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이제 엄마로 태어나셨습니다.
나는 20대의 끝자락에 임신했고, 내 나이 서른에 아이를 마주했다. 10개월을 같이 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임신 중 나는 종종 남편에게 ‘근데 아이 낳고 조리원 갈 때 어떻게 아기를 안지?’하는 터무니없는 걱정을 털어놓곤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그럼 내가 하지 뭐. 걱정하지 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나는 내게 다가올 새로운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그때는 정말 막연했다. 저 멀리서 연기가 폴폴 나는 것이 맛있는 밥을 짓고 있어서 인지, 밥을 짓다 집이 타고 있는 건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었는데, 되었다는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낳자마자 난 엄마라고 불렸지만, 엄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 똑하니 떨어진 셈이니, 엄마가 된 게 아니라 엄마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닌가? 아기가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인생 카운트가 시작되듯이 나에겐 엄마라는 시간이 새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막 응애응애 태어난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이전에 내가 살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곳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내 이름이 아닌 ‘엄마’라고 불렀으며 내 몸은 이전과 다르게 무겁고 여기저기 아파왔다. 관심 없던 카테고리인 육아동은 필수코스가 되었고, 너무 많은 육아템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길을 잃고 헤매었다. 내 일은 스스로 해내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지난날들이 우습게 아이와 관련한 것은 모든 것이 물음표였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육아라고 불리는 작은 덤불이 내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뒤덮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