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차가 들어서면 알림이 울린다. 그러면 번개처럼 난리 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옆집아들모드로 변신한다. 장착이 된 뒤 고슴도치엄마는 아이들 먹일 음식이며 과일을 바리바리 들고 낑낑대며 현관문을 누른다. 띡띡띡띡~띠로리~
연출이든 각본각색을 했든 그저 하려는 모습에 반해 입구에 들어오자마다 엄마는 반해버린다.
"아~~~~~~~드으을~~~~~~~~~!
이게 웬일이야! 엄마가 그래서 딸기를 한 박스나 사 왔잖아! 이거 먹으면서 해!"
엄마는 그저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무거웠던 짐을 짊어져서 힘들고 고생스러운 기색은 온 데 간 데 없다. 곱게 담은 딸기접시는 아이스크림같이 솜사탕처럼 눈 녹듯이 사라진다. 엄마는 씻다가 싱크대에 떨어진 한두 개를 주워 먹더라고 아이들 원 없이 먹으라고 열심히만 하라며 칭찬에 딸기에 궁둥이팡팡까지 해준다.
그러면 또 그 맛에 엄마표를 달린다. 사실 초반엔 돈이 없어서, 그러다 내성적인 대문자 I아이라 환경적응에 오래 걸려서, 행동이 느려 오고 가고에 삼만리라 학원을 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내 아이지만 엄마 아빠를 닮았는지 공부에는 그리 취미가 없는듯했다. 그냥 엄마랑 숨이 멎지 않게 연명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봉봉 저녁 먹기 전까지 끝내자~" "체리 샤워하고 빨리 해!" 화딱지가 밀려오건만 열에 한 번은 꾹꾹 참고 착한 척 모드를 하고 달래 본다. 밥 먹다 둘이 장난치고 놀다 또 기분이 상해 입술을 삐쭉거리며 심통이 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늘 지치고 달래며 고함을 치고 협박을 하다가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내일 햄버거 사줄게 얼른 하자", "딸기 사줄게", "보드게임방 가자", 달래며 어우르는 게 엄마 몫이다. 솔직히 그냥 내가 알바라도 해서 돈을 벌어 학원을 보내고 싶은 맘도 들고, 이렇게 해서 괜히 애 인생 망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갈대처럼 휘청휘청 흔들리지만 마음을 비우고, 느림의 미학이다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주문을 외워본다. 그냥 각자의 스타일 속도에 맞게 나아가자고 정리를 내린다.
한 번은 너무 걱정되어 투덜거릴 옆집언니, 친정엄마를 찾다가도 다짜고짜 신랑에게 넋두리를 한다. "우리 애들 이러다 망치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 다들 난리인데 내가 끌고 가다 괜히...." 속은 터지고 속상하고 그저 눈물만 나온다. 그때 돈쓰기는 어려운지 신랑이 한마디 "넌 200점짜리 엄마야!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솔직히 너처럼 하는 엄마가 어디 있냐? 다 자기가 하기 나름이야 우리 애들 엄청 공부하는 머리도 아니고 자기가 하려고 해야 하는 거지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지금처럼 자기가 하려고 할 때 할 수 있게만 해줘~" 솔직히 감동받았다. 그리고 어느 무엇보다 시원한 사이다 같았다. 옆집언니, 윗집친구엄마 찾아가 넋두리하다 좌절의 굴로 들어갈뻔한 내가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인간 학원 안 보내려고 머리 쓰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둘 다 고학년이 되는 이 시점, 이런 나를 보고 깝깝해하는 사람도 많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그러다 나중에 후회한다"는둥 갖가지 말들이 만류하지만 난 마음을 다시 굳게 먹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만의 속도로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나간다. 마음을 정돈하고 아이들 공부 체크를 해주며 온갖 그림을 그려준다. 시니모롤의 산리오 시리즈부터 피카츄, 갖가지 공룡, 고래, 하트는 기본스타일이다. 오히려 엄마한테 미션을 준다. "나는 폼폼푸린 그려줘~" "나는 마이멜로디" "그게 도대체 뭔데?" 핸드폰으로 이미지를 찾아가며 다양한 포즈를 그려가며 엄마 만족도를 높여간다. 그러다 엄마 자아도취에 빠져 어릴 적 이루지 못한 미술의 꿈을 꾸어본다. 그러면 그림에 하하 호호 웃으며 신나 스터디를 열심히 클리어해 낸다. 사실 자녀교육, 특히 엄마표는 내려놓음이 가장 중요하다. 앞뒤 눈치 보며 급하게 먹다 체하니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먹자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래 학원비 100만 원씩 아끼고 저축해서 나중에 진짜 하고 싶고 해야 할 때 밀어주자고... 진정 쿨하고 멋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며 채점을 해나간다. 글씨는 엉망이지만 마지못해 별 다섯 개를 그려주고, 맘에 안 들지만 잘했다. Perfect! Exllent! 를 날리며 유식한 척을 해본다.
고맙다. 엄마 그림공부 하고 싶었는데 가정형편으로 포기한 그림공부를 너희 덕에 유지해 본다. 열심히 해서 이모티콘이라도 그려볼까 보다. 엄마 꿈 잊지 않게 해 줘서 진정으로 고마워~ 부족한 엄마가 하자는 대로 믿고 따라와 줘서 진심 고맙고... 조바심 내지 않고 끈기 있게 겨울방학도 잘 이겨내 보자고, 학원비 많이 아꼈으니 이번주 딸기랑 치킨 사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