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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Jul 27. 2020

사람들은 의자를 믿지 않는다

이 의자를 만든 사람은 천재인데 말이다.

물론 바보 같은 의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특히 회사에서 많이 쓰는 사무용 데스크에 딸린 의자나

저렴해 보이는 식당 의자도 사실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실패를 통해 우리 몸에 최대한 맞게 설계된 것이었음을, 나는 잊고 있었던 것 같다.

tv에서 자주 보게 되는 흔히 “예쁜 몸매”의 사람들, 이상적인 몸매를 소유한 사람들의 자세는 허리가 쏙 들어가고 턱은 살짝 내리고, 엉덩이는 뒤로 살짝 나온, 여성의 경우는 윗배에 힘을 잔뜩 주고 남성은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런 형태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그런 자세를 평상시 유지하려고 애썼고, 그것이 허리에도 좋은 줄 알았다.

그래서 맨날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이 원장님은 전혀 반대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건 사실 우리 몸을 망치는 길이라고.


“tv를 믿지 말고 의자를 믿어야죠. 환자분 같은 경우는 특히 자연스러운 자세가 정말 중요해요. 뭐든 자연스러워야 해”



내 팔 통증의 원인은 정말 생각보다 깊었다.

평상시 내 자세. 허리를 무작정 꼿꼿이 펴기 위해 배에 힘을 주고, 그러다 보니 목과 어깨가 빳빳이 굳으면서 날개뼈에 극심한 통증이 있었다.

오른손을 많이 쓰다 보니 특히 오른쪽이 더 그랬고 이 통증은 자연스레 팔까지 자극했다.

단순히 손목을 많이 써서 아픈 거라면 손목이 아파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손목도, 팔꿈치도 아닌 팔의 바깥쪽, 정말 애매한 부위였다.

알고 보니 그 부위가 날개뼈부터 쭉 연결되었던 것.ㅠㅠ


결론은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가 그 자세를 취하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의자’가 어떤 것인가도 정말 중요했던 것.

‘stomach gripping pain’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이 현재의 내 모습이었다.


의도치 않게 생각보다 길어진 치료기간으로 인해 우리 몸이 얼마나 정교하고 서로 연결되어있는지,

그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한의학에 관심이 갔다.

학문적인 것도 있지만, 한의원에서는 양의원보다 의사와 환자의 교감이 더 있는 느낌이다.

신체적인 접촉이 더 많은 치료가 많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의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더욱 꼼꼼히 살피는 느낌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에 생기는 정서적 유대감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대학교 가면.. 한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생님, 저 손목 쓰는 일 그만하고 다른 일 하려고요.”


“뭔데?”


“저도 한의사 해보고 싶어요” (감히..)


“안돼 그건 더 고생해. 나도 지금 30년 넘게 공부했는데 앞으로 공부할 거 태산이야”


“...”


선생님의 책상에 펼쳐져있는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파 보이는 그림들이 빼곡히 채워진 두꺼운 영어 한의학 책만 봐도 느껴졌다..


역시 공부의 길은 끝이 없나 보다.


요즘은 나와 같은 호흡이 짧은(경추 통증이 흉근까지 압박하면서 호흡이 짧아져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게 되는 경우)

환자들을 위한 약에 대해 공부하고 계신다고 한다.


사실 나와 같은 통증으로 다른 한의원에 가면 어떤 곳에서는 아주 센 약을 처방하기도 한단다. 그게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방식은 결코 ‘좋은 치료’는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최대한 자연적으로, 환자가 온전히 만족할 수 있는 치료를 하기 위해 애쓰는 분인 것 같았다.



“오너가 돈만 만지고 사람 부리기만 하면 재미없지.
오너는 스승 역할도 해야 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건 가르치고,
직접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에 애정이 있어야지
오늘도 내일도 주말도 즐거워야지”


치료를 받으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신념, 가치관을 말씀하시기도 한다.

그중 어떤 말은 집에 돌아와서도 생생히 기억이 날 때가 있다.


겉보기에는 작은 규모의 한의원인데,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두 직원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더 배워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계신 듯했다.

그리고 힘들어도, 공부의 끝이 없어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 마음이 환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그 일을 대하고 계신 것 아닐까.

진로와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한창일 때 저 말이 내겐 어떠한 실마리로 다가왔다.



아픈 건 싫지만, 덕분에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며 생각지 못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역시 오늘 나에게 허락된 축복이 아닐까 하는 무모한 긍정마인드를 오늘도 추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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