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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Nov 01. 2020

비밀의 정원

아직은 나이를 먹었다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엄마가 엄마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 시간보다 더 많아질 때쯤,


이제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최근 나에게 그동안에는 별로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래, 엄마도 여자였지.

그래, 엄마도 꿈이 있지.
그래, 엄마도 사람들과 부대끼는 사회에 살아가고 싶겠지.

조금 늦게, 알아버린 것 같다. 머리로는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야 마음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좋아하지만 혼자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엄마,

혼자의 시간 속에서 엄마는 어떤 이야기들을 품어 왔던 것일까.


엄마의 책상에 가만히 놓여있는 컬러링북을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비밀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엄마의 서재에 있던 난초들, 제주도에 잠시 머물때도 

그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을지 걱정하며 애지중지 가꾸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다


엄마의 비밀의 정원 속 식물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그 식물들은 엄마 혼자 돌보기에는 벅찼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그것들을 함께 가꾸고 싶어졌다.


더 시들기 전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달려가 물을 주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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