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친에게 전화가 왔다

화이트데이에 페레로로쉐 준비 해 놓을게

by 체리봉봉

"여보세요? 저 알콩인데요. 달콩이랑 놀 수 있어요?"

헐레벌떡 급하게 아들을 부른다.

"야! 달콩~ 달콩아 알콩이 전화다!"

달콩이는 그 좋아하는 핸드폰게임을 물리치고 옷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나갈게 바로~"

아침 등교준비도 3~40분이 걸리건만 여친소리에 버선발로 나갈 기세다!

"엄마 옷 뭐 입어? 양말 안 신으면 안 돼? 교정기는 빼고 갈래~"

'왜 뽀뽀라도 하니 그걸 왜 빼고 가는데? 나원참~'

그 와중 자전거를 끌고 끙끙대며 간다.

"카드 줄게 놀다가 먹을 거 사 먹어~"

달콩이는 현관문을 쿵 닫고 사라진다. 또 잘 갔나 싶어서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보며 알콩이가 기다리진 않는지... 잘 가고 있는지 초조한 엄마가 되어 바라보다 만나서 같이 발걸음을 옮기면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한다.


딱 일 년 전쯤 달콩이가 조심스레 엄마의 눈치를 슬쩍 보며 "엄마 나 여자친구 생겼어" "어? 여자친구?"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뭐? 여자친구? 누구? 누군데? 언제부터?" 태연하고 세상 쿨한 엄마처럼 말하면서 경찰 취조하듯 조사가 시작된다. "봄부터 사귀어" "봄?" "근데 왜 이제 이야기해.... 이제 가을인데.... 엄마 서운하잖아~" "누가 먼저 사귀자 했어? 누가 먼저 좋아한 다했어?" 아주 오두방정 난리부르스이다. "아, 난 너 좋은데 너 나랑 사귈래? 했어?" "까아아아악~ 우리 아들 상남자네.... 완전 멋지다." "그러니까 알콩이가 뭐래?" "그래~" "그랬어~" 짝사랑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래, 그랬구나" "근데 엄마, 작년 봄부터 사귀었어!" 띠로리~~~~ "뭐? 작년??? 올봄이 아니라, 작년 봄????" 엄마한테 그동안 비밀이었던 거야!" 순간 배신감에 사무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린다.


사실 우리 아들은 늘 이성친구가 있었다. 유치원 때도 반 여자친구랑 너무 단짝으로 붙어있어 선생님들이 눈꼴시다 하며 눈총을 받았고, 그런 둘의 모습의 시기를 받아 동성친구들의 짓궂은 장난도 이따금씩 있었다. 그렇게 아쉽게 그 친구가 이사를 가서 헤어지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다가 초등학교에 갔다. 누나랑 매일 엄청 싸우면서도 공룡으로 소꿉놀이, 인형놀이, 역할극을 한 덕분이랄까 여자들의 마음, 노는 방식을 잘 아는 눈치이다. 누나 덕을 이렇게 볼 줄이 이야. 딸이 그랬음 아직 어린데도 '누가 감히 우리 딸을' 싶었을 텐데.... 아들이기에 인기도 있는 스위트한 모습에 세상을 다 가진 엄마가 된 듯 기분 좋아진다. 딸엄마와 아들엄마의 맘이 이렇게 다른지 그저 웃음만 나온다.

태권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빼빼로 주고받기

이따금씩 태권도 학원이 도착할 때쯤 베란다 창문을 지켜보고 있으면 둘이 사이좋게 사범님께 인사를 하고, 그네를 탄다. 그것도 하나의 그네에 둘이... 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일어서서 무릎을 구르며 어찌나 알콩달콩한지 그만 타도 될법한데 한참을 한참을 탄다. 거의 한 시간을 알콩달콩하게 그렇게 좋아라 둘 사이를 누가 감히 껴들어갈 수 없게끔 애틋하다. 맘은 뛰어가서 빨리 들어와라 고함지르고 싶지만 아들의 데이트현장을 발각하지 않고 고이 간직해주고 싶은 엄마 맘이랄까? 바로 집으로 들어올 때면 둘이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은지 짐을 한가득 들고서 이야기 꽃을 피우느냐 각자의 집으로 가지 않고 서로 데려다주며 문 앞까지 찍고 마지못해 헤어지곤 한다. 그 현장을 귀여워라 지켜보다 몰카현장을 남기고는 너무 웃겨 신랑에게 보내준다. "알콩이랑 달콩이 너무 웃기지? 너무 귀엽지 않아???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아들만 좋아하는 건 아닌가 봐 알콩이가 달콩이를 데려다주잖아!" 엄마는 그저 귀엽고 흐뭇하다. 한 번은 급하게 일이 있어 집에 들어오니 그렇게 치기 싫다는 피아노를 치며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있더라. 대단한 곡도 아닌 '떴다 떴다 비행기' 뭐라도 보여주고 싶은지... 엄마는 그 현장을 목격하고 비행기를 치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차마 웃음이 나오지만 아들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아랫입술을 깨물어 참아본다. 자전거를 잘 못 탈 무렵 갑자기 학교 앞 분식점에 가서 굳이 슬러쉬를 사 먹고 온단다. "왜 더운데 찻길 건너 거기를 가? 집 앞 편의점 가서 사 먹어" 그게 아니었다. 알콩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아 멋짐을 뽐내며 갔다 오고 싶었던 것이다. 뭇 남성들이 후진을 할 때 보조석에 팔을 올리듯...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뒷자리도 없는데 알콩이 불편해서 어떻게 해" "아니야 나는 서서 타고 알콩이 태우면 돼" 엄마가 졌다 졌어. 아들의 자존심을 위해 빼빼로 데이, 화이트데이가 되면 빼빼로와 초콜릿을 사서 아들 가방에 고이 넣어주며 아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웃고픈 엄마가 여기 있다. 이제 고학년이 되면 슬슬 무덤덤해지고 이성에 대해 어색해지겠지만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고 추억이 된다면 엄마는 늘 아들의 연애를 응원한다. "아들 엄마한테 늘 이야기해 줄 거지" " 엄마가 지원 팍팍 해주 테니까 알지?" 이성을 좋아하는 넌 그냥 나중에 일찍 결혼해라! 뭐 엄마랑 평생 같이 산다는 거 그쯤 하면 됐어~ 진짜 그러면 엄마도 골치 아파~ 엄마가 고이 보내줄 때...

아들아, 이번 화이트데이에도 페레로로쉐 초콜릿 사줄게

출처 : 픽사베이


체리봉봉의 우당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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