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고찰시리즈 03.

by Cherry Fraser

나는 가끔씩 호텔에 혼자서 하루 묵고 온다.

호텔이 갖는 특유의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과 인테리어풍을 좋아하기도 하고,

방 속에 틀어박혀 사회와 잠깐 단절되어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한 공간은 없다는 오랜 생각이다.


살짝 어두운 조도, 각 호텔마다 나름대로 풍기는 고유의 디퓨저 향, 부드럽고 살짝 차가운 침대보의 감촉, 폐쇄적이면서도 프라이빗한 공간성이 주는 아늑함과 어색함 그 중간 어딘가의 감성. 비싼 호텔도 좋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비즈니스 호텔의 크지 않은 방이 딱 좋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주말 이틀을 쉬어본 적 없는 요즘. 생일날과 연휴에도 출근하며 많이 지쳤다.

힘들고 고난한 것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몇 달, 몇 년은 더 이렇게 살아야할 것이고,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은 없다. 그저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부쩍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안 중요한지에 대한 가늠쇠를 잃지 않고 싶다. 언젠가부터 그 수평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호텔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둬 생각의 족쇄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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