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른이 되는법

브런치에 도전하다

by 체리봉봉
해보고 싶다.
나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
내가 하면 흉볼까?
아니 욕할까?
아니다. 누가 날 신경 쓰겠어.
야? 네가? 다시 생각해 봐

몇 번을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놓치면 또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땅을 치고 후회할까 싶어 미친 척하고 접수를 했다. 나도 브런치 작가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스승님이 하라는 대로 고지 곧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고비의 3주의 과제, 창작의 고통을 고작 쪼금 맛보고는 금세 좌절의 늪으로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래도 '초고는 쓰레기'라는 예방주사를 미리 놔주셔서 간신히 버티긴 했지만 내 꼬락서니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 합격의 소식들, 동기들의 속닥속닥 거리는 소리에 나도 함 해보자라는 용기가 솟구쳤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2일 동안 주말이 너무 길었다. 미라클모닝과 함께 눈비비기에급했었는데 어느새 김은희 작가라도 된 듯 아침에 글을 쓰고, 얼굴에 팩을 붙이고는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 저절로 아이를 깨우는 목소리도 사랑스럽고 여유 있게 다가갔다. 마지못해 콘후레이크에 우유를 말아 입에 꾸역꾸역 쑤셔 넣는 아침이 아닌 샌드위치, 토스트, 계란프라이, 샐러드, 과일이 첨부된 우아한 브런치로 바뀌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면 브런치 메뉴가 나와서 브런치인가? 말도 안 되는 유머를 품어내며 겉으로는 여유 있고 고상한 척 일주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 혼자 글감생각에 빠져서 피식 웃고, 감정에 빠져 옛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일에 신청할걸, 매번 후회의 연속이다. 정신없는 월욜일을 보내다 저녁 무렵이 되어 알림을 보게 된다.


까아악! 아이들을 기다리던 스포츠센터 주차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방송이라도 하고 싶었다. "동네 사람들, 여기 들어보세용" 하지만 알릴 사람이 없다. 책을 내는 작가도 아니고 이제 글 써도 된다 허락받은 애송이 작가이기에 터지려는 단추, 꾹꾹 지퍼 잠그듯 억누르고 있었다. 딸과 아들이 나오는 순간, "엄마 합격했어! " 감히 누가 들을까 싶어 귓속말로 엄마 브런치 합격했어를 반복한다. 쓰레기 글을 잘 썼다 칭찬해 준 딸이었기에 합격의 기쁨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랑이 끝에 다듬고 다듬다 좁쌀만 해진 첫 글을 어린아이처럼 딸아이에게 보고하고 자랑을 해댔다

엄마가 쓴 글이야, 어때?
우왕 잘 썼는데,
진짜?

말이라도 고맙다. 뭐라도 시작했다고 칭찬해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나도 네가 뭘 하든 먼저 우쭈쭈 해주고 쓰담쓰담해 줄걸 왜 그것밖에 못했냐고 그러니까 진작에 하지라고 말했던 기억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딸 앞에서 작아진 내 모습, 부쩍 커서 의젓해진 딸을 보니 감사하기도 하다.

엄마 이름 하나 지어줘라, 다들 멋진 작가명이 있는데 엄만 뭐 하지?
음, 엄마 체리봉봉
엉? 봐봐 이런 거, 이런 거처럼 좀 세련되고 멋진 거
엄마! 내가 보기엔 체리봉봉이 제일 예! 뻐!
응?

딸아이가 그린 체리봉봉 그리고 한 달 뒤 바뀔 체리봉봉

그렇게 귀염뽀짝하고 순수하게 체리봉봉이 되었다. 엄마를 처음 인정해 준 너의 격려를 뿌리칠 수 없어서 인스타감성을 포기하고... '체리봉봉' 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엄마앞에 혼자 신나서 잠자리에 들지도 않고 그림까지 그려준단다. 괜찮은데... 예쁜 사진 많은데, 딸아 자야지, 이번에도 고상함을 저버린 채 1호 독자의 말씀을 따르게 되었다.

엄만 왜 다 합격해? 어? 뭐라고?

이불을 고이덮어주는데 순간 뇌정지가 되듯, 되묻는다 뭐라고? 아니 엄마 지난번 취업도 하고 브런치도 통과했잖아, 고맙다. 엄마가 근심걱정이 있을 때 예민하니까 건들지마라 선포하다 투정부리다 간절해 기도부탁하며 말했었는데 딸아이라 그런지 그걸 기억하고 자기 자신도 되새기며 기도하고 있었다. 엄마의 도전, 초조함, 합격, 기쁨을 함께 하고 있었다. 이제 컸다고 엄마를 토닥이며 격려하고 있었구나, 엄마가 너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네가 엄마를 성장시키고 있었구나, 엄마도 열심히 해볼게 멋진 엄마, 멋있는 여자, 멋있는 아내가 되도록


프로필 수정은 한 달 뒤에야 가능하니까 한 달은 고이고이 간직해 보자.

세련되고 럭셔리하고 우아하고 기품 있고, 심플한 이름으로...



엄마가 어른이 되는법 2편은 여기입니다

https://brunch.co.kr/@cherrybbo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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