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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24. 2024

오늘은 뭐 먹지? 고기파뤼

월화수목토 고~기

오늘은 뭐 먹지?
엄마! 오늘 뭐 먹어?
엄마, 배고파~

매일 걱정하고걱정해도 끝이 없다. 그나마 학기 중이니 급식 먹고 오는 게 어디냐며 마음을 달래 본다. 엄마도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먹을 힘도 없다. 하지만 배달어플도 어쩌다지 매일 시킬 수는 없잖아!!! 그나마 주말에 마트 갔다 쟁여온 고기들이 있다. 삼겹살, 목살, 수육, 앞다리살, 사태까지 골고루도 담았다. 그리고 스티롬폴 케이스가 번거로워 집에 와서 스티롬폴만 빼서 그대로 랩으로 감싸고 고기 명칭을 알기 위해 상표까지 고이 붙여놓는다. 물론 삼겹살과 목살은 비닐에 하나씩 넣어 부채 접기처럼 접어본다.

먹는 고민이 생길 땐 거하게 만 원 한 장 쓴다 생각하고 만 원짜리 한 덩어리를 고이 꺼내고 펴서 구워준다.

햄, 소시지보다 낫지 뭐~

맛있게 구워진다. 노릇노릇....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냉동밥 돌려 팍 담아주고, 야채가 없으니까 마지못해, 토마토와 파김치를 볶아 내준다.  

엄마 난 토마토 안 먹을래~
조금만 먹어봐! 야채 먹어야지~
싫어, 안 먹을래...

봉봉이는 건강하긴 틀렸다. 그래도 기특하게 맛있게 토마토까지 냠냠 쩝쩝 먹어주는 체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아아아아아악!!!! 저녁~~~~~~~~

자장, 카레, 돈가스, 볶음밥 돌리다 보면 이조차도 질려하는 아이들, 이건 아빠랑 먹으려 했는데... 애들이 매워먹을 수 있으려나? 지금 상황에서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주말에 고기를 사 와 양념해서 비상식량으로 넣어놨는데 이렇게 바로 쓸 줄이야!

엄마, 아빠는 약속이 있으니까 갔다가 이거 구워줄껭~

인심 쓰듯 냉동고기를 미리 꺼내놓는다.

이른 저녁 약속이었지만 엄마, 아빠만 저녁을 먹고 와 미안한 마음에, 6시 30분 경건하게 고기를 볶아낸다. 골고루 잘 피고, 마지막 포인트 불맛을 위한 토치를 꺼내 불쇼 시작이다. 쉬익 쉭~~~~~! 골고루 앞 뒤로 뒤집어가며 그슬려준다.

음식을 살짝 타려고,
할 때가 제일 맛있다고.....

오늘도 변함없이 냉동밥과 제육볶음, 지난주 먹다 남은 깻잎과 마지못해 양심을 담아 김치를 꺼내준다.

나 깻잎 싫어~
봉봉인 2장만 먹어!
누나는 5장 줄 거야~


하지만 이러고 그나마 큰 2장을 골라 봉봉이 그릇에 담고 귀여운 깻잎은 체리 그릇에 담아준다.

어때? 맛있어???
엉~ 맛있어! 되게 맛있어!!!
안 매워?
조금 매운데 괜찮아~

다행이다. 아~~~ 휴! 오늘 저녁도 클리어이다. 저녁이 오는 게 점점 두렵다.


하지만 날은 밝아오고, 저녁은 찾아온다. 엄마도 피곤하고 나른하고 그냥 씻지도 않고 대자로 뻗어버리고 싶은 순간이지만, 엄마니까 밥은 차려주자!라는 마음정돈을 하고 고이 부엌 앞에 선다. 하지만 줄 음식이 없다. 목요일은 목살, 토요일은 삼겹살, 월요일은 제육, 화요일은... 양심상 똑같은 건 그러니까....

얘들아! 또 고기 줄까?
엉!

애들이 싫다 하면 어쩔까 고민했는데 좋단다. 아이고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이고 밥도 없네... 급하게 쌀을 안치고, 냉동 목살을 꺼내 굽는다. 뭔가를 찾다 파무침소스를 발견한다. 그래 이거 맛있지.... 고기를 노릇노릇 맛깔나게 굽다 비법 소스인양 고기 위에 껸져준다. 그리고 타지 않게 약한 불로 익히며 고기로 프라이팬을 문질러가며 소스를 붙여본다.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엄마 맛있는 냄새나~
파무침 소스인 건 비밀이다.
엄마가 맛있게 하고 있지?

그리고 야채 안 먹는 아이들을 위해 갓 한 밥을 담아 유부초밥을 만들어본다. 소스도 없고 유부피만 남아있어 대충 유부국물 넣고 단무지, 당근라페, 부추까지 다져 넣고 소금, 후추를 뿌려댄다. 근데 건강밥이라 밥이 따로 논다.

어쩌지?
그래 슬라이스 치즈 2장을 꺼내 뜨신 밥 사이에 넣고 비벼본다.
좋았으!
찰진 밥처럼 잘 뭉치고 치즈맛으로 더 풍미로워졌어.

유부피에 고이 담아 그릇에 내준다.

토마토 안 먹는 봉봉이를 위해 설탕을 듬뿍 뿌려? 아니 떡칠해 준다. 하지만 돌아선 뒤로 설탕을 더 뿌리다 식탁에 설탕 범벅을 해 놓은 아들,

야!!! 엄마가 설탕 엄청 뿌렸는데...
이게 또 뭐야???

찍소리 못하고 눈치를 보며 먹는다. 목살을 스테이크처럼 잘라먹는 게 좋다는 러블리한 체리, 설탕범벅, 초딩입맛 봉봉이. 맛있다며 짭짭거리며 잘도 먹는다.

야매 속임수이지만 나름 비법 같은 파무침소스와 치즈 2장,
 나 완젼 현명한 엄마라니까.....

잘 먹으니 힘들지만 뿌듯하다.

근데 또 오늘 저녁은 뭐 먹지???
냉동실에 박아놓은 수육 어때?
이렇게 바로 먹을 줄 알았으면 냉동도 시킬지 말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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