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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Dec 24. 2024

좋은 공학자란

전공 과제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공과대학과 연세대학교에 대한 환상을 안고 읽었던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가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어 언더우드 기념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읽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공학 연구자들, 엔지니어들은 때로는 신념에 가득 찬 웅변가이면서 또한 그들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설득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을 지닌 전문가들이다.(출처: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2019)”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강의 시간에 홍진기 교수님께서 공학과 과학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을 때, 고등학교 시절 공과대학과 자연대학(우리 학교에서는 이과대학) 중에서 선택해야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의 나는 공학자와 (자연)과학자가 내놓는 결과물의 차이에 주목했다. 비록 공과대학으로의 진학을 선택한 것에 금전의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공학자가 내놓는 결과물은 (상용화만 된다면) 세상에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에, 과학자가 내놓는 결과물은 주로 추상적이고 비학계인의 삶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학계 내에서만 화제가 될 것 같다는 어쩌면 짧은 생각일 수도 있는 개인적인 판단 아래 공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자연과학의 토대 위에서 공학이 재주를 부리고, 자연과학이 발전해야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좋다는 것도 알지만, 자연과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할 경우 100년 정도의 인생(과학자로서는 70년 정도의 인생)에서 직접적인 사회에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것만 같았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면 좋은 공학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공학자가 이뤄내는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공학자란 우선 자신이 이뤄낸 혁신이 누군가에게 진정 혁신이라고 인식되는지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사고와 함께 전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만들어냈다면 좋은 공학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자본가들에게만 혁신인, 즉 그들의 지출을 줄여주지만 비자본가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는 기술 예를 들어 대량 실직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기만 하는 공학자는 좋은 공학자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필연적이기 때문에 ‘만’이라는 조사를 붙였다. 이러한 기술을 내놓고서도 좋은 공학자라고 여겨지기 위해서는 그 기술로 인해 야기될 문제에 대한 보완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공학자이며(-마치 마법사 같기도 하다.-) 좋은 상상을 위한 창의력을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고, 상상만 하지 않고 직접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경험과 공부가 좋은 공학자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들 눈에는 괴짜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 신념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배짱 또한 좋은 공학자가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하지만 뭐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위인이 혼자서 탄생하지 않듯이 좋은 공학자도 좋은 조력자들이 주위에 있어야 탄생한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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