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만 써!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by 체리봉봉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엄마 세워줘 세워줘"

"응? 제발, 누나 빨리 내려"

수영 갔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무인 아이스크림가게는 방앗간이 되어 버린다.

"야, 너네 5천 원만 써라 알았지? 말 안 들으면 앞으로 없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뛰어 나간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에라 모르겠다.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짐더미 들을 양손에 가득 들고 집에 들어와 정리를 한다. '아이 C~ 물이 뚝뚝 떨어지잖아 이것들 진짜!' 온갖 신경질에 짜증이 섞여 미쳐버리겠다. 간신히 짜증을 눌러 담고 수영복 든 짐가방을 정리하고 손가락 까딱하고 싶지 않건만 간신히 밥을 차려본다. 급하게 쿵쾅쿵쾅 띡띡띡띠~ 띠로리~ "엄마~~" 그렇게 들어와서 내민 영수증, 딱 정확히 단 1원, 10원의 오차도 없이 5000원이다. '우와~ 이걸 맞추냐? 이쯤 사라는 거였는데... 너 F 아니었어? 아주 철두철미하구먼.... 이렇게 맞추기도 힘들겠다. 장난 아닌데?' 팔불출 엄마는 어느새 짜증이 감탄으로 바뀌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게 가능하구나~

그리고 한 이주가 지났을까 어김없이 수영을 갔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부른다. "엄마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감기 걸려가지고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엄마 돈 없어" " 그럼 내가 돈 줄 테니까 빌려줘~ 내 통장에서 빼가" 이 말이 더 기분 나쁘다. 지가 돈이 얼마나 있다고 돈 좀 있다고 유세네.... "야! 돈 아껴 써라~ 돈 확 빼버린다. 돈 조금 있다고 아주 그냥" 열은 받지만 마지못해 카드를 내민다. "아빠 꺼해서 6000원 치만 써~ 앞에서 기다릴 테니까 얼른 나와!" "아빠 투게터 사 올 거라고" "그럼 투게더 하나 사서 같이 먹어" "난 투게더 싫다고" 둘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앞다투어 나간다. 그리고 왔다 갔다 망설이다 둘째는 이내 초코빵빠레와 붕어싸만코를 들고 온다. "엄마 나 이거 먹어도 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뜯고 있다. "그래 먹어라 먹어!" "엄마 한입만" "맛있다" "한입 더 줘" 엄마는 그 와중 치졸하게 아들 아이스크림을 야금야금 먹어댄다.

그런데.... 첫째는 현미경 관찰을 하는지 냉동고를 빤히 쳐다보고 키오스크를 찍어대고 또 가서 여기저기 아이스크림을 둘러보고 또 찍고 둘러보고 찍기를 한참 한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야! 빨리 와~ 주차할 때 없단 말이야! 지금 열대도 넘게 들어갔어!!! 아우~ 나원참....' 속으로 속으로 삭인다. 아주 큰 숨을 들이마시고 뱉어가면서....

'아! 맞다. 우리 딸이지?'

순간 우리 딸의 성격을 되새겨본다. 덜렁거리지만 또 이럴 때는 신중하고 철저하고 보수적이다 못해 깝깝하고 나름 계획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 "누나 가격 맞추려고 하나하나 다 찍어본다" 쫓아가서 그냥 사~ 하려다가 참고 인내심 부족한 엄마이지만 은장도를 꺼내 허벅지를 찌르며 고상한 척 기다린다. 그렇게 한참을 세월아 네월아 고르다 드디어 만족감에 가득 차 차에 오른다. "딸~ 가격 맞추려고 다 찍어봤어?" "누나 내가 2400원 썼다고 했잖아 누나가 더 써도 된다고" 동생까지 투덜거리지만 이내 "체리야 엄마는 그쯤 가격을 맞추라는 건데 엄마말을 정확하게 맞추려고 했구나? 엄마가 들어가서 얘기하려다 참았잖아!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골똘히 여기니까 엄마가 다음에 또 사주고 싶다!" 딸아이는 그 말에 조금 흐뭇한 미소를 띤다. 다음에는 7천 원으로 올려줄까 하는 마음도 생기며 내심 기특해진다. 아빠가 좋아하는 더위사냥을 사 왔다 자랑하며 어깨 뽕이 올라간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 못 본 끌레도르가 냉동실에 있더라! '내가 어제 못 본 거 같은데' 하고 넘어갔는데... 그날 저녁 딸이 비밀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나 사실은 어제 사 온 아이스크림을 패딩주머니에서 안 꺼냈더라고~" "뭐?" 아휴~ "그래도 그건 워낙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니까 다시 얼려도 나름 맛날 거야" 저녁에 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오니 쓰레기통 앞에 끌레도르는 벗겨져있고 국물은 뚝뚝 흘려 난리 범벅이다. "엄마 누나 아이스크림 뜯었는데 다 망가져있어~"

'그래 이 또한도 경험이고 뭐든 살이 되고 피가 된다. 네가 맛있었음 된 거지'


체리봉봉의 우당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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