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언니를 따라나섰다. 친하지도 않고 가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 한참 위 언니와 어쩌다 말문을 텄고 운동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운동은 자전거도 못 타고 해본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이 전부인 운동 초짜이다. 당장 내일 점핑을 따라가겠다는 말을 해버렸다. 그렇게 칼로리 소모가 최고라는 점핑을 시작하고 엄청 힘들어서 매일 운동가는 길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최신 인기 가요를 들으며 땀을 육수 흘리듯 흘려본 적이 없었기에 흥분되고 묘한 매력에 빠졌다. 신나 보였나? 열심히 해보라는 남편의 감개무량한 협조로 이왕 할 거 길게 끊고 제대로 하라는 어명에 순종하듯이 6개월을 끊게 되었다.
이쯤이었을까. 예측 가능하겠지만 나는 금세 한계를 맞았다. 겨우 한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점심 한 상을 푸짐하게 차려 먹는 것도 모자라 믹스 2봉지를 우유에 말아 먹고 나서야 손을 뗐다.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1kg의 변화도 없는 내 몸이 슬퍼진 나는 얼결에 도전다이어트를 신청해버렸다, 아무래도 미쳤었나 보다. 주전부리가 없는 삶,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는 삶은 한번도 예상해본 적이 없던 나였다. 인생 최대의 결심이었다. 시작이다.
아침 9시 알람이 울리면, 기계적으로 뛰어가 열핑을 하고, 바로 집 뒷산을 오르내리며 태릉촌 선수라도 된 듯 운동중독에 빠져버렸다. 김종국 같은 운동인들 만 먹는 줄 알았던 닭가슴살, 단백질 셰이크 폭풍 검색과 셀러리를 박스채 주문하여 주말마다 한나절을 닦고 갈아 한 컵 분량으로 담아놓는 뿌듯함으로 일주일을 시작했다. 삶의 우선순위는 다이어트였다.
맛없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사고, 나도 한번 먹어보자며 소고기를 사고, 두부를 귀한 들기름에 부치고, 각종 버섯을 오로지 고추와 후추만을 넣고 볶고 있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나 몰라라 하고 식단과 운동 인증샷 찍기에도 바빴다. 엉덩이를 붙일 때면 건강, 운동, 다이어트 유튜브를 보며 해독주스, 양배추요리, 키토김밥, 스트레칭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아몬드 가루, 코코넛오일, 카뮤트, 곤약, 비건 음식을 쿠팡에 담으며 건강빵을 만들고 또띠아를 만들며 다이어트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마저도 너무 맛있다며 식단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초식동물인 코끼리가 생각날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엄마 입터졌냐며 싸 온 도시락의 토마토와 오이를 건져 먹을 때면 눈에 독기를 품은 레이저를 쏘아댔다. 가족들 밥상만 차리다 나만의 음식을 준비하니 흥분의 도가니였다. ‘내일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하는 건강한 고민에 빠져 꼬르륵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곤 했다. 그래도 혹시나 정신이 나가 야식을 먹는 옛 생각에 쩝쩝거릴 땐 아이들한테 절대로 못 먹게 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보초를 서게 했다. 열심히 했지만 늘 주말이 고비였다. 끝내 배고픔과 허전함에 잠 못 이룰 때는 마른김을 우걱우걱 먹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고장이 난 체중계 덕분에 중간 점검 없이 그냥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렸다. 일주일, 열흘이 되니 일상이 되고 전부가 되어 나 자신에게 흠뻑 빠져 신바람이 나듯 몰입하게 되었다. 점핑도 간신히 흐느적대던 몸에서 의지와 활력이 생기니 조금씩 동작이 나아지고 몸도 점점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셀러리즙의 아오리사과 같은 상큼한 맛, 양배추의 달고, 아삭한 맛에 빠지고 방울토마토의 톡톡 터지는 식감, 버섯의 쫄깃쫄깃, 담백한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3주 후 5kg, 체지방이 4.7kg 나 빠졌지만 아쉽게 2등을 하고 말았다. 나는 다시 이를 갈았다. 생애 다시는 없을 두 번째 도전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점핑을 하니 선생님도 걱정하시며 운동도 요요가 온다고 하셨다. 그렇게 불타는 도전은 계속되었고 배고픔을 참기 위해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결전의 날, 세심하게 저울에 재어 제일 가벼운 레깅스를 찾아 입고 갔건만 이미 불타는 도다 동기들이 있어 불안했다. 난 100g이라도 덜기 위해 생전 처음 비키니같이 브라탑만 입고 인바디를 쟀다. “어머, 저 언니 독한 것 봐”라는 말에도 꿈쩍 안하고 눈 딱 감고 오로지 몸무게만 생각했다. 미치광이가 마지막 발악하는 것처럼, 그러다 4.6kg, 체지방 4.4kg로 1등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은 다이어트 전과 다이어트 후로 바뀌게 된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했던가~ 3+3주 만에 달라져 티는 쌀 포대 자루가 되어버렸고 바지는 숭숭 내려가더니 기어이 속옷까지 커져 드디어 늘어나고 해진 속옷을 바꿀 수가 있었다. 살이 빠지니 발도 날씬해졌는지 신발마저도 헐렁거렸다.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크롭티를 사고 바지에 티를 넣어 입게 되었다. 동네방네 선거 유서하듯 인사하러 만남의 장을 열고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몸이 반쪽이 됐네” 놀라는 모습에 겸손한 척했지만 알아봐 주면 날아갈 듯 행복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봄옷을 샀건만 한 벌만을 샀기에 일주일에 4일은 교복입은 아줌마였다. 난 너무 좋아 꿈나라에 사는 듯한데 영상통화를 한 엄마는 주름살과 볼살이 폭 폐인 딸을 보며 안쓰러워하셨다. ‘오 마이 갓’ 이게 아닌데, 그토록 좋아했던 마음에서 속상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아직도 고이 간직한 뱃살이 많지만, 그것은 평생 함께하겠노라고, 그리고 뒤늦게 수분크림을 찍어 바르고 마스크팩을 붙이며 1일 1팩을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보톡스와 필러를 검색하는 나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