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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27. 2024

우리 집 최애 보양식

과일의 여왕 두리안

사실 신혼여행이든, 동남아든 두리안 먹으러 가는 우리이다. 신혼여행 가서도 사원관광 필요 없다며 길거리에서 두리안 한통을 클리어하는 센쑤! 가이드가 참 싫어하는 눈치였다. 여기까지면 괜찮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간 동남아, 필리핀여행에서 다른 팀원도 있는데 어른들보다 초딩아이 2명이 두리안을 너무 흡입하여 다들 양보하였다는... 그게 우리 체리와 봉봉이다.

너네는 좋아하지 말지....
너흰 먹을 날이 많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싼 두리안을 온 가족이 너무 좋아한다. 제법 큰 5kg 넘는 두리안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만 원 내외면 샀는데.... 이젠 두리안 먹으려면 십만 원은 써야 한다. 작은 두리안은 알맹이 살이 쪼금이라 먹을 때 큰 거 먹자는 주의! 그래서 어린이날, 어버의날 선물을 두리안으로 서로 퉁치는 가족이다. 정말 못 말린다. 겨울부터 두리안이 먹고 싶다던 신랑, 지나가다 길에 두리안을 판다며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 전화가 왔다. 그럼 매번 천 원, 만 원 한 장 아끼고 궁상맞었던 우리지만 두리안 앞에서는 통 큰 플렉스를 한다. "제일 큰 거 하나랑 작은 거도 괜찮네 이거 주세요~ 쫌 깎아주세요~~~!" 십만 원에 거래를 마치고 와 쿠퐝보다 빠른 배달로 집에 갖다 준다.

가시 같은 두리안을 꼭 품에 안고 돌아와 거대한 환송식을 하듯 준비를 한다. 면장갑을 끼고, 고무장갑도 끼고 어떻게 쪼개면 좋을지 궁리를 한다.

두리안을 세워 볼록볼록 튀어나온 모양에 맞춰 칼집을 낸다. 표고버섯 별모양을 내듯.... 껍질이 두껍기에 쉽게 썰리지 않지만 먹고자 하는 의지를 발휘하며 힘껏 칼질을 한다.

속 깊숙이 칼집을 내었으면 칼을 내려놓고 잡아당긴다.

 "아자잦자자~~~!!!"

 아이들이 여기서부터 환호성을 지른다.

 "와~우와~~~~" 

심봤다~

닭가슴살처럼 자태를 한 두리안이 참 얌전히도 누워있다. 그사이 열자마자 쪼가리를 입에 넣는 봉봉

야! 같이 먹어야지 치사하게...


사실 엄마가 더 먹고 싶었다. 하지만 한 조각이라도 모으려고 참았건만... "이긍!"

귀한 분 모시듯 자투리도 남김없이 싸악 싹 긁어모아 통에 담고 다른 쪽을 열어본다. 자투리 하나 남김없이 이리저리 쪼개 노란 속살을 끄집어낸다. 고작 나온 건 6덩어리와 쪼가리들. 이건 나 혼자도 가뿐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콩한쪽도 나눠먹어야 할 가족이 있기에...
두리안 알맹이가 852g,
껍질이 4킬로가 넘는다.
결국 저 노란 살 852g이 8만 원인 것이다.

소고기 한 덩어리도 벌벌 떨며 사는 우리지만 두리안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두리 안 먹을 때는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인정사정없다.

간신히 덩어리를 통에 담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천천히 먹으며 음미해 보겠다는 요령이지만 얼리는 이 순간마저 아깝다.

쌩쌩하지 않고 그릿요거트같이
알맞게 익은 두리안의 풍미는
봉지에 담아 향수를 뿌리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혹이나 누가 먹고 트림이라도 하며 그마저도 두리안 향기라 좋아하는 미치광이 같은 가족이다.

먹는 것도 게걸스럽게 먹는 봉봉이, 늘 우아와 예쁨이 있는 체리이다.

그럼 살만 고이 발라 아이들 입에 하나씩 넣어준다. 냄새를 최소한하여 최소한의 접촉을 한 방법이기에 앉아서 먹을 틈도 없이 부엌에 서서 돌아가며 먹는다.


띠~~~~ 용!

진짜 게걸스럽게 마구잡이로 두리안을 입에 쑤셔 넣고 그 맛에 감탄하는 뼈저린 눈빛, "그래 많이 묵어라!" 체리와 봉봉이 잘 먹는 모습에 엄마의 입엔 들어갈 게 없지만 그마저도 행복하다. 어렸을 적 몸보신으로 보신탕을 봄에, 여름에 먹는다면 우리는 벚꽃이 피고,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올 무렵 두리안을 두세 번 먹어준다. 보양식이라며.... 싱가포르는임산부 보양식으로 두리안을 먹는다며 고영양, 면역력강화 최고를 주장하며 보약 한재 먹이듯 먹는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찾기 전에 아이들이 두리안 두리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린이날 선물은 두리안을 사달라며... 그럼 엄마 아빠도 어버이날 선물은 두리안 큰 거로 사달라 한다.


그 852g에 저만한 씨가 하나씩 있다. 씨무게까지 빼면 500g은 될까? 소고기 한 근, 양고기, 염소고기 한 근보다 더 비싸다. 하지만 저렇게 맛있게 먹어 혹이나 지나가는 흘러가는 지옥의 냄새라 하는 그것조차 쟁취하고픈 가족들이니 안 살 수가 없다

통에 고이 담았던 두리안을 다시 꺼내 씨를 골라본다. 냉동으로 넣어야 하기에 씨를 빼서 조각조각 내어 얼려야 먹을 때 한 조각씩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씩 나눠먹기 위해 기어이 2통으로 나누어 담고 정성 어린 애정을 담아 별과 하트도 그려준다. 그만큼 사뢍하는 두리안, 두리안 해체쇼에 이어 껍질을 바로 쓰레기봉지에 담아 버려 주는 코스는 한 세트이다. 이를 위해 쓰레기를 안 버리고 반만 채우고 기다렸다는 것 또한 비법 중 비법이다.

얘들아! 너희는 제발 두리안을 안 좋아했으면 좋겠어!
너네까지 그렇게 사죽을 못쓰고 좋아하면 어쩌니?


지난번 필리핀에서도 망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너네 둘이 하도 두리안을 개눈 감추듯이 먹어서
어찌나 민망한지 두리안을 그렇게 좋아하는 엄마가 도저히 못 먹겠더라~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들 사이에 껴서
초딩 2명이 밥은 새모이먹듯 먹으면서
두리안을 그렇게 먹더라!
한편으로는 솔직히 엄마는 못 먹어도 너네들이 잘 먹어서 뿌듯하기도 했어.
어디서 그렇게 먹어보겠니....
아이고 엄마도 진짜 눈치 되게 없다. ㅋ
언젠가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우리 큰 통 하나씩 시원스럽게 까먹어보자!!!
두리안 해체는 엄마 전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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