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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Jun 29. 2024

떡방앗간 앞에서

솜털 보송보송한 여린 쑥을

봄볕에 버무려 바구니에 차곡차곡

봄부터 준비한 생신


쑥 향이 더라도

틀니 하신 아버지 생각에

여린 것으로만 고르는 알뜰 손


벚꽃 여행지 남해 어느 바닷가 마을

고즈넉한 골목 담장밑에 졸고 있는

해풍도 함께 차곡차곡

쑥 뜯는 딸들의 마음도 차곡차곡


긴 거리 달리는 여린 쑥이 멀미하지 않을까

아버지도 87년 세월 달리셨으니

200km  남짓 거리야 한 순간이지



장맛비가 예보된 초여름 지나는 길목

비취보다 더 시린 초록물 뚝뚝 흘리며

뽀얗게 불린 쌀과 섞일 여린 쑥


아버지의 세월같이 뜨겁게 익어가고 눌려져서

절제된 향기로 거듭날 운명의 때

나는 기쁨으로 너를 기다린다


5일장 구경 나온 아이처럼

방앗간 앞 골목에서


오랜만에 방앗간에 왔어요.

오래 묵은 시설이 정겹네요.

불린 쌀과 데친 쑥덩이를 가져와

쑥절편을 주문하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한 시간 남짓 기다리니 나온 쑥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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