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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03. 2024

아들의 현장체험 도시락

이제 그만~ 침침하다

3월 학교 간다 좋아했건만 4월의 첫날, 현장체험을 간다. 그것도 도시락을 지참해서.....

제발 만우절이라고 해줘~~~~~~~~~!

엄마의 현실 그러면 나름 아들 기를 안 죽이고 맛도 좋고 봉봉이가 좋아할 만한 도시락이 어떤 것인지 검색을 해본다. 그러다 문어유부초밥을 픽한다~~~

사실 유부초밥에 문어소시지만 놓으면 되는데 왜 현장체험 당일에 그렇게 정신이 없고 바쁜지....  엄마는 꾀를 부려본다. "아뿔싸~ 김밥용 김이 똑 떨어졌다. 곱창김, 돌김으로 하면 안 될듯한데..... 그래 삼각김밥용 김으로 해보자." 나름 선전했다 생각하며 6장만 자르면 되지만 혹시 모를 일을 생각해서 무한대로 잘라본다.

문어 주둥이 준비!

다행히 치즈는 있다. 근데.... 큰 원모양 누를 틀이 없다. 슬러시빨대를 하나 구해왔어야 했는데... 내가 방심했네.... 급한 마음에 약병 뚜껑으로 찍어 보지면 울룩불룩 별모양 같은 원이 찍힌다. 아~ 깔끔한 뭔가 없나? 신랑까지 합세하여 물건을 찾아본다. "찾았어 찾았어!" 풍선 막대를 들고 온다. "이거 열개는 더 있어~" LED풍선을 내 주방 팬트리에 박아놨었는데 그걸 찾아냈다. "잘했어 잘했어~" 그럼 치즈를 찍고 젓가락으로 밀어서 빼고 또 작은 빨대로 찍어 문어 주둥이를 완성시킨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굳이 20개는 만든다.

그럼 아침, 여유로울 줄 알았던 월요일, 만우절 아침, 신랑이 도와줄 줄 알고 잘됐다 여유를 피웠는데 새벽부터 출동하신 봉봉이 아빠, '슬프다~ 그래도 뭐 난 늘 잘해왔으니까!!! 으쌰으쌰 힘을 내고 문어를 잘라본다.' 반자르고 문어다리 4개를 만들어 끓는 물에 데쳐본다. 다소곳했던 문어다리가 사춘기 아이같이 요리조리 뻗어나간다.

그리고 있을 줄 알고 사각유부랑 간식만 사 왔는데.... 문어의 눈알, 검은깨가 없다. "어쩌지? 또 나가? 주차할 데가 없는데? 옆집언니? 위윗집 찬스???" 고민을 하며 검은깨 동냥을 해본다. 착한 천사 위윗집 엄마의 깨배달로 안심을 해본다. "급한 마음 고구마깡을 살까"? "쿠팡으로 시킬까 고민고민했는데..." 믿고 부탁하는 이웃들이 있어 진심으로 고맙다. ㅎ

고마워요 쎄쎄엄마

보통 냉동밥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지만 잡곡, 콩을 많이 넣었더니 안 드신다는 봉봉이.... 두부는 먹는데 왜 콩은 안 먹는 거니? 오늘은 콩을 다지고 갈 시간이 읎기에 간단명료 밥을 해본다.

그리고 맛있게 해 주려고 고기 넣고 당근, 부추 넣으면 바로 요청하신다. 그냥 거기에 있는 건더기만 넣고 해달라고... 아주 효자다. 엄마 힘들까 봐 걱정해서 엄마 쉽게 하라고 요청해 주는 아들의 센쑤!

그래 억수로 고맙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문어를 물기를 제거하고 사각유부 모서리 각까지 밥알을 꾹꾹 눌러 직각을 만들어준다. 사각유부를 사 왔는데 은근슬쩍 삼각유부처럼 만들면 엄마는 울고 싶다. 급해서 그런지 밥알이 겉돈다. 급해 죽겠는데 유부초밥조차 잘 안된다. 이럴수록 차근차근, 기도를 하는 심정으로 유부초밥을 만들고, 싱크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유부초밥에 문어까지 올리면 완성인 줄 알았는데 눈박주둥이, 허리띠 치장이 메이크업처럼 오래 걸린다. '삼각김밥용 김 허리띠가 짧다.' "어쩌지? 할 수 없다. 아들아 미안해" 일단 모양만 좋게 하고 뚱땡이문어유부 허리띠 가리개정도로만 하고 도시락통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 주둥이 쫘르르ㅡㄹ 붙이고 눈알이 관건이다. 이동하지 않게 칼집을 내서 핀셋으로 박는데 너도 4학년, 엄마도 4학년 노안이라 칼집구멍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예전 여드름 짜던 실력을 들어내서 안 보이지만 소시지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벌리고 보이지 않지만 대강 아무 데나 꾸겨 쑤셔 박기를 한참....

드디어 눈알을 박았다.
끝이다~~~
아! 제발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혈압이 떨어져 믹스 2개를 말아야 하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다. 이러다 지각한다.

기미상궁 아드님, 봉봉에게 샘플하나 먹이니 그래도 엄지 척을 해준다. 순간 힘든 역경의 시간을 사르르 녹아내린다.

엄마 짱! 맛있어!!!
그래 다른 거 절대 안 넣고 유부초밥에 있는 것만 넣었어!

그럼 아들의 원픽 콜라와 시원한 물, 문어유부초밥과 과일, 과자, 물티슈, 쓰레기봉투까지 넣어 보낸다. 그리고 돈은 갖고 오지 말라 명했지만 엄마의 마음 만 원 한 장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혹시 뭐 사 먹을 데 있음 사 먹어!
잊어버리지 말고~
그리고 빨리 가 늦는다.

불량엄마는 오늘도 일을 저질렀다. "선생님 죄송해요. 그냥 보낼걸 만원 그냥 들고 왔더라고요. 그래도 엄마맘은.... 제 맘도 아시죠?"  다른 학교까지 현장체험을 와서 40분, 1시간을 기다리다 2개 체험하고 잡월드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왔다는 아들,

그래 장하다. 잘했다.
네가 재밌었으면 그거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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