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볶음밥 & 동치미볶음밥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냉장고는 텅텅 비고...
열무가 흐물흐물하니 이제 건강밥이라 일컬으며 쌀을 담아본다. 귀리, 카뮤트, 조, 콩까지.... 요즘 콩이 딱딱하다고 걸러내는 통에 풀서비스를 해본다. "콩을 불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싸악 갈아버리기 대작전이다. "
콩을 갈아 밥솥에 넣는 순간, 모르쇠를 하고 있는데 봉봉이가 와서 "이거 왜 이래?" 슈퍼울트라 눈치 짱이다. "어 그냥 잡곡이야!" "콩 간 거구나!" 하면 쿨하게 지나간다. "아놔 안 먹는다 하는 거 아냐? 에라 모르겠다! 안 먹으면 굶길 테다!!!!"
그리고 냉동실을 털어본다. 그래 맛집 떡갈비라고 아파트 장에 가서 십만 원 치나 쟁여왔는데 먹던 얇은 떡갈비가 아니고 너무 두툼하다고 싫단다. "맛만 좋구먼 진짜 카탈스러워~ 진짜!" 그럼 볶음밥 재료로 탄생한다. 세 개만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인 다음 썰기~~~
열무도 질길 수 있으니 유아식이라 생각하고 짧게 짧게 조사븐다. 열무, 떡갈비 둘 다 입에 넣는 순간 그냥 목구멍으로 슝 넘어갈 수 있게 다지고 다진다. 맘에 안 든다 골라내기 힘들게 엄마가 대신 힘들게 칼질을 해댄다. 이러다 손가락 물집잡히것따!!!
고소한 들기름 듬뿍 뿌리고, 취사가 완료되면 뚜껑을 열어본다. 쌀을 너무 많이 넣었네 고슬고슬 덩어리 진 밥을 섞어 볶음밥 재료에 골고루 섞는다. 잡곡인지 열무인지 떡갈비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열무를 너무 많이 씻었나 보다. 밥이 너무 많은가? 굴소스가 다 떨어졌으니 돈가스소스라도 넣고, 맛간장, 매실 쪼금 넣고 섞어본다. "뭐 대~~~ 충 있는 재료, 소스 넣고 간만 맞추면 되는 거 아니겠어? 건강볶음밥이라 부르고 멍멍이밥이라 쓴다."
그럼 나의 스톼일대로 200g씩 담아 줄을 세우고, 노안으로 냉동실 화석을 알아보기 힘들기에 암호 같은 이름을 적어본다. 그럼 끝!!!!
이러고 끝냈어야 했는데..... 밥을 너무 많이 했다. 결국 볶음밥 재료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본다. 동치미가 맛있다고 김장철이 지난 설에 동치미를 담아왔건만 좀 무른듯하다. "엄마 미얀~" 국물은 잘 먹고, 무는 잘 안 먹기에 김밥을 쌀까 하다 볶음밥 재료로 다져본다. 송송송 파파라팦팍!
그러다 의욕 불끈! 혈기상승으로 냉장고를 뒤적뒤적하다 닭가슴살, 버섯, 호박, 당근까지 꺼내본다. 동치미무가 하애 뭔가 알록달록한 게 필요했다.
다시, 다지기를 한참~ 건더기만도 프라이팬에 한가득이다. 결국 팬을 더 꺼내 2 팬 2 볶음 스킬을 선사한다. 동치미랑 야채만 볶았는데 동치미의 간으로 그냥 맛난다. 여기에 아까 그 건강밥을 섞어 모르쇠작전을 한번 더 펼쳐 담으면 완성!
200g씩 담는데 아~ 통이 없다. 결국 담아놨던 빈대떡 재료까지 다시 꺼내 지퍼팩에 담고 볶음밥을 고이 담아준다. "빈대떡은 이번주에 먹는 걸로...."
볶음밥을 정성스레 담아 무장을 해준 다음 냉동실행이다. 냉동실 위칸이 꽉 들이차야 골라먹는 재미, 귀찮고 힘듦에 배달의 민족에 앱을 누르려는 순간, "아! 그게 있었지?" 하며 전자레인지에서 변신이 되는 내 보물들이다.
냉동음식들 너 없음 나 어쩔 뻔...
늘 냉동음식으로 다져놓은 스킬 덕분에 갓 지은 밥,
여러 번 재탕하는 반찬,
국에도 끄떡없다.
어렸을 적부터 마녀의 수프를 만들듯 뭐든 한솥씩 끓여 먹었으니까!
갑자기 봉봉이가 지단을 한다 나선다. '그냥 엄마가 하믄 안 되겠니?' 아들의 모습에 속으로 삭이고, 방법을 알려준다. "봉봉아! 그릇을 살짝 기울여 세우고 포크로 슝슝슝~~~~"
지단까지 완성!
볶음밥 했으니까 오늘저녁은 오므라이스다.
케첩 하나를 뿌리는데도 케첩범벅을 해달라는 봉봉, 고양이를 그려달라는 체리, 엄마는 만능 요리사, 화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도 엄마가 버틸 수 있는 건 잘 먹어주는 체리와 봉봉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지고 다져 지단으로 숨기고 혹시 새어 나올까 봐 케첩무장까지.... 엄마는 점점 스킬이 늘어간다.
다 너희들 덕분이야!!!
억~~~ 수~로 고맙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