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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Dec 24. 2024

4화

약과

“누나, 하이? 오랜만이야!”

조아를 깜짝 놀라게 한 장본인은 바다였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반 가서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아무래도 친구들이 알려준 모양이었다.

바다가 조아에게 약과를 건넸다.


“이거 줄려고 왔어.”


바다가 말했다.


“우와. 약과다! 약과 좋아하는 애 많지 않은데! 나 약과 좋아하는 거 알고 사 온 거야?”


조아가 말했다.


“어…?”


바다는 약간 당황한 듯했다.


“아!”


바다는 뭔가가 갑자기 떠오른 듯했다.


“누나가 약관에 동의했잖아”


바다가 조아의 귀에 귓속말로 속삭였다. 조금 전까진 높았던 바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조아의 마음이 간질거렸다.


‘왜 이래? 한조아, 정신 차려! 게임 캐릭터일 뿐이라고!’


조아가 속으로 생각했다.


“약과 줬으니까 난 이만 갈게! 안뇽~”


조아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는 갑자기 인사를 남기더니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조아도 반으로 돌아갔다. 조아가 반으로 돌아가니 친구들이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조아를 쳐다봤다.


“그래서, 학생회장 선배가 무슨 일로 부르신 거야?”


은하가 물어봤다.


“그냥 별거 아니야. 선도부에 자리가 하나 비는데 그 자리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물어봤어.”


“근데 왜 굳이 너에게?”


유정이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모범적이라고 회장 선배 귀에 들어갔나 봐.”


조아가 말했다. 조아는 말하면서 약간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모범!? 조아 네가 모~? 범~~? 어제 지각까지 했는데?”


신비가 때를 놓치지 않고 놀렸다.


“아니 내가 원래 절대 늦잠을 안 자는데 어제는 왜 그랬지??”


조아가 변명했다.


“그래서 들어갈 거야?”


신비가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잡고 물어봤다.


“글쎄다. 고민해 봐야지.”


조아가 대답했다.


***


7교시까지 마친 후, 방과후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하교했다. 조아의 친구들도 신비를 제외하고 하교했다.


“오늘도 우리만 남았군.”


신비가 비장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작게 외쳤다.


“우리가 누구?”


“조”


조아가 빠르게 반응했다.


“신!”


신비가 재빠르게 응답했다.


“크로스!”


조아와 신비가 함께 작은 소리로 외쳤다.


“ㅋㅎㅎㅎㅋㅎㅎㅎ”


“ㅋㅎㅋㅎㅋㅎㅋㅎ”


조아와 신비가 함께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전혀 조신하지 않은 두 명의 조합명이 조신이라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


신비와 조아는 목요일에는 방과후 수업을 신청하지 않고 자습반에서 자습했다. 신비는 만화책을 읽었다. 공부에 영 관심이 없는 신비가 방과후와 야자를 신청한 건 순전히 조아가 혼자 남으면 외로울까봐였다. 이 때문에 조아는 신비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습 시간마다 조아는 가장 약한 과목인 수학을 공략했다.


“딩동댕”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아- 수학 너무 머리 아프다.”


조아가 말했다.


“머리 아플 땐 단 걸 먹어야지! 매점 가자!”


신비가 말했다.


신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매점에 도착했다.


“이모, 여기 약과 2개랑 초콜릿 하나, 딸기 우유 2개 주세요”

“오늘 초콜릿이랑 딸기 우유는 내가 쏜다!”


조아가 말했다.


“아싸 땡큐”


신비가 말했다.


조아와 신비가 자습반으로 돌아오자, 종이 쳤다.


“앞으로 한 시간도 파이팅! 나는 만화책이나 보려고. ㅎㅎㅎ”


신비가 말했다.


“응응! 고마워!”


조아가 말했다.


***


방과후 2교시를 마치는 종이 쳤다. 신비가 조아의 책상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쪼. 내가 만화책 보면서 몰래 폰 꺼내서 석식 확인해 봤거든? 근데 코다리 무침 나오고 오이냉국 나오고 진짜 맛없어. 학교 앞 분식집 가서 떡볶이에 김밥 먹고 카페 가서 음료수 사 먹고 오자!”


신비가 말을 속사포같이 쏟아냈다. 쪼는 신비가 조아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그래, 알았어. 좋아!”


조아와 신비가 교문을 벗어날 때였다.


“조아야!”


가까이서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은 신비가 말했다.


“저 사람이 너 부르는데?”


조아가 신비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180cm는 넘어 보이는 키에 머리카락은 왁스를 발랐나 뒤로 싹 넘기고 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바이크 옆에 기대어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런데도 교복은 매우 단정히 입고 있었다. 한서고등학교 교복이었다. 조아는 단번에 산임을 직감했다.


‘어제 얘도 내일 보자고 했던가? 잠깐 까먹고 있었네’


두 번이나 겪어봤다고, 조아는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어어, 최산! 안녕?”


“이렇게 얼굴 보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조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비는 처음 보는 조아의 새로운 친구, 그것도 매우 날티 나 보이는 친구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조아야, 저 사람 누구야?”


신비가 작게 속삭였다.


“아~! 처음 보겠구나! 이따가 말해줄게!”

조아가 작게 말했다.


“어디 가는 중이야?”


산이 조아에게 물었다.


“아, 나 친구랑 분식 먹으러~”


조아가 대답했다.


“잘 됐다. 나도 배고팠는데. 너 놓칠까 봐 종례도 땡땡이치고 키티 데리고 왔어! 너 나오는 거 안 놓치려고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였다고!”


산이 말했다.


“누가 같이 왔어? 키티는 또 누구야?”

“그리고 너 오늘 전학 온 거 아니야? 종례를 땡땡이쳤다고?”

“스마트폰도 안 봤어?”


조아가 질문을 퍼부었다.


“아 아니. ㅎㅎ 내 바이크 이름이 키티야.”

“응. 왜? 안 돼?”

“응!”


산이 조아의 질문에 차례대로 대답했다.

“그래서 말인데 같이 분식 먹어도 될까?”


산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아는 신비를 쳐다봤다.


“괜찮아.”


신비는 처음 보는 조아의 친구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


“이모, 여기 떡볶이 2인분이랑 치즈김밥 한 줄, 참치김밥 한 줄 주세요!”


조아가 말했다.


“에이~ 그거 가지고 되겠어?”

“이모! 아까 주문한 거에 떡볶이 1인분이랑 참치김밥 한 줄 더 추가해 주세요!”

“1인 1 떡볶이 1인 1 김밥 정도는 해줘야 배가 차지!”


산이 말했다.


“그래, 그래 ㅎㅎ”


조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네 이름이 최산이야? 나이는 우리랑 동갑인 것 같고. 맞아?”


조용히 산을 스캔하던 신비가 입을 떼고 말했다.


“응, 맞아.”


산이 답했다.


“조아야. 왜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고 말 안 해줬어? 약간 서운해지려고 해!”


신비가 뚱한 표정으로 조아에게 물었다.


“아! 그게! 내가 어릴 적 옆집에 살던 친구거든. 그래서 까먹고 있었는데 어제 전화해서 오늘 한서고로 전학 온다고 말해줬어. 나도 어제서야 떠올랐어.”


조아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오키오키! 이해 완!”


신비의 뚱한 표정이 풀렸다.


산이 조아를 빤히 쳐다봤다.


“조아, 너 오늘 좀 예쁘다?”


산이 갑작스레 말했다.


“아, 뭐래!”


조아가 소리쳤다. 조아는 왠지 산이 진짜 소꿉친구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아~ 떡볶이 3개, 치즈김밥 1개, 참치김밥 2개 나왔다!”


분식집 이모가 메뉴를 내주며 말했다.


산이 자연스럽게 조아 앞에 참치김밥, 신비 앞에 치즈김밥을 옮겨주었다.


‘이거 개인 정보 너무 잘 털린 거 아니야?’


조아가 속으로 생각했다.


“조아가 참치김밥 먹고 내가 치즈김밥 먹는 거 어떻게 알았어?”


신비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산에게 물어봤다.


“아~ 그래? 그냥 찍었는데!? 맞췄나 보네? ㄴㅇㅅ~”


산이 능청스레 대답했다.


“너도 참치김밥 좋아해?”


조아가 산에게 물었다.


“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서 좋아해.”


산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응? 하하하.”


갑자기 끼얹어진 산의 고백에 신비가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저 말 지금 나 말하는 거 맞지?.’


조아가 생각했다.


“자~ 맛있게 먹자구!!”


조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신비와 산이 대답했다.


“야, 여기 맛집이다!”


산이 떡볶이에 김밥을 찍어서 한입 먹더니 말했다.


“그럼, 그럼. 여기가 한을고의 명물이라고.”


신비가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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