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중턱에 들어서니 외출이 시급하다. 방학이라 집콕만 하는 아이들, 그리고 틈만 나면 게임과 유튜브를 보려는 아이들이다. '토요일! 아주 핸드폰 할 작정을 하겠지?' 그 꼴은 못 보겠다. 애들을 버려두고 나가기도 그렇고 그래 '같이 가자!' 도서관에 가면 오히려 시끄럽고 정신없다 하여 상호대차만 열심히 빌리기에 도서관도 패스다. 결국 카드를 꺼내든 것은 쿠폰이 있는 스타벅스이다. "빨리 준비해~ 토요일이라 사람 많단 말이야! 엄마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어. 얼른!!!" 한참을 재촉한 뒤에 패드도 챙기고 엄마는 가방에 책을 가득 담는다. "엄마? 게임하는 거 아니었어?" "응, 해~ 한 시간 책 읽고..."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지만 핸드폰에는 장사가 없다. 그동안 여기저기 미션성공으로 스타벅스 쿠폰이 몇 장 있었다. 엄마 혼자 여유를 즐기려 했건만... 결국 엄마의 멘털을 위해 너희에게 투척해 본다.
가성비 값 커피숍만 다녀 여기 초코는 맛이 없다는 봉봉, 여기 밀크티는 별로라는 체리의 요구사항에 감성 풍부 딸내미는 <봄 시즌음료세트>를 아들은 다크초코도 싫다며 할아버지 입맛 고구마케이크를 선택한다. 엄마는 언제나 자몽허니블랙티, 결국 쿠폰을 쓰고도 카드 결제, 다음 쿠폰들은 아껴두자고... 2층을 올라와보니 내 원픽 자리는 아저씨들 부대로 꽉 차있다. 아파트 관리 임원모임이신듯했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 같은... 안 듣으려 했지만 열의에 불타 말씀하시는 덕에 나도 모르고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냥 모였다 헤어지는 것이 아닌 진짜 아파트를 위해 열정이 피 끓는 모습에 좀 든든하기도 했다.
드디어 번호가 호명되고 케이크와 음료를 받아온다. 아직 만화가 섞인 책을 좋아하는 봉봉, 글 많은 책은 누나 꺼라고 아주 친절하게 양보해 주는 스윗보이, 책을 나몰라라 하다가도 책에 빠지면 밤새서 책을 읽으시는 딸이기에 음료를 받아오는 뒷모습은 '너무 감동적인데...' 말 안 듣고 둘이 싸우고 하다가도 사랑스러운 체리와 봉봉이. '어이구 이것들 이쁘기도 하지~' 엄마는 고슴도치가 되어 그저 흐뭇하게 바라본다. "자 이제 이거 먹어!"
각자의 케이크와 음료를 받아 들고 책을 읽는다. "엄마가 3시간 읽으려 했는데 기분 좋게 한 시간만 책 보고 놀아~" 이게 나름 적정선인듯했다. 그래야 또 올 수 있을 테니까, 나름 주말인데 억지로 읽으라 하면 불똥이 튈 테니까... 엄마는 최대한 배려해 본다. 봉봉이는 그에 맞서서 타이머를 꺼낸다. "엄마 그럼 59분 맞출게~" "너 왜 핸드폰 하고 게임할 때는 준비하는 시간까지 해서 62분 넣으면서 왜 59분이야?" 봉봉이는 미소를 보이며 귀여운 척을 한다. '그래그래 봐줬다' 그리고 먹으며 편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엄마 나 텁텁해! 목말려" 결국 물이라도 사줘야 하나, 우유를 사 먹어야 하나 봉봉이와 손을 잡고 카운터로 향한다. 한라봉 주스와 물을 부탁해서 받아왔다. '이긍 왔다 갔다로 쫑나는 구나!' 엄마는 서서히 내려놓음이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한 모금 마시 책을 붙잡는 찰나 '올~ 레~~~~~~' 나의 원픽 구석! 아저씨 부대들이 나가신다. '와우~ 땡큐. 감사합니다. ' "빨리 옮겨! 옮겨~~~~"자리를 잡았다고 꿈쩍 안 하는 체리, 그나마 순순히 따라오는 봉봉이를 앞세워 창가 구석으로 향한다. 지난번 체리가 친구 만나러 갔을 때 봉봉이랑 왔던 터라 봉봉이는 아주 여기가 자기 세상인 편하고 자기 안방인 줄 안다. 체리도 눕는다.
"야 이건 아니다! 앉아, 그리고 자리 좁혀~ 지금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이거 민폐야!!! 진상이라고!!!" 엄마 맘은 조금 내버려 두고 싶었지만 양심이라는 게 있어 서둘러 앉힌다. '정말 죄송합니다.' '문어대학, 낙지과 아이들이라 진상을 부렸습니다.'
한참 엄마가 책을 열심히 읽고 빠져들만하면 체리가 이야기한다. "엄마 나 뭐 마시고 싶엉~" "엉? 또오???" 책 읽기에 관대해진 엄마는 또 카운터로 향해 <푸른 용 클래식 밀크티>를 그것도 제일 큰 사이즈로 주문하신다. '그래 니 맘대로 맘껏 누려라.' '지난번 예방주사 맞고 2000원이 비싼 딸기 시즌음료 세트를 안 사주고 버럭 했는데 아주 오늘 지갑을 터는구나! ' '엄마 쓸 때는 쓰는 사람이다. 그땐 너네가 밀크티와 초코라테를 매일 사오라 해서 엄마가 버럭 한 거고~ 나 그렇게 짠순이 아니다!'
그렇게 간신히 자리를 추스려 엄마는 독서 삼매경, 아이들은 게임과 네이버웹툰에 빠져든다. 어느새 3시 30분.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 자리에 더 머무고 싶지만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 한가득이다. "가자, 엄마 할게 많어~" "가서 저녁준비해야 한다고! 빨리 가자!!!" 그래도 넓디넓은 스타벅스 덕분에 엄마의 콧바람을 쏘이고 추가 주차비 결제를 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래, 담달에 한번 더 오자" '엄마에겐 아직 스타벅스 쿠폰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