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엔 돈이 직빵

생일선물로 온 독감파티

by 체리봉봉

따다 다닥 우~엑~ "엄.... 마.... 나... 힘들어..."

밤새 잠을 설치고 힘들어하는 아들뒤로 뜬눈으로 지새운 엄마는 부랴부랴 아들 픽 피카츄 생일파티를 의욕 없는 채 간신히 꾸며본다. "아들 괜찮아?" "엄마 나 학교 못 가겠어." "그래 엄마랑 병원 가자!" 까라지고 힘만 없는 줄 만 알았는데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잰 열체크는 38도를 넘어간다. "엥? 괜찮아?" "아... 니..." 아들은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열이 나니 소아과 병원으로 가서 링거를 맞으라는 거다. 여긴 아동 링거가 없다나? 집 앞 대형 소아과를 갔더니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시장바닥이다. 로비에만 100명은 있는 듯했다. 애들은 여기저기 울어대고 북적북적 여긴 감기를 더 옮아오겠어. 급하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동원하여 근처 소아 링거 맞는 곳을 찾았지만 다 10세 아동에게는 어렵다며 소아전문병원으로 가라는 말뿐이었다. 그렇게 왔다 갔다 진만 빼다 점심시간을 맞았다. 맘카페를 검색하여 5분 거리 링거 맞는 소아과를 찾아냈다. 시간 맞춰 미리 가려했건만 기력 없는 아들을 들쳐메고 갈 수도 없고 가자 가자 애원을 하고 갔는데 오후 진료 30분 만에 마감이 되었다. '아~ 미치고 환장하겠다. 이 상황에 침착하자. 릴랙스~' 다시 서둘러 맘카페를 검색한다. 찾고 찾다 다시 근처 소아과를 찾아 들어갔더니 피난민 합숙소도 아닌데 아이들이 소파에 까라져 여기저기 누워있다. 우리 아이도 옆에 누워 동참했다. 금방 진료를 볼 수 있을 거 같더니 1시간, 2시간, 아이는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하게 뜨거웠고 온몸에 빨판이라도 붙인 양 바닥에 쩍쩍 들러붙었다. 몸살증세를 보인 첫째도 급하게 조퇴를 시키고 끌고 와 옆에 나란히 앉힌다. 아니 엄마옆에 걸쳐놓았다. 엄마를 가운데 두고 서로 누가 더 많이 무겁게 기대는지 저울질해 가며 말할 힘도 없이 끙끙 대기만 했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 진료. "어제 T익스프레스를 타고 쌍코피를 흘렸어요. 몸이 어디가 안 좋은 건가요? 몸살인가요?" "일단 독감검사 해야 할 거 같아요." "독감이요?" 선생님은 신속하게 독감검사를 해주셨다. "이미 에버랜드 가기 전에 독감이 걸렸을 거예요. 그리고 몸이 안 좋았을 거고요. 가서 링거 맞으세요." 이 소식에 아무 힘도 없이 수액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두 아이를 2인실 배드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조금 편히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덥다 춥다를 번복하며 이불을 덮어달라 손잡아달라 에어컨은 꺼달라 불도 꺼달라 주문 릴레이가 벌어졌다. 나는 너무 지쳐 신랑에게 SOS를 쳤고, 링거가 거의 다 맞아질 때쯤 신랑이 왔다. 기력이 빠졌다. 그래도 열이 내려서 그런지 아이들이 젖은 날개를 펼치듯 조금씩 살아났고, 난 내가 살아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링거를 맞고 겨우 살아난 아이들

지친 마음 부여잡고 엄마가 보신해야 독감도 안 걸리고 애들을 간호할 수 있다며 코다리찜을 포장해 아픈 아이들을 뒷전에 두고 신랑과 시합이라도 하듯 씹지도 않고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그렇게 애들을 챙기고 했건만 밤새 둘째는 39도를 육박하며 40도 고열과 씨름을 한다. 첫째에게 약과 사인머스캣을 조금 챙겨주고 일어나자마자 둘째를 끌고 병원으로 갔다. 오픈런을 하며 달려갔지만 이미 만원이었다.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으니 뭐 타미플루 페라미플루 뭐 링거가 있는데 다 떨어졌다나 뭐라나? 난 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열제 링거를 맞는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다시 링거를 맞추고 다시 집에 쫓아가 딸아이를 끌고 올려는 판, 옆집언니의 도움으로 병원까지 딸아이를 픽업해 주었다. 어찌나 감사한지... 기운이 빠져 두 아이와 실랑이 벌이는 틈에 도와주는 천사와 다름이 없다. 다시 두 아이는 링거를 맞았다. 링거를 놓아주는 간호사가 이제야 차분히 설명을 해준다. "이런 경우는 페라미플루 링거를 맞아야 하는데 주말에 손님이 너무 많아 수액이 다 떨어졌어요. 급하게 추가로 시켰는데 아직 안 오고 있네요.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러고는 이거 천천히 맞다가 수액 오면 더 맞자는 말을 한다. '아~ 독감수액이 따로 있구나... 이 무식한 엄마 그걸 맞혔어야 했는데...' 하지만 다른 병원으로 쫓아간들 접수도 오래 걸리고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을 위해 해열제 수액은 아주 천천히 맞고 있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어도 소식은 없고 수액 기운으로 조금 살아났다 까라졌다를 반복하며 아이들과 실랑이는 계속 됐다. 더구나 두 명의 아이라 내 눈의 다크는 턱까지 내려오고 지쳐 내가 당장 링거를 맞아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엄마가 아니던가... 그렇게 버티고 버텨 오후 2시가 돼서야 페라미플루 수액을 맞게 된다.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밖에 더 이상 지침과 힘듦이 무색할 정도로 링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조차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 다행이다. 집에 오니 조금씩 살아난다. 아이들 먹을 간식거리를 꺼내고 먹어보지만 도무지 먹질 못한다. 급하게 죽을 주문하고 배달비 5000원이 아까워 엄마는 경보선수가 된 듯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며 걸으며 죽을 사와 먹인다. '아 진작, 바로 그놈의 뭐 페라미플루 링거를 맞았으면 어제오늘 이 고생 안 할 텐데...' 그렇게 무너진 아이들의 체력은 금방 돌아오질 않았다. 그리고 신생아처럼 종일 잠만 자고 눈뜨면 먹기를 2~3일 했다. 그러다 이제 죽도 물리는지 거부증세까지 벌인다. "이제 살아났구먼! 배가 불렀어~" 주중에 없던 아빠가 주말에 들어오며 정작 자기가 독감에 걸릴까 봐 안간힘 벌이는 모습이 아주 꼴사납다. "안 걸려~ 난 같이 일주일을 있었다!" "넌 슈퍼항체잖어!" "우이쒸~ 죽을래? 나 걸리면 간호는 누가하고 나도 제정신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버티고 버틴 성질의 화살은 신랑한테 가 꽂혔고 월요일 생일이던 아들의 생일파티는 간신히 토요일이 돼서야 케이크의 초를 껐다. 입맛이 없는지 이마저 케이크는 먹지도 못하고 내가 살아야 한다고 버티는 엄마만 우걱우걱 쑤셔 넣는다. 이거라도 먹으니 살 것 같다. 이후 같이 깨작 붙어있었던 신랑도 독감에 걸렸다. 같이 비비고 같이 먹고 같이 껴안고 잔 엄마는 멀쩡하다. 엄마라는 이름 슈퍼울트라 항체를 가지고... 그렇게 독감 후 후유증으로 한동안 골골대고 힘들어하고 지쳤었다. 보름을 지내니 이제 쌩쌩해져 딸아이는 싱글벙글하게 이야기한다.

"엄마 어차피 다행인 거 같아, 내 친구들 다 독감 걸렸어! 어떻게든 걸릴 거였는데 난 이제 괜찮잖아~"

"그 그래..."

입이 방정이라고 토요일 오전 딸아이가 기력이 없어진다. 급하게 주말이니 감기약 처방이라도 받자고 끌고 간다. 갔더니 열이.... "독감검사 할게요!" " 선생님 얘 한 달 전에 걸렸는데요" "그럼 걸릴 일 없는데..." "근데 그래도 독감 종류가 다른 거잖아요. 주말에 아파서 고생하느니 독감 아니다는 거 알면 맘은 시원하니까 해주세요." 선생님 앞에서 검사 후 기다린다. "어?(선생님이 더 놀라신다.) 어머니 독감이네요." "그럼 해열제랑 페라미플루 여기서 맞을 수 있나요?" "12세 이상은 가능합니다." "그럼 그거 둘 다 다 맞혀주세요." 독감 걸린 것도 경험이라고 토요일 점심에 링거를 맞은 아이는 토요일 저녁 조금 힘들어하다 일요일에 바로 살아났고, 해열제 복용 안 하고 열없이 24시간이 지나면 등교가 가능했기에 월요일 힘차게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갔다. 뭐든 경험이고 삶이다. 힘들었고 고됐지만 이제 독감기운이 있는 어느 누가 있다면 특파원처럼 이야기한다. "실비 나오니까 페라미플루 링거 무조건 맞혀~ 돈이 문제가 아니야! 체력 떨어지고 지치고 너무 힘들어..."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경험과 배움에는 끝이 없건만... 엄마는 오늘도 하나를 알아간다.

그리고 그 비싸고 좋은 페라미플루 링거보다 대단한 건 모성애라고... 그 이름은 엄마!

사진: Unsplash의 James Whe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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