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네 선생님, 체리가 아픈가요? 그럼 네 바로 조퇴시켜 주세요."독감 A형, 독감 B형도 이미 다 지나갔건만 열이 난다고? '아 또 이건 뭔가요? 독감 Z형?'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이번주 스케줄이 빡빡한데 딸아이의 건강상태가 이게 웬 말인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멘털을 잡고 학교 앞에 가 아이를 기다린다. 신발을 질질 끌면서 흐느적거리는 아이, 흰 패딩을 입어 마치 유령같이 둥둥 다가오고 있다. '엄마 나 아파!'라는 표정을 한가득 담고 힘이 없다는 자태에 부축을 하여 병원으로 끌고 간다. 천근만근 끌고 가는 아이의 몸은 돌덩이를 짊어지고 가는 듯했다. 병원에 들어가 체온을 재니 38.2도 엄마는 심각하게 씁쓸해진다. 독감 A, B형 다 걸렸었는데 선생님은 아리송해하면서 혹시나 모를 일을 위해 독감검사를 진행한다. 혹시 독감일까 싶어 미리 방법을 간구한다. 하지만 이젠 페라미플루도 아동용은 다 떨어져서 없고 몸무게가 40Kg 미만이라 소아과 전문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아야 한단다. 숨이 막혀온다. 코앞에 소아전문병원은 새벽부터 줄 서 오픈런으로 유명하고, 소아과마다 2~3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허다하니 벌써 두렵고 지쳐간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란다. 휴~ 정말 다행이다.
아프고 열이 나면 무조건 죽을 드셔야 하는 아이에게 도치엄마의 감기품앗이, 죽과 비빔밥을 고이 넘겨준다. "아이고~ 독감도 아닌데.... 이 정도는 아닌데..." 건네주는 죽이 담긴 봉투를 받으며 빨리 나으면 곤란할 심정이었다. 아이는 간신히 죽과 약을 먹고 까라지는지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이제 정신이 든 엄마는 포장해 온 비빔밥을 맛만 보려다 입맛이 당겨 마지막 한 톨까지 남기지 않고 긁어먹는다. (하하 엄마가 간호하려고 억지로 꾸역꾸역 먹은 거야!)
한숨 자고 나도 힘든지 아기가 되어 응얼거린다. 안 되겠다 싶어 "이 딸기 너 혼자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어~" 세일해서 고이 사 온 딸기 한 팩을 통째로 내미니 그 와중 정신이 드는지 좋아라 한다. 서로 씻을 기운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한 알 한 알 우물우물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끙끙대던 모습은 사라지고 죽도 간신히 먹던 얘가 딸기는 술술 넘어가나 보다. 그래 아픈데 실컷 먹고 나아라! 그 조차도 좋아하는 눈치이다. 엄마가 자기만을 위해 귀한 딸기를 독차지하고 먹으라는 말에 살아나는듯하다. 반 팩을 먹고 저녁에 먹겠다며 잠을 청한다. 독감도 아니라니 엄마는 한시름 놓이긴 했는데 노심초사이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딸아이 간병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멘털이 흔들리지만 빨리 낫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러다 밤 10시 냉동밥 보관을 위해 밥을 뜨는 순간 배고프시단다. 죽은 싫고 하얀 쌀밥에 김을 고이 싸 먹고 싶다고, '그래 먹자 먹어라'! 그리고 동생과 둘이 밥 3그릇을 싸 먹었다. 남은 딸기 반 팩을 동생과 나누어먹고 뭔가 당기는지 "엄마 귤도 줘~" 귤을 대령하란다. 귤을 전자레인지에 따끈하게 데워 한 알 한 알 까서 갖다 바친다. 서로 더 먹겠다고 싸우는 남매의 전쟁은 아픔 중에도 계속된다. '휴~ 살았다.' 엄마는 잘 먹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잠자고 나면 살아나겠구나라는 생각에 날아갈 것 같았다. 심의를 기울여 토닥이고 보살펴서 고이 재운다. '아침에 깨어 일어나서 제발 학교 가자!'라고 주문을 걸어본다.
하지만 아침이 되니 아이는 힘든지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기에 타이르고 토닥여 학교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비장의 카드를 들고... "체리야, 시나모롤 무드등 사줄 테니까 어서 가~" "진짜?" 아프긴 하지만 갈만한 게 확실하다. 진짜 아팠으면 시나모롤도 먹히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3일에 한번, 5일에 한번 계속 병원을 갔다. 갈 때마다 독감검사는 매번 했고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한참을 고생을 하긴 했다. 매정한 엄마 같아도 독감도 코로나도 아닌데 아플 때마다 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기에 웬만하면 보내려 한다. 물론 힘든 거 알지만 그 또한도 배움이라 생각하며 딸기 한 박스를 사 와 한 팩씩 먹이는 미션을 하면서... 딸기고 뭐고 사 줄 테니 방학 전에 학교는 가자고 재촉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