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Chimp with a Machine Gun

프롤로그

by Cherry Fraser

01. Chimp With a Machine Gun

'Chimp With a Machine Gun'


미드 <베터콜사울(Better Call Saul)> 'Pimento' 에피소드에서 동생 지미에게 형 척이 무심코 던진 말이다. 지미는 사이버통신대학 출신에다가 매일 편법을 일삼으며 강력범죄자들을 변호하는 하류 변호사다. 유펜 출신에 대형로펌의 일류 변호사였던 척이 평소에 동생에게 갖고 있던 아니꼬운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평생 자신이 '못배운 놈'이라고 여기던 동생이 변호사의 공권력과 영향력을 갖게 되면 어떠한 사회적 파급을 초래할지 알고 있다는 듯이.


요즘은 머릿속에 저 구절이 계속 맴돈다. 기관총을 든 침팬지라니. 일촉즉발 상황인 게다.

맴도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관망(觀望), 주변에 침팬지가 있지 않은가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게 된다. 기관총이 어떠한 형태로 생겼든 간에, 언제든지 방아쇠가 당겨져 나를 포함한 주변을 향해 폭격이 퍼부어질 수도. 침팬지에게 악의가 있을까? 그들이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것은 방어기제로부터 비롯된 생존본능이거나, 아니면 오로지 흥미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침팬지의 의도야 어찌됐든(나는 관심도 없다) 중요한 것은 침팬지에겐 인간처럼 조준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침팬지는 현실 곳곳에 총을 맨 채 돌아다닌다. 악의야 없겠지만(악의가 차라리 있는 것이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은 자꾸만 총을 쏴댄다.



두 번째는 성찰(省察),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결국은 나도 기관총 든 침팬지가 아닐까. 나는 누구보다 영향력을 바라는 사람이지만, 이것이 곧 재앙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가진 사상, 이념, 신념, 잘못된 지식, 잘못된 생각들이 사회의 작은 부분에라도 뿌리내리는 것은 오히려 토양의 질을 저해하는 건 아닐까. 집단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개인에게라도.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로 인해 상처 받거나 나로 인해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되진 않을까. 신께서 고기를 잡으라고 망발을 주셨는데 나는 애꿎은 인간을 잡아놓고 새 망발을 달라고 신을 비판하게 되진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나는 법학 학위를 갖고 있는 전문 지식인도 아니고, 명문가에서 투철한 교육을 받은 엘리트도 아니다. 나같은 소시민에게 목소리가 생긴다는 것이야말로 침팬지에게 기관총을 쥐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요즘은 내 주변에 침팬지가 늘었다. 어제도 3명이나 만났는 걸.


문득 <기관총 든 침팬지>를 써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인간에 대한 성찰과 고찰을 나만의 베베꼬인 철학적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에세이 형식일 수도, 소설 형식일 수도, 아무렇게나 써내려갈 것이다. 왜냐하면 졸업 작품 그려야되는데 소재가 없어서 미치겠다. 정신없이 아무말이나 써재끼고 담배 한 대 빨면서 보면, 짚 속에서 바늘 나오듯 뭔가 인상적인 구석이 하나씩은 나오더라. 뿐만 아니라, 요즘 평소에 화가 늘고 욕을 수없이 한다. 내 생각엔 욕구 불만이다. '인간 세태 비판과 해학' 욕구가 아랫배에 정액으로 똘똘 뭉쳐있다. 얼른 자위해서 배출시켜주지 않으면 아마 폭발할 지도 모른다. 롱런하기 위해선 딸딸이를 주기적으로 잡아주라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에서 마크 해나 선배가 말씀하셨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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