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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Dec 24. 2024

7화

짝 피구

조아가 학교에 도착하기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아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학생회실이 있는 2층을 그냥 지나쳐 올라갔다.

교실에 조아의 눈에 도착하자 신난 몇몇 학생들이 보였다.


“오늘 체육 수업 있나?”


몇몇 반 친구들이 들뜬 이유로는 체육 수업밖에 없다고 생각한 조아가 친구들에게 물었다.


“응! 오늘 3교시에 체육 수업 있어!”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유정이 조아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체육수업은 그야말로 금과 같았다.


“날이 흐리네. 설마 비는 안 오겠지?”


은하가 말했다.


“그러게, 안 왔으면 좋겠다.”


유정이 답했다.


‘나는 비가 왔으면 좋겠는데.’


내심 학생회에 들어가고 싶었던 조아는 체육 수업으로 인해 들뜬 조아를 앞에 두고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러게. 나도 비 오면 습해서 싫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조아도 평상시에 비가 오는 날을 싫어했다.

다만 오늘만은 비가 오길 바랄 뿐이었다.


***


2교시 국어시간이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이따가 학생회실 찾아가서 학생회 들어가고 싶다고 말해야겠다!’


조아가 생각했다.

조아는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은 창밖을 보곤 좌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망했어. 내 체육!’


조아의 시선을 감지한 유정이 조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어떡해!’


조아도 입 모양으로 말했다.


“거기 둘, 다 보인다. 수업에 집중해야지!


국어 선생님이 말했다.


‘이크.’


유정이 입 모양으로 말하곤 고개를 다시 칠판 방향으로 돌렸다.

그런 유정을 본 조아도 칠판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수업에 다시 집중했다.


***


“딩동댕”


2교시의 끝을 알리는 시종이 쳤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학습지 검사할 거니까 빈칸 다 채워오도록!”


국어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앞문을 열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체육부장, 체육부장! 오늘 체육 하는지 체육 선생님께 가서 여쭤보고 와줄 수 있어?”


유정이 체육 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알았어! 금방 갔다 올게!”


3분 정도 후, 체육부장이 반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체육 부장을 쳐다봤다.


“강당으로~! 오늘 체육 한다!!”


체육부장이 외쳤다.


“와~~!”


“야호!”


“신난다!”


반 곳곳에서 신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곧 시험 기간이라 자습하고 싶었는데.”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신난 학생들은 듣지 못하거나 들었더라도 무시했다.


“쪼! 은짱! 씬비! 강당 가자! ㅎㅎ”


유정이 말했다.


“그래!”


“그래, 가장~”


“가보자고!”

조아, 신비, 은하가 차례대로 대답했다.

강당은 3층이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며 세 친구는 오늘 체육 수업을 해서 신난다는 유정의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조아가 강당에 들어서자, 단상 위에 서 있는 두 체육 선생님이 보였다.

강당에는 1학년 학생들도 있었다. 그 사이에는 바다도 있었다.


“어? 조아 누나!”


먼저 조아를 발견한 바다가 쫄래쫄래 조아 앞으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


“어? 바다네? ㅎㅇ?”


조아도 인사를 건넸다.


얼추 2학년 학생들이 다 온 것 같아지자, 2학년 체육 선생님이 휘슬을 불었다.


“2학년 학생들 단상 앞으로 모이세요!”


2학년 체육 선생님이 외쳤다.

2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단상 앞으로 모였다.


“오늘 원래 운동장 수업이었던 거 알죠? 비가 와서 자습하려고 했는데 동시간에 강당을 쓰는 1학년 반이 같이 합동 수업하고 싶다고 했다고 1학년 체육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특별히 강당에서 합동 수업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다 모였다고 판단되자 2학년 체육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서 오늘 할 종목은 짝 피구입니다. 룰은 다들 알죠? 남자 한 명이랑 여자 한 명이랑 짝이 되고 짝 구성원끼리 신체의 일부분이 꼭 닿아있어야 하고, 공격하는 사람은 맞아도 되는데 수비하는 사람이 공에 맞으면 아웃인 거?”


2학년 체육 선생님이 이어서 말했다.

한을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자 남녀 분반이었다.


“여러분 반도 24명이고 1학년 남자반도 24명이니까 오늘 경기는 빠지는 사람 없이 다 참여해야 합니다! 짝은 남자 반에서 번호로 정해왔으니까 1학년 학생들에게 가서 직접 찾으세요!”


2학년 체육 선생님이 말했다.

2학년 여학생들이 1학년 남학생들 틈으로 가서 짝을 찾기 시작했다.


“조아 누나~! 누나 24번이지? 여기야 여기!”


바다가 조아에게 외쳤다.

조아의 성이 한인 걸 알고 있는 바다는 약삭빠르게 가장 끝 번호를 선점했다.

몇 분 후, 2학년 여학생들이 자신의 짝을 다 찾았다.


“여기로 와서 공격하는 사람은 빨간색 조끼, 수비하는 사람은 파란색 조끼 입으세요!”


1학년 체육 선생님이 외쳤다.


“누나, 내가 공격 담당해도 돼?”


바다가 물었다.


“응. 당연하지! 내가 열심히 피해 볼게!”


조아가 말했다.


“누나는 피할 필요 없어. 내가 다 막을 거니까!”


바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조아를 보며 말했다.

조아는 든든함을 느꼈다.


“그래. 믿어볼게!”


조아가 대답했다.


***


2학년 여학생의 번호를 기준으로 짝수 팀, 홀수 팀으로 팀이 나뉘었다.

조아는 바다와 함께 손을 잡고 섰다.

주변에서 조아에게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냈다. 간혹 그중에는 질투 어린 시선도 있었다.


“누나, 손잡지 말고 백허그해!”


바다가 말했다.


“뭐어? 백허그?”


조아가 말했다.


“응! 다른 짝들도 거의 다 백허그했는 걸?”


바다가 말했다.


조아가 주위를 둘러봤다. 과연 그랬다.

조아는 자신이 과민하게 반응했나 싶어 머쓱해졌다.

그때, 바다가 조아의 손을 잡아끌어 바다의 허리에 둘렀다.


“경기 곧 시작한대!”


바다가 앞을 보고 말했다.


“아, 응… 그래.”


조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바다는 앞을 응시하고 있어 볼 수 없었다.


“삐익-“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불어졌다.


선공은 홀수 팀이었다. 홀수 팀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유정이 있었다.


‘유정이는 아군일 땐 든든한데, 적군일 땐 무섭단 말이야.’


조아가 생각했다.


“바다야. 저기 숏컷한 여자애 보이지? 쟤 국대 출신이야. 운동 엄청나게 잘하니까 조심해!”


조아가 말했다.


“헉, 오키!”


바다가 말했다.


홀수 팀과 짝수 팀이 번갈아 아웃되며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어느새 강당에는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조아와 바다 그리고 유정과 그 짝인 남학생은 아웃되지 않고 살아 있었다.

홀수 팀 외야에서 홀수 팀 내야에 있는 유정에게로 공을 패스했다.


“조아야, 미안!”


유정이 외쳤다. 그와 동시에 조아와 바다 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조아는 눈을 감았다.


“퍼어억”


꽤 큰 소리가 들렸다.

조아는 자신이 맞았나 싶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와아아”


“와아”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조아는 상황 파악을 하고자 했다.


“누나 괜찮아?”


바다가 고개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조아에게 뒤 돌은 바다의 고개 너머로 바다의 손에 들린 공이 보였다.


“너 지금 유정이가 던진 강속구를 잡은 거야??”


조아가 깜짝 놀라서 바다에게 물었다.


“이 정도야 껌이지!”


바다가 대답했다.

그리고 바다는 유정 쪽으로 공을 던졌다.


“퍽”


유정에게 백허그한 남학생의 손 부분을 정확히 명중하고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삐익-“


“홀수 팀 아웃!”


심판을 맡은 2학년 체육 선생님이 외쳤다.


“헐, 바다 너 대박이다.”


조아가 말했다.


“내가 피구를 좀 잘해!”


바다가 으쓱대며 말했다.


유정이 아웃되자 경기 승기는 짝수 팀 쪽으로 기울었다. 유정이 아웃된 홀수 팀은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몇분 간의 접전 끝에 홀수 팀 전멸, 짝수 팀은 3짝이 생존한 상태로 짝수팀이 승리했다. 3짝에는 바다와 조아도 포함됐다.


“예이!”


조아가 외쳤다.


“이겨서 좋아?”


바다가 조아에게 물었다.


“응! 당연하지!”


조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답했다.


바다가 조아가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우리 하이 파이브나 한 번 할까?”


바다가 말했다.


“그래, 좋아!”


조아가 답했다.


“짜악-!”


강당에 선명한 하이 파이브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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