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신비가 식사를 마친 후 말했다.
“그러게!!”
조아가 답했다.
“그러면 카페 가장!! ><”
신비가 말했다.
“뭐? 아까 배부르다고 하지 않았어?”
산이 물었다.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 몰라?”
조아가 되물었다.
“아. ㅎㅎ 그래, 그래. 너 좀 귀엽다.”
산이 답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셋이 합창하듯 인사를 하고 분식집을 나왔다.
“카페는 위쪽으로 두 블록 가서 횡단보도 건너면 있엉!”
신비가 말했다.
신비와 산은 오늘 알게 된 사이인지라, 두 사람과 원래부터 알고 있던 조아가 가운데에 서고 신비가 조아의 왼쪽에, 산이 조아의 오른쪽에 서서 걸었다.
그렇게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차 한 대가 위협적으로 인도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산은 긴 팔을 뻗어 왼손으로 신비를 앞쪽으로 밀고, 자신의 등이 차의 방향을 향하게 한 뒤 조아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다행히도 차는 인도로 돌진하지 않고 제 방향을 되찾은 채로 지나갔다.
“얘들아!!! 괜찮아????”
“술 먹었나? 저 차 왜 저래?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앞쪽에서 신비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설마~ 초보 운전자였겠지.”
조아가 자신의 허리를 감싼 산의 손을 풀며 말했다.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안 다치는 게 최고야.”
산이 말했다.
조아의 심장이 쿵쿵쿵 뛰었다. 산의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로의 심장 소리를 각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 때문에 남은 거리는 신비가 가운데에 서서 걷게 되었다.
“어? 초록 불이다! 뛰자! 여기 초록 불 들어오는 시간이 짧은데 또 한 번 신호 바뀌는 데는 되게 오래 걸려서 초록 불로 바뀌었을 때 얼른 건너야 해!”
신비가 말했다.
“헉헉”
“헉…헉…”
“헉… 헉… 헉…”
조아와 산 그리고 신비 셋이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아슬아슬하게 신호등의 불이 빨간 불로 바뀌었다. 뛴 덕분에 심장이 빨리 뛰었고, 주아와 산은 뛰어서 그렇다는 것을 핑계로 심장 소리를 숨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셋은 숨을 고른 채로, 카페로 향했다.
“띠링”
카페 문에 붙은 종이 울렸다.
“어서오세요.”
카페 직원이 셋에게 친절하게 인사했다.
“맨날 마시던 걸로 주문한다?”
조아가 말했다.
“응!”
신비가 대답했다.
“산아, 너는 뭐 마실 거야?”
조아가 물었다.
“나? 나는 네가 마시는 걸로!”
산이 이가 보이게 씨익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조아의 심장이 다시 쿵쿵쿵 뛰었다. 주아는 아까 횡단보도에서 뛰어서 아직 심장이 뛴다고 합리화했다.
“나 미숫가루 마실 건데, 괜찮아?”
조아가 다시 물었다.
“완전 할머니 입맛이라니까?”
신비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괜찮은데? 그럼 나는 할아버지 입맛 하지 뭐!”
산이 다시 한번 이가 보이게 웃으며 말했다.
주아는 볼이 달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주아는 산을 계속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볼이 빨개질 것만 같아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미숫가루 2개, 초콜릿 프라푸치노 하나! 맞지?”
“응!”
“응.”
신비와 산이 대답했다.
“그제 용돈 받았으니까, 오늘은 내가 쏜다!”
조아가 말했다.
“꺅! 언니, 고마워요!”
신비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할머니, 고마워!”
산이 말했다.
“누나도 아니고 할머니가 뭐냐, 할머니가!!”
조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 순간 산의 볼에 살짝 홍조가 띠었다 사라졌다. 조아는 바로 결제하러 키오스크로 얼굴을 돌린 탓에 산의 볼 색깔을 보지 못했다.
***
“109번 손님! 음료수 나왔습니다!”
카페 직원이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앙!”
산, 조아 그리고 신비가 다시 한번 합창하듯이 인사를 했다.
“이제 야자 시간 시작까지 10분밖에 안 남았어. 얼른 돌아가자!”
조아가 말했다.
“엇,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신비가 말했다.
“오늘 즐거웠고, 다음번에 기회 되면 또 보자!”
조아가 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산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어~? 나 아직 안 갈 건데? 교문까지 바래다주고 헤어질 건데? 키티도 교문 앞에 주차해 두고 왔는데? 진짜 서운해?”
“헉, 아 맞다 맞다. 바이크도 가지고 왔었지! 미안 미안 까먹었어 ㅠ”
조아가 답했다.
“키티라고 불러줄래?”
산이 말했다.
“그래. 키티도 가지고 왔었지? ㅎㅎ”
조아가 말했다.
“응!”
산이 밝게 대답했다.
***
몇 분을 걷다 보니 교문 앞에 도착했다.
신비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같이 놀아서 즐거웠어. 조아에게 이런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어!”
“그래. 나도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산이 대답하며 바이크에 올라탔다.
“안녕”
아까 한 번 인사했었고 어차피 다시 보게 될 것임을 알기에 조아는 짤막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산이 대답과 함께 윙크하며 바이크를 타고 저 멀리 사라져 갔다.
조아의 뺨이 잠깐 발그레해졌다.
“조아야, 곧 종 치겠어! 얼른 올라가자!”
다행히도 신비는 조아의 뺨 색깔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조아에게 말을 걸었다.
조아가 신비와 함께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눈 앞에 창이 떴다.
조아는 순간 놀라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조아야, 괜찮아?”
신비가 조아의 팔을 잡아주며 말했다.
“응응. 괜찮아.”
조아가 대답했다.
‘역시 다른 사람 눈에는 이게 안 보이는구나!’
조아가 생각했다.
조아는 계단을 올라가며 앞을 응시하는 척하면서 눈 앞에 뜬 창의 메시지를 읽었다.
‘튜토리얼 - 3명의 캐릭터와 만나기! 완료를 축하합니다.’
조아가 글을 다 읽자, 글씨가 지워지며 다른 글이 나타났다.
‘이제부터 본 게임 시작입니다. 현재 각 캐릭터에 할당된 퍼센트는 모두 0퍼센트입니다.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각 캐릭터에 할당된 퍼센트가 1퍼센트씩 올라갑니다. 가장 먼저 할당된 퍼센트가 100퍼센트에 도달한 캐릭터만이 현실 세계에 계속해서 남게 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조아가 글을 다 읽자 다시 한번 글씨가 지워지고 다른 글이 나타났다.
‘그러면 각 캐릭터의 미션 1을 공개하겠습니다. 미션은 미션 1부터 미션 120까지 존재하며 앞 단계의 미션을 클리어해야 다음 단계 미션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각 캐릭터의 미션 1을 공개하겠습니다. 고하늘: 5초간 아이컨택하기. 최산: 성 붙여서 이름 부르기. 유바다: 같이 하교하기. 입니다.’
조아가 글을 다 읽자, 글씨가 사라지며 새로운 글이 나타났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역시나 조아가 글을 다 읽자, 글은 사라졌다.
눈 앞의 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5층까지 도착해 있었다.
원래 조아는 계단을 오를 때면 힘들어서 말이 없는 터라 신비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설령 이상함을 느꼈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정해 줬을 것이다.
“조아야, 종 치기까지 1분 남았어!! 얼른 뛰어가자!!”
신비가 말했다.
“그래!”
조아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둘은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둘은 종이 치기 전 자습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아는 자습 감독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이패드로 유튜브에 접속해 이태준의 직캠을 보았다. 물론 들키면 안 되기에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계속 내렸다. 조아가 딱 직캠 한 편을 다 시청하자 자습 감독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잠시 늦었습니다. 정숙하고 자습합시다.”
자습 감독 선생님이 말했다.
조아는 한쪽 귀에서만 에어팟을 빼고 한쪽 귀에는 에어팟을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귀를 머리카락으로 덮었다. 아이패드는 인강 용으로 허용됐기에 아이패드를 책상에 세워둔 채로 멜론에 접속해 하이퍼의 곡을 재생했다. 그리고 방과후 시간에 푼 수학 문제의 채점을 시작했다.
‘오 맞았다! 오늘은 좀 많이 맞는데?’
‘아잇, 그럼 그렇지. 이 유형은 또 틀렸네. 별표 쳐놓아야겠다.’
‘오답 노트 꺼내야지.’
‘문제 298번, 다음 문제를 푸시오. …’
조아는 하이퍼의 곡을 듣고 있는다면 머리 아픈 수학 문제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