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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Jul 28. 2024

삶은 옥수수


삶은 옥수수더라

껍질 속에 들어있을 땐 고놈 통통하니 실해서

알맹이가 촘촘히 박힌 줄 알았는데

벗겨보니 빈자리가 더 많더라

뒤통수 맞을 일이 어디 이뿐이랴


삶은 옥수수더라

탄단지 식단도 비율 얼굴도 비율

지방과 근육도 비율 다리 길이도 비율

옥수수 삶기도 물 소금 당분 비율

레시피대로 해도 맛 안 나는 게 어디 이뿐이랴


삶은 옥수수더라

고스러진 붉은 수염 뭐에 쓸모 있을까

알맹이만 먹고 버릴 줄 알았는데

부장님 숙취해소 직빵 옥수수수염차 만들더라

뜻밖의 쓰임이 어디 이뿐이랴


삶은 옥수수더라

심고 거름 줘 따고 택배상자에 담아보내도

옥수수 한 접 O만원 인건비나 나오겠나

손에 남는 것은 새참국수 한 그릇 값

손해 안 본 게 다행인 일 어디 이뿐이랴


삶은 옥수수더라

별 재미 못 본 옥수숫대 뽑아내다

거친 잎에 팔 긁히고 뒤로 나자빠져도

뽑아낸 그 자리에 다시  돋을 새싹

열병 앓이 후 생긴 면역 같은 일 어디 이뿐이랴




말굽편자와 백숙이 나오는 제 글에 달린 **작가님 댓글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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