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If가 주는 막연한 희망같은 것들

by 듀홈마

캐나다로 이민가서 산지 20년쯤 된 작은아빠가 한국에 오셨다가 다시 캐나다로 가셨다. 작은아빠는 5년에 한번꼴로 한국에 왔다 가신다. 저번에 왔다 가셨을때는 남편과 내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을 때였는데 벌써 내 아이는 다섯살이 되었다. 작은아빠는 나의 아들 J를 실물로 보고는 너무 행복해하셨다. 작은아빠의 큰 딸인 D도 이번에 결혼을 한다고 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로 돌아간 작은 아빠는 며칠 전 내게 사진을 보내왔다. 10년전 내가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때에 작은아빠가 찍어준 것들이었다. 시간 순차적으로 사진 속 나를 보니 어두웠던 표정이 시간이 지날 수록 펴지는 것이 보였다. 사진 속 나는 행복해보였다.


한국에서의 나는 자주 움츠러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날이 서 있었다. 연기를 배우면서는 더욱이 그랬다. 언제나 도마 위에 올라있는 물고기 신세였고 그 환경에서 압박감을 느꼈었다. 그러다 아무도 날 알지 못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캐나다로 가 있을 때에는 그간 못 느꼈던 어떤 해방감을 만끽했었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내게 또 삶이 주어진다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춤을 추고 싶다. 영혼의 결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며 철학과 문학에 대한 대화를 하다 잠들고 싶다.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두고 싶다.


지금의 삶도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허전함이 밀려올때면 나는 다중우주론을 떠올린다.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엔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살아갈 행성이 존재할 것이고 그 속에는 나의 형상을 한 또 다른 내가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그리고 그 행성에의 나는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 것이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어쩌면 수 많은 나의 버젼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그렇게 if가 주는 어떤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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