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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Jun 14. 2020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그리고 우리가 함께 꿈꿀 지속가능한 미래

사진출처:남해의 봄날


"경제 성장의 열망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욕구라기 보다는, 거대한 기계 같은 비인간적인 규모의 체제에서 온 것입니다."


그렇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끝없는 소비주의는 인간을 한없이 메마르고 수동적인 존재로 변형시켜왔다.

단 10년만에 세계화로 인해 황폐해져버린 라다크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이미 40년 전부터 세계화의 문제를 역설해왔다.


그녀가 쓴 책, <오래된 미래>가 나온지도 거의 20년이 다 되었지만, 그때 이후로 이 지구는 오히려 강력한 세계화와 이로 인한 극단적인 양극화의 상황까지 와 있고 남반구는 이제 본격적인 산업화가 한창이다. 고갈되어가는 화석 연료와 끝없는 탄소배출로 이 생태계는 무너지기 직전인데 말이다. 과거의 나 역시 이것을 모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아마 조금은 체념했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지금 혼자 동동거린다고 바뀌지 않을 이 구조, 누군가 바꾸겠지, 아니면 때가 되면 알아서 무너지겠지- 라는 안일하고 비겁한 그 생각. 


제대로 꼬집혔다.


"어떤 사람들은 "체제는 저절로 붕괴할 것이니까 그걸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 체제는 심각한 결함과 모순에도 불고하고 자연과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 지속될 것이다. 수년 전 스위스 경제학자 빈스탕거는 나에게 생태계와 사회는 붕괴해도, 아무 기준도 없고 어떤 제한도 없는 돈,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은 무한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경제는 숲속의 마지막 나무가 쓰러지는 날까지 계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그렇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 구조를 우리는 뒤집어야 한다. 

답은 나온지 오래다. 글로벌에서 로컬로, '정의로운 전환'은 이 방향으로 가야 그 의미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그리는 미래는, 최근까지도 내가 그려오던 것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것이었다. 나의 생각은 여전히 이 구조, 이 질서 안에서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단순히 기술의 발전은 이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환경과 사회 파괴는 경제의 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과 은행의 규제 완화가 거대 규모의 경제 체제를 만들었고, 사람들을 자연 자원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글로벌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새로운 경제의 중요한 요소는 규모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립 경제에 기초한 경제적 지역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역 중심의 경제에서는 사람과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고, 금융 구조와 상업 활동이 지역과 문화에 맞춰 변화할 것이며 문화와 생물, 농업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다. 진정한 지역화가 이루어진다면 의미 있는 일자리들이 많이 생기고, 튼튼하고 탄력 있는 지역 사회의 토대도 구축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소속감과 목적 의식, 결속력이 높아지면서 마음 충만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이 미래가 우리의 현재가 되었을때, 나와 지구 반대편의 이웃까지도 모두 행복한, 지속가능한 미래임이 너무나 분명했다. 나에게 남은 건 주저앉아 무력하게 있을 것인가, 진정한 변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갈 것인가의 선택이었다.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일은 이미 열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를 자신과 이웃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마음이 많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이 책을, 그녀의 외침을 듣지 않았던 대로 돌아가면 내 마음이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조차 들었다. 그럼에도 난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다. 언젠가는, 어쩌면 10년 안에 - 거대 자본, 끝없는 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된 생태계, 불바다가 된 지구, 다양성과 관용이 사라진 사회에 폭발한 갈등 속에서 - 더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기엔 너무 늦어버린 그 시점에서 나와 소중한 사람들에게 닥칠 위험과 고통 속에서 이를 예견했음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연약한 인간이지만, 지어진 바 대로, 인간답게 살고, 그런 사회를 꿈꾸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것과는 많이 멀어져 있으니까.. 


그래, 좀더 단호히 말하면 이 변화는 선택이 아닌 강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우리는 위태로운 시점에 와있다. 과장이 아니라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한결같이 40년간 꿈꿔온 이 '오래된 미래'가 정말 우리의 현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여전히 막막하지만 이미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래 그것이 희망이다. 희망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더딘 걸음이지만 계속 걸어나가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함께 행복을 만들어나갈 주체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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