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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Jul 21. 2024

누구와도 친구가 될 사람

아침에 주르르 벗어뒀다

저녁에 다시 주워 입는 크와상 같은

무릎 나온 헐렁 바지


투명한 찬통에 결 따라 담겨

아침상엔 이쁘게 나왔다가

젓가락질  몆 번에 흐트러진 저녁상 김치


사 온 날부터 찍찍 끌어야 제 맛

양말보다 맨발이 더 어울리는

구멍 숭숭 크록스 슬리퍼


입가에 묻은 흔적으로

방금 전 먹은 반찬이란 걸

수줍게 알려주는 식탁 지킴이 구이김


한쪽 살대가 부러지고

겉면으로 녹슨 자국이 드러났지만

거센 빗줄기에 당당한 주황색 우산


서로 다른 음료를 주문해서

한 음료에 빨대 두 개 꽂고 마주 앉은 이에게

망설임 없이 하는 말 먼저 먹어 봐


다정과 썩소 사이 영민과 어벙 사이

존경과 친근 사이 냉철과 정열 사이

까탈과 소탈 사이 테슬라와 라면 사이

그 어디쯤에 머물러 

이런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잘 어울리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사람을 아시나요?





한 달 전쯤 우연히 유튜브에서

구독자 4만을 넘긴 시골**  유튜버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 저는 그분을 아는데 그분은 저를 전혀 모릅니다. 헤헤)

그분의 말에 의하면 운영하는 사업장 경영이 어려워져 망하게 생기자 어느날 갑자기 구독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고 합니다.


바로 구독을 눌렀습니다.

업로드 영상에 댓글은 한 번도 안썼습니다.


미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그분의 영상을 천천히 훑었습니다.

과히 친절하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은 그분의 구독자는 연령층이 다양합니다.

진솔하고 선한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

그런 분들이 이 세상에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많이 계실 텐데 안 드러나는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분이라면 시구 마지막 행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교회 화단 맨 앞줄에 핀 봉숭아꽂. 아무도 안따갑니다. 손톱에 봉숭아물을 안들이니까요


제가 쓴 이 글을 읽으신

당신과 더불어 하는 브런치마을 살이가

저는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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