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린이집이 폐원을 한단다..
흙이냐, VR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산 전부터 꿈이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많은 사교육을 시키지 말아야지. 그저 흙밟고 놀며 자연과 친구들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지. 아이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이상 무언가를 억지로 배우게 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숲어린이집이 그것이었다. 봄에는 산에 가을에는 강에 나들이를 다녀온다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면 미세먼지가 안좋거나 눈과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이상에는 늘 밖에 나가서 놀다 올 수 있었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했었던 아이는 어느새 자라 가장 밝은 얼굴로 엄마 안녕! 하며 등원했고 하원할때는 세상 밝은 얼굴로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는 2년 가까이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러던 어린이집이 이번달 말까지만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를 담당하던 선생님도 사직한다고 했다.
늦은 밤 그 소식을 듣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유치원 중간입소를 바로 알아봤다. 월요일부터 전화를 계속 돌렸다. 방과후 과정이어야 했다. 3월 입학이 다 끝나고 4월말에야 전화하는 사람은 아마 나 뿐이지 않았을까..?
방과후 과정 있나요?
없다.. 없다고 한다. 병설유치원, 국공립 다 합쳐서 다섯군데는 전화를 돌렸다. 한 곳은 재원부모 중 희망자부터 방과후를 우선 추첨한다고 했고 외부인이 방과후 자리에 들어오기는 사실상 힘들다 했다. 한 곳은 현재는 없지만 대기자 명단엔 올려줄 수 있다 했다. 그러다 마침 자리가 있다는 곳을 찾았고 허겁지겁 바로 입학원서 쓰러 가겠다고 말했다. 방문할때 아이 등본이랑 맞벌이 서류도 같이 준비해오라고 했다.
나와 남편 모두 작년 말에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서 내가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4대 보험 가입자로 돌리면 좀 덜 나올까 싶어 요청했다가 두 달정도 진행하고 개찐도찐이구나 싶어 다시 원천징수로 돌렸던 이력이 있다. 현재 나는 프리랜서로 되어 있어서 3개월치 원천징수 영수증을 요청했고 두달은 4대보험으로 한달은 원천징수로 돌린 영수증을 받았다. 첨엔 뭘 떼려고 하면 4대보험 가입자여야 가능한 서류들이었고 심지어 나는 4대보험을 들었다가 2달만 진행하고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간 케이스라 혼자 서류를 떼보려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달만 더 4대보험을 놔둘걸 싶었다.. 프리랜서 엄마들은 진짜 서류들을 이렇게 떼는걸까? 어렵기도 하다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은 개인사업자라 나보다는 서류 준비가 훨씬 쉬웠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 모두 둘 다 일을 해야 가계 유지가 되는 상황이라 어느 유치원 시설이 좋네, 교구가 화려하네, 밥이 맛있네.. 이런 건 사실 알아볼 틈이 없었다. 그저 기관이든 기관에 적응할 내 아이든 모든 게 큰 탈 없으면 좋겠다 그 뿐이었다.
다행히도 옮길 유치원을 한 달 먼저 보낸 엄마를 알고 있어서 정보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아이 엄마의 말로는 VR실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단다. 방과후 선생님 수업도 너무 재밌어 하고 교구랑 책도 많고 교실이 넓다고 했다.
그래. 이참에 잘 됐어 하며 후련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어린이집 원장님이 다시 연락이 왔다. 폐원 결정 취소한다고 선생님들도 다 안나가실 거라고.. 그런데 정리해야 할 것들이 좀 있으니 몇 달만 지금처럼 다니며 다음달부터 혹시라도 담임선생님이 부재해도 기다려달라고.. 마음이 뒤숭숭했다..
오늘도 아이는 흙 밟으며 놀다가 개구리를 발견하고 꽃도 만져봤다며 그게 너무 신났다고 했다. 그래.. 어릴 땐 노는 게 일이지.. 맞아..
근데 이제 여섯살이 되었는데 내가 아이에게 최선을 준다는 내 생각 하나로 많은 걸 경험하게 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 건 아닐까?더 큰 기관에 가면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는 책도 좋아하고 글씨도 제법 잘 읽는데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만큼 아이들을 아끼는 선생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금 어린이집은 평일에도 주말에도 아무때나 부모에게 열려 있는데 이런 공간과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씩 산으로 강으로 나들이를 다녀오는데 개구리알도 보고 올챙이도 봤다고 좋아하는데.. 쑥과 할미꽃이 어떻게 생긴지도 알고 있는데..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선택지가 유치원밖에 없었을때가 덜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무엇이 아이를 위한 답인지 명쾌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보내봐야 안다는 다른 아이 엄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래.. 보내 봐야 아는거겠지.
보내 보면 알 수 있겠지.
다 좋을 수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