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문 안 열어? 문짝 떼어버린다

딸아이의 사춘기 입문기

by 체리봉봉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체리의 생일축하 합니다.


쿠팡에서 시나모롤로 풍선세트를 한 달 전부터 사 고이 모셔 놓았다.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시나모롤로 꾸며달라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나모롤 풍선, 시나모롤 담요, 시나모롤 우산, 시나모롤 머그컵, 시나모를 아이스크림까지 진열하고 생일축하에 정신이 없다. 인증샷을 이쪽저쪽으로 찍고 뽀샵을 주고 아이스크림이 녹을세라 잔인하게 시나모롤 아이스크림을 쪼개 맛있게 먹는다.


생일이 되기 전부터 체리는 주말 1차, 2차 자체생일파티가 이어진다. 고작 김밥천국에서 분식 먹고 인생 네 컷에서 사진을 찍고 와플이나 탕후루를 먹는 코스이긴 하나 가끔 시간여유가 있으면 코인노래방을 가고 문구점을 들린다. 추운 거리를 방황하며 십 대의 여자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맛본 체리는 주말마다 친구들 만나기에 바빠 집을 지킬 새가 없다.

이게 시작이었을까?

생일 당일, 딸바보 아빠는 잠자리에서 체리공주님을 고이 안아 화장실로 데려다주고 친절하게 불도 켜준다. "눈부셔!" "불 끄라고~" "빨리 화장실 가서 렌즈 빼고 해 늦었어" "눈부시다고 불 끄라고" 기승전결 눈부심이다. 불을 꺼야 준비를 한다고 우기는 딸아이, 박쥐도 이 정도면 눈을 뜨겠다며 소리를 치는 아빠, 생일날 이러고 싶냐고 토닥이다 성질 내다를 반복하지만 계속 어깃장을 놓으며 별일 아닌 일에 고집을 부린다. 결국 터져버린 아빠, 딸아이를 공주처럼 오냐오냐하던 아빠한테까지 레이저를 뿜어내는 체리의 눈! 동! 자! 아직 아빠는 딸아이의 이런 행동에 낯설다. 쾅! 문을 닫아버린다. "야! 문 안 열어? 문짝 떼어버린다!" 욕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지랄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아빠를 방으로 보내고 엄마가 출동한다. "얼른 빨리 준비해! 늦었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지만 이순신장군 동상이라도 된 듯이 꼿꼿이 서있는데 슬슬 엄마의 혈압이 오르기 시작한다. 목구멍에서는 "눈 깔아라!"가 치밀어 오르지만 큰 숨을 몰아쉬며 마음을 정돈해 본다. 그마저 눈빛이 조금만 세지면 마음을 정돈시키다 쏘아붙인다. "눈 안 풀어? 뒤질래???"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49분까지 안 나가면 알아서 해!" 밥 먹고 양치하고!!!" 순간, 엄마의 승리 같다. 하지만 뒤돌아서 사춘기인 딸과 나의 옛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자면 금세 미안해져 명품 실크 스카프 보다고 부드러운 엄마가 된다. "체리야 왜 그랬어?"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 엄마 그러면 정말 속상해진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12번째 생일날이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싶은데 거울을 보면 밭두렁같이 움푹 페인 이마의 주름과 흐물흐물 도토리묵 같은 볼살을 보자니 아~ 시간이 온몸에 사무치게 느껴진다. 한없이 귀엽고 자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웠던 귀염뽀짝했던 인형 같은 딸아이가 변해간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시간을 멈추고 싶은 심정이다. 단전에서부터 몰아 깊은 한숨을 쉬어본다. 엄마는 하루종일 충격에 사무쳐 화가 불끈불끈 나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또다시 어떻게 대체할까 궁리 중이다.

"사춘기야 제발, 얌전히 올 수 없겠니?"


사진출처 : 픽사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