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가 끝났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야자 시간에 공부에만 집중했던 조아는 야자 시간이 끝나자, 미션을 어떻게 클리어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명을 선택하기엔 아직 캐릭터들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었고 0퍼센트인 현재, 100퍼센트는 조아에게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누구 미션부터 공략하지? 학생회장? 바다? 최산?’
조아가 생각했다. 그때였다.
“조아 누나~”
조아의 뒤편에서 조아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다였다. 조아는 마침 잘됐다 싶었다.
“어? 웬일이야? 너 야자 해?”
조아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자연스레 밑밥을 깔았다.
“응. 부모님께서 집에 와봤자 놀기만 한다면서 학교에서 야자 하면서 공부하고 오라셨어. 물론 공부는 한 자도 안 했지만! ㅎㅎ”
바다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같이 하교할까?”
조아가 말했다.
“네가 남자랑 하교까지 하고 이게 무슨 일이냐? 오늘 무슨 날임?”
옆에 있던 신비가 말했다. 귀여운 외모 덕에 남자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지만, 평상시에 남자와 담을 쌓듯 살아온 조아였기에 신비는 조아가 먼저 같이 하교 요청을 할 만큼 바다와 친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유바다가 잘생기긴 했는데, 설마 조아가 유바다 좋아하나?’
조아가 얼빠인 건 조아가 이태준을 좋아한다는 사실로 인해 익히 알고 있던 신비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조아에게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바다는 조아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남의 연애사는 언제나 재밌는 법!
“나는 괜찮아!”
신비가 말했다.
“진짜 괜찮아?”
조아가 신비에게 물었다. 조아는 항상 신비가 자신과 단둘이서 하교했기에 바다에게 같이 하교하자는 말을 해놓고 신비가 꺼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응응! 이야기할 사람 한 명 더 늘어나면 더 재밌고 나야 좋지!”
신비가 대답했다. 다행히도 신비는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럼 가보자고! 고고!”
바다는 조아와 함께 하교하는 것이 신났는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조아의 눈 앞에 창이 떴다.
‘미션 1 – 유바다 클리어’
‘미션을 처음 완료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미션 2 – 유바다가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미션 2 – 유바다에게서 ‘천재’라는 말을 듣기’
‘에에엥?’
조아는 당황했다. 그리고 바다에게서 어떻게 천재라는 말을 끌어낼 지 막막해졌다.
***
셋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집에서 학교로 오는 버스의 정류장은 학교 바로 앞에 있지만,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은 학교에서 조금 걸어야 했다.
‘어? 광고 사라졌네?’
조아가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을 보고 생각했다. 광고판의 광고가 학습지 광고로 바뀌어 있었다. 조아는 어제 본 광고가 진짜로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게시되었던 광고였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가 게임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현실에 존재하게 된 현재 상황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했다.
“버스 도착하는 것만 보고 나는 가볼게!”
바다가 말했다.
“어엉? 같이 버스 안 타고?”
조아가 말했다.
“아, 나 사실 학교 바로 앞 원룸에서 자취해!”
바다가 대답했다.
“엥, 그러면 왜 여기까지 같이 온 거야?”
신비가 바다에게 물었다.
“그냥 심심해성…?”
바다가 대답했다.
***
버스가 도착하자 바다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야자시간은 늦은 저녁 시간이라 버스에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조아와 신비는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유바다, 너에게 관심 있는 것 같지 않냐?”
신비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에이~ 설마…”
“그나저나 이번 하이퍼 신곡 들어봤어?”
조아가 가볍게 대화 주제를 돌렸다.
‘그야 게임 설정이니까!’
조아는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어떤 페널티가 있을지 모르기에 속으로만 생각했다.
“응응! 들어봤지! 이태준 목소리 짱 좋던데? 보컬 실력 많이 늘었더라!”
신비가 대답했다.
***
버스가 아파트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조아와 신비는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았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으면서도 하이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신비네 동 출입문 앞에 도착했다.
“안녕~! 오늘도 즐거웠어! 내일 보자!”
신비가 말했다.
“응응! 내일 보자! 안녕!”
조아가 말했다.
조아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바다, 하늘에 이어 산의 등장까지… 조아는 오늘 하루가 참 버라이어티하다고 생각했다.
“띵”
엘리베이터 도착 음이 울렸다. 엘리베이터에 탄 조아는 집 층수를 눌렀다. 그리고는 누구를 남주로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바다? 학생회장 선배? 최산?’
‘역시 바다가…’
‘아냐 그래도 최산이…’
‘그래도 모범생인 학생회장 선배가 나으려나…’
조아가 달콤한 고민을 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조아 집 층에 도착했다. 조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으면서 집을 지나친지도 모르고 고민을 계속했다. 조아는 복도 끝에 도달해서야 멈춰 섰다.
“이런. 고민에 너무 빠져 있었네.”
조아가 작게 혼잣말을 했다.
조아는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그만두고 다시 복도를 거슬러 올라가며 집을 찾아갔다.
“띠띠띠띠띠”
조아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어, 조아 왔니?”
아빠가 말했다.
“네~!”
조아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오늘 학교에서는 별일 없었고?”
엄마가 물어봤다.
“네. 별일 없었어요”
인생 최고로 버라이어티한 하루였지만 부모님에게 설명할 수 있는 하루가 아니었기에 조아는 별일 없었다고 대답했다.
“저 오늘 피곤해서 바로 씻고 잘게요.”
조아가 말했다.
“그래.”
“그러렴.”
엄마와 아빠가 대답했다.
***
‘아. 밝다.’
아침이다. 여름이라 해가 일찍 떴다. 조아의 방의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순간 불현듯 조아의 머릿속에 어제 하늘과 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아! 맞다!”
조아가 크게 외쳤다.
“조아야, 무슨 일 있어?”
밖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아빠가 물어봤다.
“아, 하마터면 까먹을 뻔한 게 떠올라서요!”
조아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서 화장실로 향해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나왔다.
“엄마, 식빵 어딨어?”
원래 있던 자리에 식빵이 없자, 조아가 엄마에게 물었다.
“아, 식빵 다 먹어서 어제 아빠 보고 사 오라고 했는데 까먹고 안 사 왔더라고. 오늘은 그냥 시리얼 먹어.”
엄마가 말했다.
“응. 알았어.”
조아는 대답을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를 꺼내고 옆 선반에서 시리얼을 집어 들어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싱크대 위 찬장에서 그릇과 숟가락을 꺼냈다. 그러고는 시리얼을 그릇에 부은 다음 그 위에 우유를 붓고 살짝 눅눅해지기를 기다린 다음 숟가락으로 퍼서 먹었다. 우유까지 말끔하게 다 비운 조아는 그릇과 숟가락을 싱크대에 넣어놓고 시리얼 박스를 선반에 놓은 다음 잠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교복에 화장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아는 먼저 잠옷을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10분 컷 쌉가능!”
조아가 말했다. 그리곤 정말로 10분만에 메이크업을 끝냈다. 조아는 가방을 메고 방을 나가서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조아가 말했다.
“일기예보 보니까 오늘 비 올 확률 50%더라. 혹시 모르니까 우산 챙겨 가!”
아빠가 조아에게 말했다.
“아 그래? 몰랐네! 우산 챙길게. 알려줘서 고마워!”
조아는 아빠에게 대답하면서 우산을 챙겼다. 조아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학생회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했다.
‘이따 오후에 비가 오면 학생회에 들어가고 안 오면 안 들어가야겠다.’
조아는 날씨에 결정을 대신 맡기기로 했다.
오늘은 친구들이 먼저 나와 있었다.
“내가 너무 늦게 나왔나?”
조아가 물었다.
“아냐, 우리가 일찍 나온 거야.”
은하가 대답했다. 조아가 도착한지 얼마 안 있어서 버스가 도착했다.
“어? 조아 남친이다!”
신비가 말했다. 버스에 이태준이 모델인 화장품의 광고가 랩핑 되어 있었다.
“아ㅎㅎㅎㅎㅎ. 고맙다. 신비야. ㅎㅎㅎㅎㅎ”
조아가 감사 인사를 했다. 조아는 아침부터 최애의 얼굴을 보다니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