤어진 직후 흔적을 곧바로 정리하거나 나와의 이별에서도 ‘일해야 해.’ 했다. 그들은 미운 존재보다도 존경할 존재다. 얼마나 존경하느냐면, 따라 하려다 벽을 만나면 의자 소리를 한 세배로 내게 된다.


일단 그런 날은 앉아 있어 본다. 어지러워도 밥을 먹고, 핸드폰은 최대한 멀리. 그러면 하루가 간다. 학생 때는 이랬던 것 같다. 그렇게 몇주를 보내다 보면 으쓱해지는 날도 온다. 같이 수업 듣던 동기에게 ‘나 그래도 빨리 잊은 것 같지 않아? 다 컸나 봐.’ 하면 걘 웃는다. 어깨를 세게 밀고 ‘퍽이나.’ 하면서.


첫사랑과 헤어진 날, 조 과제가 있었다. 내 눈을 필요로 하는 것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의 페이스북을 몇 분에 한번 새로고침 했다. 그러다 자리만 지키던 조원은 이내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만다. 콧물 삼키는 소리에 누군가 일어났다. 교수님께 성의는 이쯤이면 보인 것 같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걔도 이런 거 참 좋아하는데.."


내 말에 다 같이 아! 소리를 내며 몸을 젖힌다. 먹구름은 밥집까지 따라온다. 아까 그 ‘퍽이나’ 속에 그 밥집의 소시지 볶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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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바보짓도 해봤다. 마지막 통보에 뭔가를 빼먹고 싶지 않아서,라고 해두자. 핸드폰 메모장에 꼭 해야 할 말을 적고 읊었다. 아마 그때 걔는 알았는지도 모른다. ‘너무하다 생각하지 않니.’를 ‘너무 않지 않았니.’로 적어 그대로 발음한데 이어서, 음절에 띄움이 부족한 것을. 스피커폰으로 이별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매우 우스꽝스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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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최근에는. 제일 못하는 것을 제일 못하게 해야 했다. 마트에서 엄마 모습이 진열장에 가리기라도 하면 울었다. 어디 있느냐고 고래고래 찾는다. 몇 분 후, 눈물로 매끈한 내 뺨에 엄마는 이마를 짚는다. 나는 누가 나를 두고 가버리는 것도, 내가 두고 가버리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탁탁탁, 온 힘으로 쫓거나 자꾸만 뒤를 돈다. 하다못해 같은 지하철을 탄 상사가 먼저 내리자, 그가 내리기 직전까지 눈을 마주쳐 인사하는 강박도 지녔다.


참 사람을 그냥 두고 보내기 어렵다. 항상 이물감이 느껴진다. 누군가와 멀어지면. 물어뜯는 손톱에 덜렁거리는 쪼가리가 생긴다든지, 속눈썹이 눈앞에 돌아다닌다든지. 그런 이물감. 잡아다 떼어버리면 피가 나고 무리해 집어내면 벌겋게 될 것을, 그래서 그냥 둔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나와야 하는 이물감은 정말 참을게 못됐다.


어린이날 3 원이 넘는  ‘도로 갖다 .’ 맞춰 두고 와야 하는.  그런 것이다. 마지막이니까 제대로 담자고, 마음먹고 쳐다본 얼굴은 잘생겼다. 이게  순간  생각인가. 드라마를 봐도 ‘먼저 일어날게.’에선 쿨함을 전혀  느끼는데. 그렇게 제일 못하는  어렵게 해냈다.  등에 대고 무어라 했을까. 아무도 모르는  집가는 길에 울면서 생각한다.


내 주책은 서른이어도 계속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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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이별 회고. 쓸데없지만 쓸게 있는 것.


적다 보니 의자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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