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리 Dec 24. 2024

3화

게임의 룰

“어? 고하늘이다!”

“하늘 선배다. 역시 오늘도 잘생기셨네!”


“학생회장님 맞지? 이름이 고하늘이셨던가?”


“점심 안 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급식실엔 웬일이지?”


‘우리 학교 학생회장 이름이 고하늘이었던가? 고하늘이라… 어디서 들어봤는데?’


“…고하늘!?”


조아가 소리쳤다.


“너~ 학생회장이자 선배이신 분 이름을 막 그렇게 불러도 돼?”


신비가 말했다.


“조아야, 왜 그래?”


유정이 물어봤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름이 너무 예뻐서… ㅎㅎ”


조아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흐음. 수상한데?”


은하가 말했다.


“아 맞다 맞다! 그래서 아까 무슨 일이었어?”


다행히도 신비가 화제를 돌려주었다.


“아까? 유바다랑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는 거야?”


“어.”


“응”


“응응.


셋이 일제히 대답했다.


“아~ 별일 아니었어. 내가 1학년 층에 이동수업 가면서 교과서를 반에 두고 왔는데 그걸 바다가 주워서 가져다준 거야.”


조아가 재치 있게 이야기를 지어내서 대답했다.


“근데 너랑 아는 사이 같아 보이던데? 아침에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유정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 예전에 바다가 나에게 스마트폰 잃어버렸다고 혹시 전화 걸어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었어. 그때 바다가 내 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놓았나 봐!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알았는데 어제 이름을 알게 됐어.”


조아가 이야기를 술술 지어내서 대답했다.


“그런 거였구만.”


은하가 대답했다.


“뭐야 뭐야~ 난 또 고백이라도 하는 줄?”


신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식판 들 차례 됐다.”


은하가 말했다.


이야기하면서 줄을 서 있다 보니 어느새 줄이 줄어 있었다.

조아와 친구들은 식판에 급식을 받고 자리에 앉아서도 즐겁게 떠들었다.


“오늘 급식 맛없다.”


“매점 ㄱ?”


“기기”


“그럼 급식 그냥 버릴까?”


“그러자!”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디선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2학년 한조아 학생 맞으실까요?”


“네, 제가 한조아인데요.”


조아가 대답했다.


“잠시 시간 되실까요?”


하늘이 말했다.


‘또냐…’


“네.”

 

조아가 대답했다.


 “애들아, 매점 들렸다 반 먼저 가 있을래? 매점 같이 못 가서 미안해. ㅠㅠ”


조아가 말했다.


“알았어. 그럼 이따 봐!”


신비가 말했다.


***


하늘을 따라서 간 곳은 아까 바다와 온 곳과 똑같은 학교 뒤편 정원이었다. 정원은 학교 건물과는 꽤 떨어진 먼 곳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조아가 하늘에게 외쳤다.


“너도 게임 캐릭터지…요?”


선배라는 걸 잠시 깜빡하고 있던 조아가 뒤늦게 존댓말을 붙였다.


“맞아요.”

“그럼 지금부터 게임 룰을 설명해 드릴게요. 아직 게임 룰 설명 못 들으셨죠?”


“응…아니 네.”


조아가 대답했다.


“원래대로라면 바다가 설명해 줬어야 하는데… 너무 들뜬 바람에 설명을 까먹었나 보군요. 제가 설명해 드리죠.”

“고하늘, 최산, 유바다. 저희 셋은 게임 캐릭터예요. 어제 조아님이 게임을 설치하신 이후부터 현실 세계에 패치됐어요. 조아님을 제외한 분들은 원래부터 저희가 이 세계에 존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우와… 대박.”


조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감탄했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 게임이 패치됐다는 거죠? 진짜 믿을 수 없지만 당신이 눈 앞에 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네. 맞아요. 그러면 룰을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조아님께서 주먹을 쥐었다가 손을 펼치시면 허공에 조아님께만 보이는 상태 창이 나타날 거예요. 클릭을 원하시는 곳은 눈빛을 1초 이상 보내시면 클릭됩니다. 상태 창에서 각 캐릭터에 할당된 퍼센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션은 언급 금지예요. 만약 언급하게 될 경우 2%씩 해당 미션 캐릭터의 퍼센트가 깎이게 돼요. 그리고 11회 이상 언급하면 저희 세 캐릭터는 현실 세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퍼센트는 음수로는 내려가지 않아요. 한번 미션을 언급하실 때마다 횟수가 차감되며 남은 언급 횟수와 함께 경고창이 뜨게 돼요. 미션을 완료해서 가장 먼저 100퍼센트를 채운 캐릭터만이 현실 세계에 영원히 남게 되며 나머지 두 캐릭터는 흔적 없이 소멸해요 미션을 완료하셔서 일정 포인트에 도달하실 때마다 베네핏이 있어요. 베네핏이 무엇인지는 직접 알아보셔야 해요.”


“흠. 복잡하네요. 혹시 이 룰 어디에 필기는 안 되나요?”


조아가 말했다.


“필기는 안 돼요. 룰을 쓰는 것으로 인식되는 순간 시스템에서 인식해서 사라집니다. 조아님을 제외한 필기를 본 다른 사람들의 기억도 지워지고요. 다만 상태 창에서 룰 부분을 클릭하시면 언제든 다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하늘이 말했다.


“알겠어요. 그런데 친구들에겐 뭐라고 말하죠?”


조아가 물었다.


“그냥 물건 찾아줬다고 하시면…”


조아가 하늘의 말을 중간에 끊고 말했다.


“그건 안 돼요. 아까 바다랑 만났을 때 이미 써먹은 핑계예요.”


“바다요? 그 사이에 성을 떼고 부르실 만큼 친해지신 거예요?”


하늘이 말했다.


“아 어제 끝말잇기 게임을 같이 했거든요. 오늘도 두 번이나 만났고요.”


“아 그러시군요…”


하늘이 말끝을 흐렸다. 어딘가 심기가 불편한 듯했다.


“…그러면 제가 고백한 걸로 하죠.”


하늘이 담담하게 말했다. 담담한 하늘과는 달리 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고백이요;??”


“농담이에요. 농담. ㅎㅎ”


“농담을 짓궂게 하시네요!”


무뚝뚝해 보였던 하늘이 이렇게 대담한 농담을 한다니. 조아는 무척이나 놀랐다.


“그냥 선도부 부원이 필요한데, 조아님이 모범적인 생활을 하신다는 게 제 귀에 들어와서 선도부 부원으로 들어와 주면 어떠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때마침 선도부원 한 명이 전학을 가기도 했고요. 어떠세요?”


하늘이 물었다.


“좋은 것 같아요.”


조아가 대답했다.


“아 물론 제 제안은 진짜입니다. 선도부원에 들어오실래요? 들어오신다면 생기부도 좋은 내용으로 채워지실 거예요. 들어오겠다고 하신다면 학생주임 선생님께 선도부원 한 명이 추가됐다고 말씀드릴게요.”


‘특별 채용인가? 약간 찜찜한데…’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요. 고민해보고 내일까진 말씀드릴게요.”


“좋아요. 그러면 내일까지 결정하시고 말씀해 주세요. 쉬는 시간에는 주로 학생회실에 있으니까, 학생회실로 찾아오시면 돼요.”


“네, 알겠어요. 오늘은 룰 전달을 위해 오신 거죠? 이만 가봐도 될까요?”


조아가 물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내일 꼭 다시 봬요.”


하늘이 답했다.


***


“조아야, 담임선생님께서 너 반 오면 진로 상담한다고 교무실로 바로 오래!”


조아가 반에 들어오자마자 반장이 조아에게 말했다. 덕분에 조아는 초롱초롱한 친구들의 눈빛을 져버린 채로, 교무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교무실로 향하는 길에 조아는 선도부에 들어갈지 말지 수십번을 고민했다.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조아는 담임선생님 책상에서 진로 희망 종이를 발견했다.


“어, 조아 왔구나. 여기 앉으렴.”


담임선생님이 의자를 내밀며 말했다. 3월부터 진행된 진로 상담이었지만 담임 선생님이 부장 선생님이라 바쁘고 조아의 성이 한 씨인 탓에 조아의 진로 상담은 6월까지 밀렸다.


“어, 그래 문예창작과에 진학해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네.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조아가 답했다.


“그런데 조아야. 너는 내신도 괜찮고 생기부는 아직 1학년 것밖에 작성이 안 됐잖니. 지금이라도 경영학과로 희망 학과를 틀면 어떨까? 문예창작과는 취업이 안 되잖니. 소설가는 굳이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지 않아도 될 수 있고. 선생님이 인생 조언해주는 거다.”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조아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저는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여 소설 쓰는 법에 대해 제대로 배워서 전문성 있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경영학과 학위가 필요하게 된다면 복수 전공이라는 방법도 있고요!”


조아가 답했다. 조아의 똑부러진 답에 담임선생님은 더 이상 경영학과로의 진학을 권유할 수 없었다.  성적에 관한 짤막한 상담을 한 뒤에, 조아는 교무실에서 나왔다.


“아잇, 깜짝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