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상흔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다가 문득 그 상흔을 보게 되는 순간, 기억이 떠올라 부푼 풍선처럼 한 없이 켜져 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공간에서 그분을 알게 된 지 100일쯤 되었을까?
그분은 파리 외곽의 랜드마크였다. 이보다 더 향기로운 유럽 장미는 없을 만큼.
발행일이 좀 지난 내 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달려고 매거진을 열었다가 그분의 흔적을 보았다.
있어야 할 이름 대신 '탈퇴한 회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발행글에 달린 답글을 읽으며 우연히 내 댓글 밑으로 올라온 답글을 보았던 게 떠올랐다.
브런치를 탈퇴할까 고민 중인데 퇴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거친 글을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냥 머물러야 하나... 하는 글이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잖나. 사는 일이 녹록지 않으니 한 번씩 요동 칠 때가 있지. 그녀도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고(제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이름도 바꾸고 관심작가를 0으로 비워냈다가 다시 모셔들였다가 힘든 마음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고비를 잘 넘기고 밝아져서 돌아오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그녀는 결심한 듯 떠났다.
그녀와 각별한 다른 작가님도 그녀를 몹시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리셨다.
지금도 이쁜 공주님을 데리고 혼자 놀이터에 있을 것 같은 그녀가 보고 싶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보고 싶다니 말이 안 되는데 그래도 보고 싶다.
그녀를 찾으러 파리 외곽으로 쳐들어갈 수도 없고.
지금 그곳은 올림픽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그녀의 마음도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돌아올 결심을 굳히기를 바라고 있다.